세월과 꽃, 그리고 틀어진 예정 뒤의 은총
비껴가는 것이 세월뿐이더냐
떨어지는 것이 꽃뿐이더냐
떨어지고서 맺히는 열매가 이번만 뿐이더냐
떨어지고 비껴가면서
익어가는 것이 인생뿐이더냐
나만을 위하던 기도가
나를 위해주는 다른 이를 향해가고
떨어져 나가는 것이
손에 쥐었던 것뿐이더냐
틀어지는 것이 예정된 것뿐이더냐
놓으면 보이는 것을
내려놓아야 보이는 것이
사랑뿐이더냐
대답 없음에 괴로워하지만
응답을 받고 있으면서도
그리고
함께 걷고 있으면서도
느끼지 못하던 날들이
이제사 제대로 보이고
그렇게 나이들어가는 사람이
나뿐이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