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로 여는 새로운 교실

이것이 나의 옳은 길임을 믿으며

by 하늘을 나는 백구

아들아, 딸아, 내일의 너희에게 보내는 마흔여덟 번째 편지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오늘은 아빠가 새롭게 첫발을 내디딘 직장, 그리고 그곳에서 느낀 벅찬 설렘에 대해 이야기해 주려 한다.

아빠가 새로 가게 된 학교는 종교 사학이란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을 기도로 맺는 곳이지. 물론 아빠가 평생 다녀온 우리 교회의 교리나 교단과는 조금 다른 곳이어서 낯설기도 하지만, 나는 나만의 간절한 기도로 매 순간을 무장하며 이 낯선 평안함을 온전히 누리고 있단다.


1. 순하디 순한 눈빛들, 잊고 있던 열정을 깨우다


연수 기간 동안 새로운 동료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아빠는 참으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 선생님들이 모여서 회의하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는데, 마치 우리 교회 청장년부 식구들이 모여서 예배를 드리고 교제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단다.

선생님들의 눈빛은 하나같이 순하디 순했고, 아이들을 향한 사랑과 열정이 그 맑은 눈망울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지. 오랫동안 치열한 입시 경쟁과 이익이 우선시 되는 학원가에서 살아온 아빠에게, 그들의 모습은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경이로움 그 자체였단다.

물론 잠깐 현실로 돌아오면, 아이들이 가진 문제점과 지도하기 벅찬 현실들도 보이지. 하지만 모여 앉아 아이들의 성향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토론하는 그들의 열정을 보며, 아빠는 깊은 회상과 반성에 빠졌단다. '아, 나도 처음 교단에 섰을 때는 저렇게 뜨거웠었는데.' 하고 말이야. 사교육계에서 식어버렸던 아빠의 심장에 다시금 뜨거운 피가 도는 느낌이었어.


2. 텅 빈 교실,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캔버스


연수 중 잠시 짬을 내어 내가 맡게 될 교실에 들어가 보았단다. 아직 아이들이 없는 텅 빈 교실. 아빠는 한참 동안 빈 책상들을 가만히 바라보았어. 그리고 그 자리에 하나둘 앉아 나를 바라볼 아이들의 까만 눈동자들을 상상해 보았지.

그 순간 가슴 벅찬 기대감이 차오르더구나. "이곳에서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이 아이들 또한 무엇으로든 자라나게 만들 수 있겠구나." 텅 빈 교실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그려나갈 무한한 캔버스처럼 느껴졌단다.


3.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사랑하는 아들과 딸아. 아빠는 이번 1년을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살아보려 한다. 교단에 처음 섰던 20대 청년의 '설렘'과, 어쩌면 내 교직 생활의 마지막 무대일지도 모른다는 50대의 '절박함'을 모두 담아서 말이다.

내게 주어진 이 1년이라는 시간을 단 1분도 허투루 쓰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지닌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일', 내 가슴이 뛰어서 '하고 싶은 일', 그리고 교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 모두를 후회 없이 쏟아붓고 오려고한다. 훗날 뒤돌아보았을 때, 내 인생에서 가장 꽉 찬 1년으로 기억되도록 말이야.


아침을 기도로 열고, 저녁을 기도로 닫는 이 학교에서의 연수 기간 내내 아빠의 마음은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편안했단다. 각오와 기대, 희망이 뒤섞인 이 떨림 속에서 아빠는 확신하게 되었어.

내가 돌고 돌아 결국 이곳에 서게 된 것. 이 모든 것이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정교하게 만들어주신 '옳은 길'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빠의 이 새로운 출발과, 곧 만나게 될 텅 빈 교실의 아이들을 위해 너희도 함께 기도해 주렴.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한, 너희의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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