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을 나는 백구 May 21. 2023

말할 수 있는 비밀 4-(2)

대의를 파악하라!

  비문학 독서 지문을 읽을 때 학생들이 잘못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부분적인 내용에 집착하는 것이다. 세부 내용에 집착하다보면 받아들여야 할 정보량이 많아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글이 어렵다고 느껴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대부분 문제와 선택지를 읽으면서 글로 되돌아와 사실관계를 파악하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글을 빨리 읽더라도 문제푸는 시간은 늘어나게 된다. 만약 우리 아이가 국어 시험을 보고 나서 문제 다 풀 수 있었는데 시간이 부족했다고 한다면 이러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시간만 더 있었으면 문제를 다 풀 수 있었어요.
이제부터 시간 조절만 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과 관련된 문제는 단순히 글을 빨리 읽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글은 천천히 읽고, 문제를 빠르게 풀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고치려고 글을 빨리 읽는 데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 진다. 글을 빨리 읽고 나면 핵심 내용이 전혀 생각나지 않게 된다. 문제를 풀다가 지문으로 돌아올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결국 국어를 멀리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경우 글을 읽으면서 '대의(大意)' 파악하는 연습을 하면 효과적이다. '대의'란 글의 대략적인 의미라는 뜻으로 글을 읽는 과정에서 이어질 내용을 예측하고, 확인하고, 정리하는 데 효과적이다. 


'대의(大意)' 파악하는 연습을 하자.


  우선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 글을 왜 썼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물론 단순하게 생각하면 문제를 내기 위해서 출제자가 글을 쓴 것일 수 있다. (수능 비문학 독서 지문은 출제 현장에서 출제자가 직접 글을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의 핵심은 수능이 지닌 본질적 의미를 찾아보자는데 있다. 글의 내용이 교육적 가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분명 글 속에서 글쓴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과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기 시작하면 글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기본기가 완성된 셈이다. 

  다음은 전체 글 가운데 1문단을 읽을 때 본인이 가진 역량의 70%를 쏟아 부어 보자. 전체 글을 읽을 때 사용할 에너지의 70%를 1문단 독해에 사용하라는 말이다. 글의 시작 부분에 글의 의도와 목적, 나아갈 방향 등이 제시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맞추어 글을 읽어가다 보면 어느덧 전체 내용이 자연스레 정리되기 때문이다. 


다음 글을 읽어 보자.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즐거움이다. 독서의 즐거움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심에는 ‘소통의 즐거움’이 있다.


윗글은 단 2문장으로 이루어진 단락이다. 단락의 핵심어를 찾아보면, '책', '즐거움', '독서의 즐거움', '소통의 즐거움' 등이 될 것이다. 결국 이어지는 내용 속에서 "책 읽는 일은 즐겁다. 그 가운데 소통하는 즐거움이 핵심이다." 라는 설명이 이어지게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 대의파악을 하게 되면 글의 내용이 흩어지게 되는 일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이어지는 내용을 보자.


  독자는 독서를 통해 책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경험한다. 독서는 필자와 간접적으로 대화하는 소통 행위이다. 독자는 자신이 속한 사회나 시대의 영향 아래 필자가 속해 있거나 드러내고자 하는 사회나 시대를 경험한다. 직접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삶을 필자를 매개로 만나고 이해하면서 독자는 더 넓은 시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있다. 이때 같은 책을 읽은 독자라도 독자의 배경 지식이나 관점 등의 독자 요인, 읽기 환경이나 과제 등의 상황 요인이 다르므로, 필자가 보여 주는 세계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저마다 소통 과정에서 다른 의미를 구성할 수 있다.                                                                

  이러한 소통독자가 책의 내용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가능해진다. 독자는 책에서 답을 찾는 질문, 독자 자신에게서 답을 찾는 질문 등을 제기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책에 명시된 내용에서 답을 발견할 수 있고, 책의 내용들을 관계 지으며 답에 해당하는 내용을 스스로 구성할 수도 있다. 또한 후자의 경우 책에는 없는 독자의 경험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런 질문들을 풍부히 생성하고 주체적으로 답을 찾을 때 소통의 즐거움은 더 커진다.
  한편 독자는 ㉠다른 독자와 소통하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도 있다. 책과의 소통을 통해 개인적으로 형성한 의미를 독서 모임이나 독서 동아리 등에서 다른 독자들과 나누는 일이 이에 해당한다. 비슷한 해석에 서로 공감하며 기존 인식을 강화하거나 관점의 차이를 확인하고 기존 인식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독자는 자신의 인식을 심화・확장할 수 있다. 최근 소통 공간이 온라인으로 확대되면서 독서를 통해 다른 독자들과 소통하며 즐거움을 누리는 양상이 더 다양해지고 있다. 자신의 독서 경험을 담은 글이나 동영상을 생산・공유함으로써, 책을 읽지 않은 타인이 책과 소통하도록 돕는 것도 책을 통한 소통의 즐거움을 나누는 일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글은 전체적으로 '독서의 즐거움'을 언급하고 있다. 학생들이 책을 읽을 때 어떤 방식으로 읽어야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를 담아 글을 쓴 것으로 보인다. 결국 책을 읽으면서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에서 '책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른 독자와 소통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단 2문장으로 이루어진 1문단의 내용이 2, 3문단과 4문단으로 이어지면서 '독서의 즐거움'이라는 대의를 풀어내고 있다. 만약 대의 파악이 잘 되고 있다면 아래의 문제에 대한 답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윗글을 읽고 ㉠에 대해 보인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스스로 독서 계획을 세우고 자신에게 필요한 책을 찾아 개인적으로 읽는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겠군.

② 독서 모임에서 서로 다른 관점을 확인하고 자신의 관점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겠군.

③ 개인적으로 형성한 의미를, 독서 동아리를 통해 심화하는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겠군.

④ 자신의 독서 경험을 담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겠군.

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 해석을 나누는 과정에서도 경험할 수 있겠군.



정답은 ①이다. '다른 독자와 소통하는 즐거움'은 개인적 읽기 과정이 아니라 '책과의 소통'을 하고 난 뒤 개인적으로 형성한 의미를 '다른 독자들과 나누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①이 끝난 뒤 이어지낸 내용이 ㉠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말할 수 있는 비밀 4-(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