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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Jun 10. 2023

말할 수 있는 비밀 4-(3)

발문과 선택지와 정답과 오답 사이

  출제자들은 비문학 독서 지문의 경우 자신이 직접 글을 만들고 출제한다. 이 경우 우선 지문을 수준높게 만드는 과정이 먼저지만, 문제 출제 과정도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좋은 재료이기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학교의 경우 선생님들이 큰 문제 없는 문제를 만들고 싶어 하고, 교육청 학력평가 출제의 경우 출제자들이 본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자 하지만 능력의 한계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평가원에서 실시하는 모의 평가(이하 모평)나 수능의 경우 최선이 아닌 최상의 지문과 문제 수준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시중에 돌아다니는 여러 문제집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은 바로 평가원 기출 문제를 다룬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보자. 평가원에서 만든 지문과 문항을 검토하다 보면 확실히 글의 내용과 수준이 일반적인 문항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문의 경우 최대한 동어반복을 피하면서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만든다. 문항은 글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다룬 내용들을 언급하면서 수험생이 글의 주제를 제대로 찾고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한다. 이런 과정에서 문항의 선택지를 만들게 되기 때문에 오답의 경우 글의 내용을 머리에 떠올리면서 그럴듯한 말들을 만들어 내고, 정답의 경우 글의 핵심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루게 되는 것이다. 다음 글을 읽어 보자. [2023년 6월 모의평가 문항]



  선생님의 권유나 친구의 추천, 자기 계발 등 우리가 독서를 하게 되는 동기는 다양하다. 독서 동기는 ‘독서를 이끌어 내고, 지속하는 힘’으로 정의되는데, 이 정의에는 독서의 시작과 지속이라는 두 측면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독서 동기는 슈츠가 제시한 ‘때문에 동기’와 ‘위하여 동기’라는 두 유형을 적용하여 설명할 수 있다. 


  이 글은 독서의 동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고 있구나. 그런데 독서의 동기를 다시 '때문에(동기성)'와 '위하여(지속성)'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군!


  독서의 ‘때문에 동기’는 독서 행위를 하게 만든 이유를 의미한다. 이는 독서 행위를 유발한 계기가 되므로 독서 이전 시점에 이미 발생한 사건이나 경험에 해당한다. 독서의 ‘위하여 동기’는 독서 행위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의미한다. 그 목적은 독서 행위의 결과로 달성되므로 독서 이후 시점의 상태에 대한 기대나 예측이라는 성격을 가지며,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책을 선물로 받아서 읽게 되었다고 할 때, 선물로 책을 받은 것은 이 독서 행위의 ‘때문에 동기’이다. 그리고 책을 읽고 친구와 책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목적으로 설정했다면 이는 ‘위하여 동기’가 된다. 또한 독서 행위를 통해 성취감이나 감동을 느끼는 것, 선물로 받은 책을 읽어서 친구를 실망시키지 않는 것 등도 이 독서 행위의 결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이므로 역시 ‘위하여 동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문단에서는 앞에서 다룬 '때문에'와 '위하여' 동기를 좀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 '때문에'는 독서를 하기 전과 관련된 경험이라면, '위하여'는 독서를 한 뒤의 경험과 관련되어 있군. 

  

잠깐! 그런데 이러한 독서의 동기를 수험생에게 왜 설명하고 있는 걸까? 수험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은 너무 오래된 습관인데, 설마 지금 문제를 풀면서 잘못된 습관을 고치겠다는 건 아니겠지? 뭐 계속 읽어 보자.



  이러한 동기 개념은 독서 습관의 형성 과정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성공적인 독서 경험의 핵심은 독서 행위를 통해 즐거움과 유익함을 경험하는 것인데,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되면 다른 책을 더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 그러한 마음은 새로운 독서 행위로 연결된다. 독서의 즐거움과 유익함은 새로운 독서 행위의 이유가 된다는 점에서 ‘때문에 동기’가 된다. 동시에, 새로운 독서 행위를 통해 다시 경험하고 싶어지는 ‘위하여 동기’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선순환을 통해 독서 경험이 반복되고 심화되면서 독서 습관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따라서 독서 습관을 형성하려면 ‘때문에 동기’와 ‘위하여 동기’를 바탕으로 우선 독서 행위를 시작하는 것과, 성공적인 독서 경험을 통해 독서 행위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하! 결국 독서 동기 설명을 통해 '독서 습관 형성'을 언급하려고 했던 거군. 책을 제대로 읽었다면 당연히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고, 이러한 행위가 또 다른 독서의 출발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때문에 동기'로 인해 책을 읽고 '위하여 동기'를 위해 책을 끝까지 읽게 되며 나중에 이 '위하여 동기'가 새로운 책을 읽게 되는 '때문에 동기'가 되기도 한다는 말이네.


  자, 윗글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다룬 내용은 '독서 동기'를 통해 '독서 습관 형성'을 설명하는 것이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첫 번째 문제는 바로 이 핵심 내용에 대한 질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윗글의 내용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타인의 권유나 추천이 독서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② 슈츠는 동기의 두 측면을 합쳐 하나의 유형으로 제시했다. 
③ 독서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독서 행위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④ 독서 동기의 정의는 독서를 시작하게 하는 힘과 계속하게 하는 힘을 포함한다. 
⑤ 독서의 ‘때문에 동기’와 ‘위하여 동기’는 독서 습관의 형성 과정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이 문항의 모든 선택지는 독서 동기와 독서 습관을 언급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선택지로 다룬다는 것이다. 그런데, 윗글에서 독서 동기를 2가지로 나눠 설명하고 있지만 ② 는 동기의 두 측면을 하나로 합쳤다고 말하고 있다. 글의 핵심 내용을 잘못 이해한 선택지다. 특히, 윗글은 '위하여 동기'가 다른 독서의 '때문에 동기'가 되는 선순환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비해, 단순히 다른 동기 2개를 합쳐서 하나의 유형으로 만들었다는 언급은 글의 목적과 의도를 왜곡하여 읽은 결과이다.  


긍정 발문의 정답을 찾고 싶다면 '주제'를 생각하자.
부정 발문의 정답을 찾고 싶다면 '주제'를 뒤집으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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