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 투성이 하루 속 유일한 정답: 다시 돌아온 학교

아들아, 딸아, 내일의 너희에게 보내는 쉰 번째 편지

by 하늘을 나는 백구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어느덧 아빠가 너희에게 띄우는 편지가 쉰 번째를 맞이했구나. 오늘은 아빠가 참으로 오랜만에 다시 돌아간 학교에서 보낸,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던 며칠간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십수 년 만에 돌아온 공교육 현장은 아빠의 기억 속 학교와는 참 많이도 달라져 있더구나. 한마디로 아빠는 첫날부터 '오답 투성이'의 연속이었단다.


1. 낯선 전산 시스템 앞의 작아진 아빠


가장 아빠의 진땀을 뺀 건 다름 아닌 컴퓨터 시스템이었어. 예전에는 출석부 하나 들고 교실에 들어가면 끝이었는데, 요즘은 모든 게 전산화되어 있더구나.

그런데 하필 아빠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 NEIS) 인증이 제때 처리가 안 되면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어. 시스템 접속이 안 되니 우리 반 아이들 출결 체크도 못 하고, 학교의 전체 공지사항이 뭔지 확인할 길도 없었지. 눈뜬장님처럼 옆자리 선생님들께 매번 물어봐야 했단다.

밤에는 정말 오랜만에 야간 자율학습 감독을 했어. 예전과 달리 요즘은 초과근무수당도 지급된다고 하더구나. 그런데 이 역시 전산으로 신청해야 하는 터라, 시스템 접속이 안 되는 아빠는 신청 버튼은커녕 화면 구경도 하지 못했지.


2. 길 잃은 베테랑, 복잡해진 이동 수업


수업 방식도 참 많이 변했더라. 요즘은 고교학점제니 뭐니 해서 아이들의 선택 과목이 다양해지다 보니 '이동 수업'이 어찌나 많은지 몰라.

쉬는 시간만 되면 아이들이 자기 시간표에 맞춰 이 교실, 저 교실로 우르르 흩어지는데, 담임인 아빠조차 도대체 우리 반 아이들이 지금 어느 교실에서 무슨 수업을 듣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웠어. 머릿속에 든 지식과 가르치고자 하는 열정은 20대 그대로인데, 낯선 행정 시스템과 바뀐 환경 앞에서는 쩔쩔매는 풋내기 초보 교사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단다.


3. 하지만 유일한 정답, 아이들


그렇게 하루 종일 버벅거리고, 헤매고, 낯선 시스템과 씨름하며 진을 뺐지.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 있었어.

행정 업무 앞에서는 오답 투성이었던 아빠가, 막상 교실에 들어가 아이들과 마주 앉아 상담을 하는 시간만큼은 너무나 즐겁고 포근했단다.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을 들여다보고, 진로에 대한 풋풋한 고민을 듣고, 함께 1년의 목표를 세우는 그 순간. 그 순간만큼은 답답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고 가슴속에서 뜨거운 에너지가 솟아오르더구나.

시스템이 아무리 복잡해지고 세상이 변했어도, 결국 학교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어.



그날 아빠는 밤 10시가 되어서야 캄캄해진 교정을 걸어 나왔단다. 하루 종일 긴장하고 헤매느라 녹초가 될 법도 한데, 신기하게도 피곤한 줄을 전혀 모르겠더구나. 오히려 가슴 벅찬 포만감이 아빠의 발걸음을 가볍게 밀어주었어.

사랑하는 아들과 딸아. 모든 것이 낯설고 실수투성이인 하루였지만, 아이들을 향한 아빠의 진심이라는 '유일한 정답'을 확인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한 날이었다.


자, 날이 밝았구나. "오늘은 또 학교에서 어떤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생길까?" 두려움보다는 기분 좋은 설렘을 안고, 아빠는 다시 학교로 향한다. 너희의 오늘 하루도 기분 좋은 설렘으로 가득하기를 바란다.

다시 선생님이 되어 가슴이 뛰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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