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딸아, 내일의 너희에게 보내는 쉰두 번째 편지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오늘은 아빠의 마음이 참 무겁고 복잡하구나. 학교로 돌아와 아이들과 웃으며 지내는 꿈같은 시간 이면에, 아빠가 반드시 짊어져야 할 진짜 교사의 무게를 처음으로 마주한 날이기 때문이란다.
오늘은 아빠 반에 있는, 참으로 안타깝고 짠한 녀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1. 위태로운 벼랑 끝에 선 아이
우리 반에는 개학 이후 제대로 출석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학생이 있단다. 이 녀석의 유일한 목표는 그저 무사히 '졸업'장을 쥐는 것인데, 지금 상황을 보면 그 소박한 목표조차 제대로 이룰 수 있을지 몹시 위태롭기만 하구나.
엊그제는 어디서 무슨 말썽을 피웠는지 '사회봉사명령서'를 들고 와서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고 하더군. 속이 시커맣게 타들어 가는 아빠 마음도 모른 채, 오늘은 또 뜬금없이 뒤늦게 직업 위탁교육을 받고 싶다고 찾아왔어.
아빠는 어떻게든 이 녀석을 살려보고, 졸업이라도 시켜보려고 이리저리 규정을 찾아보고 방법을 알아보고 있단다. 하지만 이미 시기를 놓친 부분도 많고, 규정상 아빠가 도와줄 수 있는 일에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부딪히며 느끼고 있어.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노릇이지.
2. 학원에는 오지 않는 아이들
이 녀석의 텅 빈 자리를 보며, 아빠는 오늘 하루 종일 깊은 생각에 잠겼단다. 만약 내가 아직 학원에 있었다면, 이런 아이를 만날 일이 있었을까?
학원은 철저하게 목적이 있는 아이들이 오는 곳이지. 공부를 잘하고 싶거나, 부모님의 강권에 의해서라도 어떻게든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아이들 말이야. 이렇게 학교에 나오지도 않고, 방황하며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아이들은 애초에 학원 문턱조차 넘지 않는단다. 학원 강사 시절의 아빠는 상위권 대학에 갈 아이들의 성적을 올려주는 데만 집중했지, 이처럼 삶의 궤도에서 이탈하려는 아이들의 손을 잡아줄 기회도, 이유도 없었어.
3. 공교육이 감당해야 할 진정한 무게
그제야 아빠는 깨달았단다. "아, 이것이 바로 공교육이 짊어져야 할 진짜 무게구나."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더 잘하게 이끌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원이나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 갈 곳을 잃고 헤매는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품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학교가 존재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자, 국가의 공교육이 반드시 해결하고 도와주어야 할 숙제라는 것을 말이야.
강사 시절에는 '성적표'로 아이들을 보았다면, 이제는 '아이의 삶' 자체를 보아야 하는 진짜 선생님의 자리에 섰음을 실감하고 있어. 아빠가 다시 학교로 돌아와 맞이한, 가장 아프고도 무거운 첫 번째 고민인 셈이지.
사랑하는 아들과 딸아.
세상에는 누군가의 따뜻한 관심과 손길이 절실하게 필요한, 그러나 겉으로는 엇나가기만 하는 상처 입은 아이들이 참 많단다.
아빠가 이 녀석을 위해 어디까지 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행정적인 한계에 부딪혀 결국 녀석이 원하는 대로 다 해주지는 못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적어도 이 녀석이 "우리 담임 선생님은 끝까지 나를 포기하지 않고 돕기 위해 애써주셨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가슴에 남길 수 있도록, 아빠는 오늘 밤도 이 녀석을 위한 고민으로 하루를 지새워 보려 한다.
오늘은 칠판 앞의 명강사보다, 길 잃은 양을 찾아 헤매는 목자가 되고 싶은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