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선생님'으로 받은 첫 월급
아들아, 딸아, 내일의 너희에게 보내는 쉰세 번째 편지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오늘 새벽, 곤히 자고 있던 아빠를 깨운 건 느닷없이 울린 휴대전화 문자 알림 소리였단다. 눈을 비비며 화면을 켜보니, 은행에서 온 입금 내역이었어. 바로 아빠가 학교에 출근하고 처음으로 받는 '첫 급여'였지.
1. 금액보다 설레었던 '교사'라는 이름의 무게
학교에 첫발을 내디딘 후 지난 2주 동안, 아빠는 정말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단다. 낯선 시스템에 적응하고 아이들 이름을 외우느라, 내 호봉이 얼마로 책정되었는지, 연봉 계약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지.
보름 남짓 일하고 받은 첫 월급. 명세서를 찬찬히 살펴보니, 아빠의 원래 경력에 비하면 호봉이 덜 계산되어 들어왔더구나. 하지만 신기하게도 금액이 적다는 아쉬움은 전혀 들지 않았어. 오히려 아빠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한 건, 내가 드디어 다시 '학교 선생님'으로서 급여를 받고 있다는 그 벅찬 사실 그 자체였단다.
2. '계약직 교사'라는 선명한 글자가 내게 준 것
급여 명세서 맨 위쪽에는 아빠의 신분이 아주 선명하고 분명하게 적혀 있었어. [계약직 교사]
누군가는 그 단어를 보며 씁쓸함을 느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빠는 전혀 섭섭하거나 자존심 상하지 않았단다. 애초에 내가 스스로 선택하고 들어온 자리인데 꼬리표가 무슨 상관이겠니.
오히려 그 선명한 글자는 아빠의 마음을 다잡게 하는 묘한 힘이 있었어. 이 명세서는 나에게 '앞으로 1년 동안 이 학교와 아이들을 위해 네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잊지 마라'라고 말해주는 일종의 책임감 청구서 같았거든. 내 신분이 무엇이든 간에, 아이들 앞에서는 똑같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담임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게 되더구나.
3. 몸은 피곤하지만, 정신은 맑아지는 마법의 공간
학교생활은 학원 강사 시절과 비교하면 몸은 훨씬 더 고단하단다.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고, 하루 종일 아이들과 부대끼며 행정 업무까지 챙기다 보면 퇴근 무렵엔 파김치가 되곤 하지.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야. 몸은 이렇게 피곤한데, 정신은 학원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덜 피곤하고 맑단다. 아마도 이곳의 공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이 학교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선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졌고, 아이들 역시 티 없이 맑고 순수하거든. 착하고 선한 사람들과 에너지를 주고받다 보니, 육체의 피로를 덮고도 남을 만큼 커다란 마음의 위안과 힘을 얻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매일 아침 출근길이 고단하기보다 즐거운 마음이 앞선단다.
사랑하는 아들과 딸아.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내가 사랑하고 가치를 느끼는 일을 하며 받는 대가는 이토록 달콤하고 설레는 것이란다. 너희도 직장에서 월급을 받을 때마다, 통장에 찍힌 액수보다 그 일을 해낸 너희 자신을 대견해하며 벅찬 설렘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아, 그리고 이건 너희에게만 말하는 비밀인데... 첫 월급을 받고 나니, 다음 달 급여일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구나! (아빠도 어쩔 수 없는 월급쟁이가 다 되었나 보다. 하하.)
오늘도 선한 에너지를 잔뜩 충전하고 올게. 너희의 오늘 하루도 맑고 선명하기를 바란다.
첫 월급의 설렘을 안고 출근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