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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Aug 09. 2023

수시 논술을 위한 책 소개

사실 제가 썼어요^^

 이제 곧 수시 시즌이다. 대부분 재학생의 경우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학교장추천(교과전형)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논술 전형이다. '논술 전형으로 누가 합격한 사람이 있을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는 논술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논술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사실은 내가 집필한 책이다. 올 3월에 나왔으니 벌써 5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많이 팔리지는 않는 책이다. 그런데 나는 나름 책에 애정을 쏟고 정성을 다해 집필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다음은 책의 서문 가운데 일부분이다. 



  처음 이 책의 집필을 의뢰받았을 때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요즘처럼 논술 문제가 쉽게 출제되는 시기에 굳이 책을 사서 공부하려는 학생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들었다.  그리고 대학 논술 시험에서 요구하는 답안 분량이 많이 짧아진 이유로 효과적이고 창의적인 논술문을 작성해야 할 이유를 못 느끼는 수험생들이 논술 공부를 미리 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도 더해졌다.  

  하지만 논술은 단순한 시험이 아닌 ‘문제 해결 전략’에 대한 고민이다.  논술 답안은 흔히 ‘논제’라고 하는 문제를 보고,  그것이 요구하는 핵심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작성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뭔가 어려운 고민은 하지 않으려 하고,  굳이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있다면 손쉽게 동영상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공부를 ‘하지’ 않고 공부를 ‘보는’ 시대가 되었다.  심지어 공부한 내용을 정리한답시고 정리하는 강의를 보고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영상을 보는 아이들이 너무  흔하다.  이러다 보니 스스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과거에 비해 너무 많이 떨어진다.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면 논리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단순하면서도 비약적인 방법을 제시하기 일쑤다.  이런 현실이 이 책을 집필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예전에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이 쓴 우화 형식의 작품을 제시문으로 출제한 적이 있었다.  바로 동물농장이라는 소설이다.  소설에서 ‘복서(말)’가 나이 들어 더 이상 일할 수 없을 지경이 되자, ‘돼지(지배층)’ 들은 폐마도살장에 팔아넘긴다.  결국 ‘복서’는 그곳에서 죽어가고,  ‘돼지’들은  ‘복서’가 좋은 병원에서 편안하게 치료를 받다가 마지막까지 노동의 신성함을 강조하며 죽어갔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때 나왔던 문제가 ‘글에 제시된 현실의 문제를 지적하고 복서의 죽음에 대한 자기 생각을 논술하라. ’였다.  많은 학생들이 ‘복서’가 현실 속 노동자이고,  ‘돼지’는 독재자 또는 추종자이기 때문에 노동자가 현실에서 핍박받고 희생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물론 옳은 지적이다.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였다.  학생들은 ‘노동자가 단결해서 독재 정권을 물리치자.’ 라든지,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현실은 문제가 있다. ’라는 식의 추상적인 답변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이런 답안은 심각한 오류를 지니고 있다.  본문에 지속적으로 ‘무지한 동물들’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스퀼러(돼지이면서 독재자의 앞잡이다. )’가 ‘복서’의 유언을 조작해서 말하지만 많은 동물들이 안심을 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  여기서 잠깐만 생각을 해보자.  무지하다는 말은 현 실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할 수 없는 상황을 가리킨다.  조금만 겁을 줘도 공포에 휩싸이고,  조금만 위로를 해도 금방 안심하는 동물들이 어느 순간 ‘일치단결’하거나 ‘투쟁’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건 우리와 같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나 알 수 있는 얘기이기에 결국 학생들의 답안은 일단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할까? 무지하고 겁 많은 자들이 현실의 문제를 올바로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하거나 가르쳐주는 사람이나 사회제도 등이 필요하다.  인간의 모습에서 그런 사람을 찾는다면 ‘지식인’을 떠올릴 수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행동하는 지식인 또는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침 소설 속에도 그런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벤자민’이라는 친구다.  그는 글을 읽을 수 있었으며,  ‘복서’가 끌려갈 때 위험한 곳으로 가고 있다는 걸 다른 동물들에게 알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벤자민’은 ‘돼지-스퀼러’가 겁을 주자,  이내 꼬리를 내리면서 더는 저항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 점이 우리 사회의 지식인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논술 답안의 ‘창의성’에 대해서도 여러 말들이 있다.  ‘논술 답안은 창의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든지,  ‘굳이 창의적이지 않아도 써야 할 말만 제대로 쓰면 된다. ’는 이야기가 수험생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같은 내용을 다루었지만 읽기 쉬우면서도 논리적인 글이 단순히 핵심어만 나열한 글보다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같은 내용이라도 좀 더 창의적으로 접근하는 법을 연습하는 일은 논술답안 작성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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