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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Aug 08. 2023

친구야 안녕!

전화해 줘서 고마워.

  언제나 자신의 용건을 먼저 말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근황을 슬쩍 얘기하는 친구가 있다. 용건을 먼저 말하기 쑥스럽기도 할뿐더러 사실 자신이 이래저래 다른 친구들과 자주 연락 중이라는 걸 은연중에 자랑한다. 그리고 불쑥하는 말이 


전에 말한 친구 있잖아. 걔가 모시는 회장 딸내미가 말썽인가 봐.
혹시 갈 수 있는 대학 좀 알아봐 줄 수 있어?


  2년 만에 건 전화치고는 너무 뻔뻔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전화를 받게 되면 딱히 거절할만한 핑곗거리를 찾기 어렵다. 


그래, 내 번호 알려주고. 혹시 필요하거나 궁금한 거 있으면 전화하라고 해.


  대략 10분 내외로 전화가 울린다. 그리고 용건을 쏟아낸다. 요즘 내가 자주 받는 지인 찬스 전화 내용이다. 내게 차량을 판매하던 자동차 딜러에서 부터 대학 동기, 자주 들르는 병원 원장 그리고 그 병원 간호사까지 이런 말들을 자주 건넨다. 

  아직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증거려니 하고 기분 좋게 생각하다가도 어느 순간 필요할 때마다 전화를 걸어서는 자신의 요구 조건을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다. 

  지난주 사업자 등록증을 추가로 만들고 신용카드 가맹을 추진 중이다. 앞으로 비슷한 전화가 오면 할 말이 생겼다. 

  응, 전화 줘서 고마워. 간단한 컨설팅은 1시간에 얼마고,
원서 접수까지 정리해 주는 건 얼마야.

이렇게 말해 보려고 한다.

물론 난 또 그렇게 말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그래 전화하라고 해 그냥. 내가 알아서 그냥 상담해 줄게. 

이러고 진짜 해야 할 말은 못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그래서 날 가끔은 찾아주는 친구가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너그러운 맘을 가지고 살고 있었는데. 지금 근무하는 곳에서는 맘이 좁쌀만해지곤 한다. 좀더 넓은 맘으로 편하게 살아야겠다. 오늘은 맘이 밤톨만큼은 넓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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