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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Aug 12. 2023

소통의 신

눈치보기 대작전

  무슨 생각해?

아내와 딸이 묻는다. 사실 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 생각도 안 한다고 말하면 단 번에 


표정이 그게 아닌데 뭘!


내 표정만 보면 내 생각이 보인다는 말이다. 사실이다. 난 표정을 잘 숨기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지 않지만 무표정할 때도 아내와 딸은 불안한가 보다. 내가 가족 앞에서 웃어 주어야 안심이 되나 보다. 평생을 남 다른 꼬라지와 감정 표현에 지칠 법도 한 삶을 살았으니 오죽이나 힘들었을까. 그렇다고 해서 나는 늘 편한 것만은 아니다. 가족들 앞에서 잠깐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금방 질문이 터져 나온다. 

무슨 일 있어? 왜 표정이 그래?


  무슨 일이 있어도 표정이 일그러지지만 그냥 몸이 찌뿌둥해도 무표정해질 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몸이 좀 아파서 그래. 걱정 안 해도 돼."라고 말해 볼까 했지만, 

몸 좀 아프다고 식구들 앞에서 그렇게 표정을 지으면 너무 걱정되잖아!


라는 말을 들을까 겁부터 난다. 그래서 그냥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자신감 없이 말을 하고 만다. 그런데 그 자신감이 문제다. 좀더 힘을 주고 자신감 있게 말을 해야 하는데 그걸 잘 못하니 말이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데 뭘!

계속 되풀이되는 느낌이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여자와 대화할 때는 5초마다 한 번씩 이 말만 하면 3시간도 너끈히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단다. 

어! 그래?

그래서 나도 아내와 대화할 때 시도를 해 보았다. "어! 그래?"라고

  그런데 이번에도 이게 아닌가 보다. 우선은

내가 뭐라 그랬는데?

라고 묻는다. 

아니면

반응이 그게 뭐야? 말하는 사람 힘 빠지게.

아니면 정말 이유를 모르겠는데 이렇게 말한다. 

됐어! 말 안 할래.

아직도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하나보다. 남들 앞에서 서서 강의를 하며 지낸 세월이 30년인데, 정작 나는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지를 못했나 보다. 이제부터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작은 여자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귀도 낡나 보다. 하. 보청기를 달아야 할까 보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운전 중 아내에게 전화가 온다. 

어디야?
응, 가고 있어. 
내가 오냐고 물어봤어? 어디냐고?
그니까, 그게. 그냥  가고 있다고......

오늘도 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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