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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Sep 03. 2023

오래가는 학원

실력은 기본

  내가 교사 생활을 그만두고 학원에 나온 게 05년이니 강사생활을 한 지 거의 20년 가까이 된다. 가만 보면 교사로서의 생활보다 강사나 원장으로서의 생활을 더 오래 한 셈이다. 처음 학원에 나왔을 때, 대치동 보습 학원 강의를 시작했다. 당시 대치동에서 이제 막 새롭게 뜨기 시작하는 명*학원 강의를 시작으로 홍*(지금은 없어졌다) 학원과 대치이강* 학원 대치우*학원 등에서 강의를 했다. 우연히 학원가 큰손 할머니(?) - 나이로 보면 당시는 완전 할머니는 아니었지만 난 그냥 그렇게 부르는 게 편했다. 두 분을 만나게 되어 평촌에 현재 대치**학원의 전신인 일성학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한 주간 수업으로 다니던 학원만 해도 지금 언급한 곳 외에 메*스터디 강남점을 포함하여 10곳 정도였으니 과히 피곤할 만도 했다.

  처음에는 돈을 버는 재미로 피곤한 줄도 모르고 수업을 다녔다. 멀게는 천안에서 평촌, 과천, 대치, 명일, 구산동까지..... 그런데 머릿속에 남아있는 추억이 문제였다. 학원에 나온 뒤 5년이 되기도 전에 계속 학교가 그리웠다. - 사실 학교로 돌아가라고 해도 여러 여건 상 돌아가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 정해진 곳에 앉아서 근무하는 것에 대한 향수라고나 할까? 아무튼 내 삶이 불안정하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사실은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안정적이었음에도 말이다.

  당시에 내가 수업을 다니던 학원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있는 곳은 명*학원, 대치이*학원, 메*스터디 정도다. 나머지는 그렇게 잘 되다가도 어느 순간 사라지기 일쑤였다. 강사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항상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게 되고 대응이 쉽지 않다. 시스템과 강사 의존도를 적절하게 분배한 곳이다. 외부 투자자들을 모집하여 꾸준히 학원 운영을 쇄신한 곳이 아니면 치열한 학원가에서 10년 이상 살아남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 난 꽤 잘 버티고 있는 것 같다. 뭐 다른 직장을 근거로 부업처럼 하고 있는 사업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나름 내 직감과 직관으로 만들었던 교육 아이템들이 서서히 빛을 보고 있는 것도 같다. 올해 10월 전에는 5년 뒤 바뀌게 될 대입 정책 등을 분석해서 설명회를 해 볼 생각이다. 지금의 규모를 조금 더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그런데 앞서 사라진 학원들이 지닌 공통점이 하나 있다는 걸 잊었다. 그건 강사든 실장이든, 동업 원장이든 욕심 때문이었다. 욕심이 화를 부르고 화가 타툼을 불렀다. 내가 아는 동업자들은 그렇게 다들 둘도 없이 친한 사이에서 원수가 되어 갈라졌다.

  그런 이유로 나는 처음부터 둘도 없는 사이처럼 만난 사람들과 동업은 하지 않을 것이다. 현명하고 지혜롭게 지금까지 남아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학원들처럼 시스템과 투자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오늘 수업은 좀 더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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