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직업유산답사기4(첫번째합격)

의외의 합격-시공사

by 반향

신나고 재미있는 노량진 생활을 하는 동안 나름 열심히 공부를 하였다. 물론 쉬운건 아니었다. 특히 내 공부의 주 타겟은 토목직 7급 공무원이었기에 국어, 영어, 한국사, 물리, 응용역학, 수리수문학, 토질역학 이렇게 이름만 들어도 현기증 나는 7개의 과목을 해야 했다. 하지만 장점도 있었다. 다양한 과목을 폭넓게 공부하다보니 대학교 다닐때 부분적으로 알았던 전공 지식이 통합되는 느낌을 받았고 합격은 못해도 내 스스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의외의 길이 열렸다.


토목 전공자들은 기본적으로 시공사, 설계회사, 공무원/공기업 등에서 주 진로를 결정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시공사에 가는 경우가 다수인데 나는 소수의 길인 공무원/공기업의 길로 갔던것이다. 하지만 날아갈것 같은 나의 팔랑팔랑한 귀는 여기저기 지원하게 만들었고 여러 시공사에도 지원하게 하였다.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회사들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SK건설 등 쓸 수 있는 상위권 시공사에는 거의 지원을 하였다. 하지만 학부 성적이 좋지 않았던 나에게 서류라는 1차 관문을 통과시켜 주는 곳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유일하게 1차 관문을 허락해 준 곳이 있었으니 바로 삼성물산이었다.


하지만 나는 원래 공무원/공기업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시공사에 큰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일종의 보험의 성격으로 지원하였던것 같다. 그래도 1차 서류를 통과시켜준 삼성물산에 감사한 마음으로 대학교 동기 친구들과 함께 우루루 2차 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시험을 보러갔다.


시험은 구체적으로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일반상식 내용과 전공관련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던것 같다. 그 때의 나의 컨디션은 국어/영어/한국사 공부로 상식이 나름 풍부했고, 물리/응용역학/수리수문학/토질역학 공부로 전공에 나름 능통하였다. 나는 술술 문제를 풀었고 시험이 끝나고 못푼 문제없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얼마 후 결과가 나왔다 두둥! 2차도 합격해 버렸다. 친구들과 우루루 2차 시험을 보러갔으나 2차에 합격한 동기들은 나를 포함하여 몇명되지 않았다. 떨어진 친구들은 내가 붙은게 아마 이상하다고 생각했을것 같다. 왜냐하면 학교 성적으로는 내가 중하위였기 때문에 나보다 성적이 좋은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운이 좋았다고 할 뿐 다른 내색은 하지 않았다. 최종 단계인 3차 면접 시험이 남아있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하였는가. 원래는 보험으로 지원했던 삼성물산이 눈앞으로 다가오니 나는 면접을 꼭 잘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였다. 자료를 수집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 노력하였다. 원래는 시공사에 가기 싫어 공무원/공기업을 준비하였으나 막상 대기업에 붙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목적이 흐려보였다. 아무튼 나는 준비를 열심히 하였고 결국엔 운이 좋게도 삼성물산에 최종합격하였다.


1차를 붙여준 곳이 1군데 였는데 그곳에서 최종까지 합격시켜 준 것이었다. 그 당시 나는 파란피가 흐르는 삼성맨이 이미 되어버렸다. 대학교 4학년 1학기 여름방학을 앞둔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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