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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아 Apr 24. 2021

엄마

한번 들었을 뿐인데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말들이 있다.


막 대학에 입학했을 무렵 엄마가 운전하던 차에 틀어둔 라디오에서 자녀를 스무 살까지 키우는 데에는 평균 2억이 든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엄마 나 없었으면 지금 우리 집보다 두배는 더 큰집에 살 텐데’라고 했더니

엄마는 ‘네가 없으면 재미가 없지’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이 좋았다.


너는 나의 삶의 이유이자 기쁨이라는 등 모성애가 담기지 않은 담백한 말이라 더 좋았고,

스물여섯의 어린 엄마가 서울에 올라와 가난한 살림에 나를 낳고 키우는 동안

피로감이 가득했을 인간 조선이씨의 인생에도 재미가 존재했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꼈다.


엄마가 자기네 인생을 깎아가며 차곡차곡 키운 나는 아직도 미성숙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라는 존재가 당신에게 무어냐는 두루뭉술한 물음에 웃으며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는 팍팍한 인생을 견뎌내는 방법을 알려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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