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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Aug 05. 2022

10 친구를 어떻게 만드는지 모른다




아주 어릴 때부터, 나의 꿈은 작은 집에 홀로 사는 것이었다. 막연히 숲 한가운데라던가, 들판 같은 곳, 혹은 바닷가 절벽을 꿈꿨다. 집의 구조나 가구 따위를 자세히 그림으로 그려보기도 했다. 그 상상 속의 나는 언제나 혼자였다. 긴 시간 동안 나의 이상적 미래에는 나뿐이었다.




개인주의자로 태어난 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주의자로 자라기는 했다. 부모님은 각자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고, 집은 항상 조용했다. 나는 내 방 책장에 가득 있는 책을 꺼내 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지루해지면 그림을 그렸고, 그래도 지루하면 동생과 놀았다. 동생과 나는 꽤 늦은 나이까지 인형 놀이를 하며 보냈는데,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집은 바깥과 너무도 차단된 공간이어서 또래의 일반적인 놀이가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혼자 멍하니 앉아 온갖 상상을 하거나, 동생과 그 상상을 밖으로 끄집어내면서 긴 유년기를 보냈다. 나는 그때 이미 일반적인 성장 과정에서 어긋나고 말았다.


그래서 초등학생 시절에는 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그래도 친구들은 항상 있었다. 친구를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생기는 것은, 그들이 나처럼 어디에 속하지 못한 나머지였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계속 나머지였고, 나는 거기서 비로소 안정감을 얻었다. 학교에서 말 많고 인기 많고 목소리 큰 친구들과 나는 본질적으로 달랐고, 나는 항상 본능적으로 그걸 깨달았다. 그렇게 쭉. 운이 좋아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과 뭉쳐 있을 수 있었다. 끼리끼리 논다는 말은 어떤 성향의 사람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었다. 가구 아래의 먼지들이 결국 한데 뭉쳐 공이 되는 것처럼, 틈새의 사람들도 함께 뭉쳐 무리를 형성했다.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그렇게 일종의 선별 과정을 거친 결과물에 가까웠다.


하지만 관계 맺기는 여전히 어색하고 어려우며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일어나 버리거나 일어나지 않거나 했다. 나의 선택과는 무관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실 어떻게 남들과 살아가야 하는지 배운 적은 없다. 그저 적당히 눈치껏 살아온 과정으로 이런저런 행동 방식을 터득했을 뿐이다. 이런 행동을 하면 싫어하고 이런 행동을 하면 받아들여지는구나. 그런 걸 누가 정하는지 모르지만, 따르기 바빴다. 인간은 끊임없이 무리에 속하고 받아들여지기 위해 노력하도록 설계된 것이 틀림없었다. 그 무리가 다른 사람들의 선별 과정에서 배제된 이들이라고 해도. 


처음에는 조급했고 그다음에는 외로웠다. 어차피 나와 꼭 맞는 사람은 만날 수 없었다. 나는 나와 친구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당연히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시행착오로 배운 것들을 역행이라도 하듯 관계에 대한 관심도 집착도 잃어버렸다. 그대로 멀어지니 귀찮아졌고, 귀찮아지니 상관없어졌다. 나는 다시 유년기로 돌아갔다. 텅 빈 집 안을 돌아다니고, 먼지 쌓인 책장을 구경하고, 내 생각에 둘러싸여 창밖을 쳐다보았다.


바야흐로 외로운 개인주의자들의 시대이다. 외로운 것은 싫지만 혼자가 되고 싶고, 책임에서 자유롭고 싶지만 관계는 맺고 싶다. 이대로 모든 사람과 멀어지고 혼자 죽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위기감을 느끼다가도 그것이 왜 두려울 만한 일인지 재고한다. 인간 존재로서의 내가 크게 의미가 없다면, 나와 이어지는 것 또한 무의미하겠지. 누구도 나를 생각하고 있지 않고 궁금해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쭉 그럴 테다. 아무래도 상관없어진다. 고작 죽을 때 혼자가 아니기 위해 타인과의 관계에 집중한다는 건 무의미한 일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는 자신이 세상에서 없어져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음을 두려워하지만, 나는 그것을 점점 반기기 시작했다. 무의미한 인생을 살다 가는 것은 자연의 섭리라고 믿는다.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 인류와 지구, 그리고 우주도 그렇게 잊히겠지. 그건 아름다운 일임이 틀림없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혼자라는 상태는 개별의 존재를 공고히 하는 과정이라고. 고독은 정체성을 담금질하는 시간이다. 나는 더욱 내가 되지만, 동시에 남과 섞여 들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해지고 만다. 자아는 나를 나로 만들지만, 동시에 나와 남의 넘을 수 없는 거리를 만든다. 어떤 관계를 맺어도 점 사이에 선이 그어지는 것일 뿐, 점이 겹치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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