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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경 Apr 30. 2018

#04 횡단열차를 타고

#04 횡단열차를 타고


열차를 타기전 마트에 들렀다.

우리는 열차에서 먹을 과일, 소시지, 게살, 빵, 버터, 초콜릿, 물 등을 잔뜩 샀다.


여권검사를 하고 마침내 기차에 탔다.

우리는 며칠동안 머물 열차 내부를 기웃거리며 구경했다.

좁은 화장실칸과 복도,

뜨거운 물을 받을 수 있는 급탕기의 위치를 파악하고

좁은 공간에서 여러명이 머물기 위해

암묵적으로 이루어지는 규칙들을

눈치껏 배우기 위해 다른 승객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폈다.


하지만 아무리해도 화장실에서 물트는 방법은 알 수 없었다.

수도꼭지 주변에 있는 버튼도 다 눌러보고 세면대 아래도 

살펴보았지만 물 트는 방법을 알수 없었다.

마침 화장실 사용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

물트는 방법을 설명했다.

수도꼭지에 손을 뭉쳐 갖다댄 후 펼쳐서

물이 내려오는 시늉을 여러번 반복했다.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수도꼭지 내부에 있는 버튼을 위로 눌렀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박수를 치며 몹시 좋아하자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에 곧 웃음이 피어났다.


바다를 끼고 한참을 달린

기차가 창 밖 너머로 다양한 풍경이 펼쳐졌다.

지나가는 풍경은 다채로웠다.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와 말,

넓은 벌판에 낮게 깔린 이끼,

하늘을 찌를듯이 높이 솟은 나무와

사회주의 잔재가 남은 위압적인 회색 건물들.


같은 풍경이 이어지자

마냥 신기하기만 했던 풍경도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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