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하는 환자는 어려워

연필로요. 치료해 주세요.

by 정신간호사 혜니

“연필로요. 치료해 주세요"
얇고 야리야리한 손목 위에,
그와 어울리지 않는 얇은 붉은 선들이 겹겹이 새겨져 있었다.

자해하는 환자를 대할 때가 가장 어렵다.
걱정과 위로를 건네면
나의 따뜻한 관심을 확인하기 위해 자해의 횟수가 늘기도 한다.
반대로 사무적이고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면
버려졌다는 느낌에 다시 상처를 내기도 한다.

그 경계선 위에서 매번 흔들린다.
마음을 다한 위로의 말이 백 가지쯤 준비되어 있지만 때로는 그 진심조차 위험이 된다.
그래서 마음을 조금씩 덜어내는 법을 배워야 했다.
너무 따뜻하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감정과 전문성 사이의 간격을 조절하는 일이다.
그것이 내겐 가장 어려운 과제다.

겹겹이 그어진 선의 수만큼,
얼마나 많은 자기 비난과 증오가 지나갔을까.
누군가는 관심받기 위해서, 나약해서라고 말하지만 알고 있다.
그건 관심이 아니라, 살아내기 위한 흔적이었다는 것을.

상처는 수많은 아픔을 견뎌낸 증거가 되어 멋질 수 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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