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야만 하는 이유

사실 그 말의 의미는

by 정신간호사 혜니

난 고아예요.

기억나지 않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죽고 싶었어요.

어설픈 동정 하지 마세요.

나를 가엾게 여기는 어설픈 착한 사람들은 많았어요.

간호사님도 그들 중 하나시겠죠.


작년 겨울, 한강에서 뛰어내렸어요.

살아가는 게 미치도록 괴롭고 힘들어서 그런 거지 뭐 죽어야 하는 사람이 죽는 건데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나요.


눈떠보니 응급실이었어요. 이게 도대체 몇 번째인지요. 나 같은 한심한 인간 한 두 번 본 게 아니라는 가운입은 저들의 눈빛도 내가 죽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인걸요.


그곳에서 나갈 때마다 이번엔 확실하게 죽을 방법을 찾습니다. 그런데 왜 신은 나를 또 살렸나요. 선생님은 내가 죽을까 봐 그렇게 자주 나를 들리셨나요. 걱정하지 마세요. 나 같은 사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버릴 테니.





당신이 죽고 싶다는 말보다 그 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 얼마나 길었을까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가엾지 않아요.
다만 그렇게 오래 버텨온 당신이 그저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더 잔인하게 느껴질 만큼 수많은 외로운 시간을 홀로 견뎌왔으니까요.

나는 당신을 살려야 하는 사람으로 보지 않으려 합니다.
애써 살아내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만 당신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그 말은 내일로 미뤘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왜 자꾸 살아나는지 모르겠다고 했죠.
아마도 하늘이 당신의 이야기를 아직 다 쓰지 않았기 때문일 거예요.

이렇게 제게 죽고 싶다, 힘들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죽어야만 하는 이유가 아니라
살아야만 하는 이유예요.

당신은 모르겠지만,
저는 그 말들이 “더 잘 살아내고 싶어요”라고 들립니다.

언제든지 죽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괜찮아요.
그러니 또다시 죽고 싶다고 이야기해 주세요.

딱 오늘까지만
따뜻하고 영양가 있는 밥을 차려 먹고
부드러운 햇빛을 쐬며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비긴 어게인>의 Lost Stars를 들으며
꿈 많은 나를 담지 못한 못난 세상을 원망해도 괜찮아요.
그리고 깨끗이 세탁한 보송한 이불속에서
새와 차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자보세요.

일어나서 내일 또 제게 죽고 싶다고 이야기해 주세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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