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사랑
사람은 하나의 사건이나 단서를 가지고 판단되는 존재가 아니다.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가 지나온 이야기와 맥락을 함께 보는 일이다.
그래서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은 있는 그대로의 너를 바라보고 인정하겠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너 안에 있는 긍정적인 자원을 더 보고 싶다는 따뜻한 표현이기도 하다.
나는 너를 어떤 한 사건으로 단정 짓지 않는다. 그때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과 배경이 있었을 거라고 이해하려는 태도이다. 이것이 바로 한 사람을 입체적이고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방식이며, 사람은 그렇게 봐야 한다.
요즘 흔히 말하는 “~하면 거르기” 같은 단편적 판단은 언뜻 보면 똑똑하고 지혜로운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은 깊이가 부족하다. 말 그대로 헛똑똑이식 사고일 때가 많다. 어떤 사람이 가진 특정한 특성과 그 사람 전체에 대한 인상이 어느 정도 연결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특징 하나가 곧바로 “걸러야 할 사람”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매우 성급한 판단이다.
정신과에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환자를 본다. 환자를 하나의 증상이나 사건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살아온 경험과 관계, 감정의 흐름, 현재 처한 환경까지 함께 살펴본다.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이 아니라 그 행동 뒤에 어떤 맥락이 있었는지, 그 사람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왔는지를 이해하려는 것이다.
내 이야기를 드러내서 나에게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이 더 많겠지만 상처 입은 누군가가 나로 인해 용기를 가질 수 있다면 기꺼이 오픈하고 싶다.
과거의 나는 우울했고 불안했고, 때로는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감정의 밑바탕에는 나를 향한 깊은 애정이 있었다. 현실의 내가 스스로 기대한 모습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껴졌기에 더욱 힘들었던 것이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내 딴에는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지만, 나를 진심으로 믿고 사랑해 준 친구와 선생님들이 있었고 그들을 통해 사랑을 주고받는 법을 배워왔다.
한때는 내가 불행하고 망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긍정의 자원이 아주 많은 사람이었다. 쓰러질 만큼 힘들었지만, 그만큼 다시 일어설 힘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과거가 나를 규정한다고 믿지 않는다.
오히려 그 모든 경험이 지금의 나를 더 넓게, 더 깊게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이해와 사랑이 더 많은 ‘그럴 수 있지’의 세상에서 산다면, 젊은 남녀 사이의 갈등과 혐오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서로를 공격하기보다, 사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마음이 많아진다면 사람들도 조금 더 쉽게 마음을 열고, 관계를 맺고, 결국 사랑을 선택할 것이다.
이찬혁의 멸종위기사랑 노래를 들으며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