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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원 Jul 23. 2024

나의 방황 일지. 프롤로그

아프리카에서의 2년 반, 그리고 제주, 그리고 미래의 나

중아공, 카노 병원 출근길

무엇이 너를 그토록 오랫동안 너를 사로잡았던 거야?

근데 지금은 왜 망설이는 거야?


누군가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오래전 중학생 때부터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는 사람이었다. 아주 사소한 것까지 20년간 준비를 해왔었다. 대학교 때는 어학연수를 갈 형편이 안되었기에 무작정 2년 휴학을 하고 투잡을 해서 돈을 모아 아일랜드를 다녀왔다. 알바란 알바는 다 해보고 관련된 책이란 책은 다 모아서 읽었다. 그 힘들었던 중환자실 근무를 마치고도 쉬는 날이면 NGO 보건 교육을 듣기도 했고, 도서관에 틀어 박혀 프랑스어와 영어 공부를 했었다. 처음 서울을 올라갔던 기억은 설명회를 듣기 위해서. 그 설명회를 1년에 한 번 10년가량 들었다. 심지어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주 더운 여름에도 에어컨을 일부러 틀지 않고 나를 더위에 훈련하는 무식한 오기까지 보였다. 그 기간 동안 나는 한 번도 나 자신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시험 점수가 안 나왔던 순간에도 나는 내가 꿈을 이루는데 실패할 거라고 솜털만큼도 의심하지 않았다. 왜냐면 혹시나 안된다 하여도 다시, 그리고 다시, 그리고 다시 또다시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으므로.


2년 전, 나는 그토록 온 마음을 다해 원했던 그 일에 뛰어들었다. 첨벙!!! 바닷물을 느끼려면 바다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말처럼. 나는 내 온몸을 내 꿈의 바닷속에 집어던졌다.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시원한 물이 스며들고 피부 솜털 하나하나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바닷물과 그 속에서 자유롭고 열정적인 나를 상상해 왔다.


그곳은 가뭄이 든 곳이었다.


오랫동안 꿈꿔온 곳에서 떠나와 잠시 거리를 두기로 했다. 나는 이상하게도 조금 차가운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꿈에 잡아먹힌 것일까.

어쩔 수 없는 생태계에 회의감을 느낀 것일까.


편안함과 안정적인 것을 이제야 원하는 것일까.

아니면 학생 때는 보지 못했던 작고 소중한 것들을 이제야 바라보는 것일까.

새로운 꿈이 생긴 것일까.

갑자기 이러는 내가 낯설다.

 

20년간 꿈꿔왔고, 꿈을 이루고 나서 오히려 2년 동안 방황했다. 2년간 나에게 질문했는데 아직도 답을 못 찾았다. 책이나 훌륭한 멘토에게서 답을 찾으려고 했었다.


나 자신에게 정말 너 자신이 맞는지 질문을 했었나.

나 자신에게 마음에서 보름달 처럼 차오르는 것을 다시 바라보라고 질문했었나.


그나마 글로 쓰지 않는 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변덕스러움, 나약함,
얄팍함, 불확실성을 어디서 확인할까.

이토록 오락가락하면서
과연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그려볼까.

흔들리지 않는 게 아니라
흔들리는 상태를 인식하는 것.
글이주는 선물 같다

- 쓰기의 말들. 은유. P.167



글은 나에게 과연 선물을 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일단은 써보기로 했다.

이런 찌질한 나라도 솔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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