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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래 Feb 15. 2020

살짝살짝, 샤부샤부

채소를 맛있게 먹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샤부샤부다. 작은 냄비에 육수를 넣고 쯔유로 간을 한다. 여러 가지 채소를 때려 넣고 조금 끓이다가 샤부샤부용 소고기를 담갔다 꺼내서 먹는다.

채소는 양파, 대파, 배추, 당근, 청경채, 팽이버섯, 표고버섯 같은 것들을 넣는다. 봄에는 냉이나 고수도 넣는다. 채소는 뭐든 적당히 집에 있는 것을 써도 된다.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훨씬 더 맛있다. 양념장은 이렇게 만든다. 육수, 쯔유, 간장, 설탕 조금, 레몬즙을 적당히 섞는다. 양조간장을 베이스로 한 양념장이다. 쯔유는 쓰지 않아도 되지만 풍미를 더해준다. 육수는 진한 맛을 조금 묽게 만드는 역할이고 레몬즙은 향기와 상큼한 맛을 더한다. 그런 역할을 생각하면서 적당히 섞는다. 

봄이라면 제철인 새조개 샤부샤부가 아주 맛있다. 굴처럼 약간의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약간의 갯냄새 때문이다. 필자는 굴 냄새는 조금도 싫지 않은데 새조개는 조금 거슬렸다. 그래서 샤부샤부 국물 만들 때 다진 마늘과 청양고추 하나를 썰어 넣었다. 새조개 갯내는 그리 강하지는 않아서 쉽게 잡힌다. 

샤부샤부 しゃぶしゃぶ가 몽골 음식인 줄 알았다. 기원은 중국이다. 현대판 샤부샤부라는 이름과 형태는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샤부샤부라는 말뜻도 살짝살짝, 찰랑찰랑 정도의 뜻인 의태어라고 한다.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지역에서 샤부는 필로폰이다. 그게 지금은 상당히 잘 알려진 모양이다. 일본 야쿠자들도 샤부를 필로폰이라는 뜻으로 쓴다고 하니.

채소는 생것으로 먹는 것보다 조금 익혀 먹는 게 소화흡수가 잘 된다. 한국식 나물들도 거의 대부분이 뜨거운 물에 데친 다음에 무쳐 먹지 않는가. 채소를 많이 밥은 조금, 단백질 조금. 이렇게 식사를 하면 아주 만족스럽다.

샤부샤부용 소고기는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게 편리하다. 소고기는 부위에 따라 가격차이가 심한데, 데쳐 먹는 것이긴 해도 맛있는 부위가 맛있다. 필자의 입맛에는 우삼겹이나 차돌박이가 가장 잘 맞았다. 한 끼 식사에 많이 필요하지는 않다. 제주도에 갔다가 식당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고기는 여덟 점이면 한 끼 식사가 된다고 했다. 그때부터 그 정도를 한 끼로 준비해 먹는다. 적당했다. 고기와 채소를 다 먹고 나면 면을 조금 넣어 끓여 먹거나 밥을 볶아 먹는다. 국물을 조금 덜어 밥을 조금, 김은 아주 듬뿍, 참기름도 조금 부어 볶는다. 볶을 때는 아래쪽 밥이 조금 눌게 하는 게 좋고.

아내를 만나서 처음 먹어 본 음식이 많은데, 샤부샤부도 그랬다. 해주는 것을 먹었을 때는 무척이나 복잡해 보였는데, 그때는 아마도 요리에 대해 전혀 몰라서였을 것이다. 샤부샤부는 아주 간단한 음식이다. 육수에 채소를 넣어 끓이고 그 국물에 얇게 썬 고기를 찰랑찰랑 흔들어 꺼내 먹는 것이다. 깔끔하고 개운하다. 소고기는 맛을 돋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혼자서 먹기에도 좋다. 두 사람이 마주보며 행복하게 먹었을 때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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