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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래 Jul 16. 2019

아, 알리오 올리오

-<스핀 오프> 06: 이제 가슴이 떨리지 않는다

①이 퍼센트의 소금물에 스파게티 면을 삶는다. ②웍에 소줏잔으로 반 컵 정도의 올리브유를 두르고 편으로 썬 대여섯 개의 마늘을 넣는다. 페페론치노도 서너 개 부셔 넣는다. 없으면 청양고추 하나를 다져 넣어도 좋다. ③약한 불로 익힌다. 이삼 분 정도면 마늘 색깔이 달라진다. ④삶은 스파게티 면을 ‘매운 마늘향이 가득한 올리브유’로 볶는다. 이때 면 삶은 물(면수)을 머그잔 반 컵 정도 넣는다. ⑤물기가 다 쫄아들 때까지 볶는다. ⑥다 볶은 것을 접시에 옮겨 담으면서 그 위로 트러플 올리브 오일을 조금 뿌려준다. 향기롭기 그지없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도 괜찮지만. 

요즘은 좀 일찍 아점을 먹는다. 너무 일찍 잠을 깨는 데다가 혈압약을 먹고 나면 위가 자극을 받고, 오래지 않아 배가 고프다.


알리오 올리오를 자주 만든다. 마늘(알리오)과 올리브 오일(올리오)만으로 만든 스파게티의 한 종류다. 정식 이름은 알리오 에 올리오Aglio e Olio이고 맵게 만든 것은 알리오 올리오 에 페페론치노이다. 여기에서 에e는 그리고and이다. 페페론치노는 청양고추보다 두세 배 매운 이탈리아 고추다.  


올리브유를 ‘많이’ 쓰기 때문에 기름질 것 같지만 마늘도 충분히 넣으니 괜찮다. 그래도 느끼하면 레몬즙을 조금 뿌린다. 아주 상큼하다. 그리스나 터키 사람들은 숙취 해소를 위해 올리브유에 레몬즙을 섞어 마시기도 한다. 맛있다. 


레시피는 아주 간단하다. 간단하기 때문에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요리하는 과정에서 핵심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①이 퍼센트의 소금물에 스파게티 면을 삶는다. ②웍에 소줏잔으로 반 컵 정도의 올리브유를 두르고 편으로 썬 대여섯 개의 마늘을 넣는다. 페페론치노도 서너 개 부셔 넣는다. 없으면 청양고추 하나를 다져 넣어도 좋다. ③약한 불로 익힌다. 이삼 분 정도면 마늘 색깔이 달라진다. ④삶은 스파게티 면을 ‘매운 마늘향이 가득한 올리브유’로 볶는다. 이때 면 삶은 물(면수)을 머그잔 반 컵 정도 넣는다. ⑤물기가 다 쫄아들 때까지 볶는다. ⑥다 볶은 것을 접시에 옮겨 담으면서 그 위로 트러플 올리브 오일을 조금 뿌려준다. 향기롭기 그지없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도 괜찮지만.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알리오 올리오는 스파게티 면을 마늘과 페페론치노 향을 머금은 올리브유로 볶은 것이다. 마늘과 올리브유의 풍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맛이 없다. 전에는 도저히 맛있게 만들 수 없었다.

 

식용유는 무조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 컵 정도나 되는 기름으로 음식을 만든다는 건 상상도 할 수도 없었다. 달걀 프라이를 할 때도 식용유를 아주 조금만 썼다. 김에 기름칠하듯 프라이팬에 붓으로 발랐다.


잘못된 지식이었다. 올리브유와 관련된 자료를 뒤져보니 건강에 좋은 것이다. 웬만큼 끓인다고 해도 나쁜 것으로 변하지 않았고(180도에서 36시간을 끓여보았지만 매우 안정적이었다고 한다). 폴리페놀도 많이 들어 있다. 항산화물질로 노화를 방지해 주는 것이다. 어떤 병에든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하루에 3~5잔의 커피가 건강에 좋다고 하는데, 그것도 폴리페놀의 효과다.

스파게티를 자주 먹기 시작한 것은 아내가 호스피스 병원에 있을 때였다. 소화불량으로 고생했는데 병원 원장이 약을 지어주면서 ‘알리오 올리오’를 권했다. 즐거운 일이 조금도 없는 상황에서 좋아하는 면을 먹지 말라고 하고 싶지 않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소화가 잘 되는 게 이상한 일이지요. 진작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제가 처방해드린 약을 드시면 속이 편할 겁니다.”


 참 고마운 말이었다. 하마터면 눈물이 터질 뻔했다. 잘 참았지만. 올리브유가 건강에 좋은 건 잘 알려져 있고, 스파게티 면의 재료인 듀럼밀도 보통밀과 달리 장이나 눈 건강에도 좋다. 게다가 소화도 잘 된다는 것이었다. 그때는 올리브유도 ‘기름’이라는 생각에 맛있게 만들지 못했다. 이태리 식당에 간다는 건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고.


잘 만들었다고 해도 맛이 없었을지 모른다. 배가 고파서 어쩔 수 없이 요기를 하는 정도였으니. 아내의 그림자가 많이 옅어진 모양이다. 알리오 올리오는 좋은 올리브유를 충분히 써야 맛있다. 이제는 그렇게 한다. 올리브유를 듬뿍 쓰면서도 가슴이 떨리지 않는다.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도 있다니. 아니구나 생각해 보니 원래 나는 뭐든 맛있게 먹었다. 아내도 인정했듯이.


“당신은 참 편한 사람이었어. 반찬투정 한 번 한 적이 없어. 같은 음식도 늘 맛있게 먹어주었고.”


아내는 이렇게 상처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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