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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래 Nov 30. 2019

게이샤의 눈물

-스핀오프 30

밤이 늦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뭐든 조금 먹어야 한다면 알리오 에 올리오(직역하면 ‘마늘과 기름’이다)가 좋다. 일단 소화가 아주 잘 된다. 부담이 없다. 적게 먹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기름진 음식이니 조금만 먹어도 배고프다는 느낌을 없앨 수 있다.


실제로 올리브유는 소화 장애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원산지인 그리스와 터키에서는 전날의 숙취해소를 위해 레몬즙을 곁들여 들이키기도 한다. 요즘은 한국에도 그런 사람이 좀 생겼다. 나쁜 콜레스테롤을 없애는 역할도 한다. 항암효과도 있다. 언제나 그렇지만 지나쳐서 좋은 건 없다. 뭐든 적당히 먹어야 한다. 기름인 만큼 칼로리가 낮은 것은 아니다.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 때는 좋은 올리브유를 쓴다. 소금 조금, 마늘만 가지고 맛을 내는 음식이니 당연하다(매운 고추와 파슬리를 넣기도 하지만 그건 옵션이다. 옵션이 늘 필수적으로 들어가긴 하지만. ^^). 좋은 올리브유는 풍미가 대단하다. 내가 아껴 쓰는 건 데시에르토 유기농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인데 토마토 향이 강하다. 산도 역시 극도로 낮다.*


거기에 마늘이 들어간다. 이것도 아주 특별한 재료다. 동서양을 통틀어 고금을 막론하고 거의 모두가 건강을 위한 최고의 식재료라고 인정한다. 영양학적으로 완전식품에 속한다.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함유하고 있으며, 뜻밖에도, 당도가 무척 높다. 특유의 매운맛과 향 때문에 단맛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수치로 보면 사과나 수박, 배보다 세 배 정도나. 놀라울 정도로 달달한 식재료다. 그래서 알리신이라는 강한 천연항생제를 가지고 있지만 곰팡이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에도 좋다.


마늘의 항암작용에 대해서도 동서양 학자들 거의 모두가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는 한국인이 위암 발생률 일위이다. 이건 도대체 무슨 아이러니인가. 내가 보기에 한국인의 위암과 소화기 계통의 암은 모두 스트레스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국인이 이만큼이라도 마늘을 먹지 않는다면 위암 발생률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높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복잡한 생각은 ‘마늘 까기’에서 시작되었다. 요즘은 잠깐 쉴 때 자주 유튜브에서 음식 만드는 것을 '구경'한다. 한 번은 외국인 셰프가 ‘알리오 올리오’ 만드는 것을 보았는데 그 자리에서 통마늘을 까서 썼다. 아주 손쉽게. 아무래도 그래야 향과 맛이 더 낫겠지. 그래서 덜컥(!) 의성 육쪽 통마늘을 한 접 샀다. 막상 사고 보니 보관이 만만치 않았다. 일단 다용도실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마늘 망을 걸어 놓았다. 요리할 때마다 몇 개씩 꺼내어 까서 썼는데 아무래도 요리 준비가 더뎠다. 들러붙은 껍질을 까는 게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그래도’ 맛있고 좋은 음식은 슬로푸드라는 생각에 그러려니 했다.


세상에! 그런데 ‘알고 보니’ 그저 유리병에 넣고 흔들어 주기만 하면 쉽게 깔 수 있는 것 아닌가. 흔들고 나서 꺼내 보면 완전히 까진 것이 여러 개 있고 고집스럽게 껍질 안에 그대로인 것도 있었다. '그래도' 마늘과 껍질은 거의 분리되어 있어서 살짝 걷어내기만 하면 되는 게 보통이다. 그래도 끝까지 잘 안 까지고 저항하는 것이 있는데 칼을 대면 쉽게 해결된다.


역시 대결 국면에서는 상대방을 흔들어 보는 것이 좋다. ^^ 말하고 보니 쇼펜하우어가 떠오른다. 그가 쓴 책 <논쟁의 기술>을 보면 토론이나 논쟁에서 자기를 지키는 힘은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인 사고방식이 아니다. 상대방을 흔들어 대는 기술이다. 따지고 보면 토론을 통해 입장이 다른 상대를 설득시키겠다는 생각부터가 과대망상증에 가까운 것이다. 이기고 지는 것도 없다.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것일 뿐이다. 상대를 설득하고 싶다면 토론해서는 안 된다. 아, 옆으로 너무 샜다.


혼자 알고 있기에는 너무 신기해서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마침 게이샤 콜드브류가 떨어졌기에 게이샤 카페에 들러야 했다. 게이샤 혼자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무슨 책일까? 궁금했다.


“안녕하세요?”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인사를 건넸다. 게이샤는 읽던 책을 들고 일어서더니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대답하면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카운터 뒤쪽으로 갔다. 나는 게이샤가 앉아 있던 탁자 맞은편에 앉았다. 게이샤는 콜드브류 커피로 만든 카페라테를 한 잔 가지고 왔다.

“그렇잖아도 오실 때가 지났는데 안 오신다 했어요.”

카페라테를 한 모금 마셨다. 적당하게 쓰고 달고 고소했다. 계피향도 조금 아른거리고 있었고.

“지난주는 너무 바빴어요.”

고개를 들어 게이샤를 보았다. 눈에는 아직 울음이 좀 남아 있었다. 책 때문인가?

“책이 나오고 나서 더 바빠지셨죠? 인터뷰도 많으셨고요.”

그제야 짐작이 갔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읽다가 울었구나. 카페라테도 책에 쓰여 있는 대로 만든 것이고.

“아주 맛있어요.”

가져다준 카페라테를 가리키며 말했다. 게이샤는 희미하게 웃었다.

“문을 닫아야겠어요. 잠깐만 앉아 계셔요.”

나는 태블릿 피씨를 꺼내서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집 ≪막다른 골목의 추억≫을 펼쳤다. 첫 번째 이야기는 <유령의 집>이었다.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의 집에서 음식을 해준 것이 계기가 되어 사랑을 나누게 된다. 평생 잊히지 않을 섹스, 그렇지만 그건 아무 것도 아니었을 수도 있다. 서로를 기억하게 해주는 가느다란 실마리일 뿐. 헤어져야 했지만 결국 인연이 깊어 다시 만난다.


이 소설집을 읽어보자고 했던 건 영화 때문이었다. 같은 제목의 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를 본 뒤였는데, 그 영화는 어떻게 보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거의 보지 않는 장르의 영화였고, 거의 읽지 않는 장르의 소설이었는데. 조금 위안이 되었던 것은 한국어판 책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문학 전문 출판사인 민음사에서 나왔다는 점이었다.


바나나의 소설은 가볍고 행복한 리듬을 가진 문장으로 독자를 맞이한다. 신기하고 재미있다. 사랑의 기쁨이나 흥분, 간지러움은 독자의 몫으로 오롯하게 남겨두는 스타일이 참 좋다.


얼마나 읽었을까.

게이샤가 돌아와 탁자 위에 콜드브류 한 병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선생님 배고프지 않으세요?”

“아, 아직 저녁을 못 먹었어요?”

“예, 같이 가실래요?”

“배가 많이 고프겠네요. 그런데 이 시간에 뭘 사 먹을 수 있어요?”

“이십사시간 국숫집이 있어요.”

잠깐 망설이다가 물었다.

“알리오 올리오는 어때요?”

게이샤도 잠깐 망설이는 듯했다.

“그걸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책에 없었던 것 같은데요......”

“요즘 속편을 쓰고 있어요. 새로운 것도 있어야죠. 알리오 올리오는 건강에도 아주 좋을 뿐 아니라, 밤늦게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소화가 아주 잘 되어요.”   

  

게이샤는 거실 소파에 잠깐 앉더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는 십오 분 정도면 준비되니까 그동안 서재와 책 구경하라며 방향을 알려주었다.

 

물을 안치고 스파게티를 꺼냈다. 요리용 장갑을 끼고 다용도실에서 통마늘을 가지고 나왔다. 한 톨 한 톨 떼어낸 다음 유리병에 넣고 흔들었다. 백 번 정도. 물이 끓고 있는 냄비에 스파게티를 넣고 타이머를 8분으로 맞췄다. 깐 마늘을 물에 씻은 다음 얇게 썰었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프라이팬을 불에 올려 달구었다. 물을 조금 뿌려 라이덴프로스트 효과를 확인한 다음 발화점이 가장 높은 해바라기씨유를 넣고 팬을 코팅했다. 팬에 남은 기름은 부어버리고 불을 줄인 다음(약불로) 올리브유를 적당히 붓고 먼저 마늘 편을 볶았다. 금방 마늘향이 가득 찼다. 거기에 삶은 스파게티를 꺼내 넣고 다시 볶았다. 면수도 반 컵쯤 넣고. 쉐킷 쉐킷 하면서. 면수가 다 쫄아들 때쯤 불을 끄고 페페론치노 조금과 바질을 뿌린 다음 다시 쉐킷 쉐킷.


큰 접시에 알리오 올리오를 담고, 오이 피클을 꺼냈다. 식탁을 닦고 차린 다음 게이샤를 불렀다.       

“아주 맛있어요. 스파게티도 피클도요.”

발우공양하듯 먹는 모습을 보며 나는 흐뭇했다. 마늘 조각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피클은 두 번이나 가져다 주어야 했고. ^^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해요.”
웃으며 말했다. 왜요? 나는 눈으로 물었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음식을 먹은 지가 너무 오래되었어요.”
나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 웃기만 했다. 게이샤는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들을 치우려 했다. 그러지 못하게 하고 내가 정리했다. 그릇을 개수대에 가져다 넣는데 뒤에서 말이 들렸다.
“그런데 선생님, 아까 보니까 마늘을 병에 넣고 한참 흔드시던데요.”
“아, 봤어요? 그게 제가 최근에 알게 된 방법이에요. 그러면 아주 쉽고 간단하게 마늘 껍질을 깔 수 있어요. 신기하죠? 병에 넣고 흔들기만 하면 되니까요.”
“물에 불리거나 전자레인지에 넣는 방법이 있다는 건 아는데......”
“맞아요. 그 방법도 다 해 봤는데 이게 가장 쉽고 간단하고 효율적이더라고요. 전자레인지에 넣으면 마늘이 좀 익어버려요. 그러고 나면 요리에 쓰기에는 적당하지 않고. 물에 불리는 건 시간이 아주 많이 걸려요.”

게이샤는 블랙으로 나는 라테를 만들어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게이샤는 커피 이야기를 했고 나는 요리 이야기를 했다(그날은 아래에 달린 설명처럼, 올리브유와 마늘에 대하여). 깊은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다. 듣고 새길 만하고.

“어머나, 너무 늦었어요.”
열두 시가 넘었다. 나는 피클 한 병을 담아 주었다. 게이샤의 차가 있는 곳으로 태워다 주었다.

“다음에는 제가 만들어 드릴게요.”

“너무 마음 쓰지 말아요.”


돌아오면서 속도를 줄이고 차창 문을 열었다. 부드럽고 따뜻하면서 상쾌한 바람이 차 안으로 스며들었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시간이 흐른다. 아직 익숙해질 정도는 아니어서 그런 것일까? 여전히 낯설다. 상황도 주변과의 관계도.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밤늦게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저는 선생님이 참 좋아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답자를 보내지 못했다. 싫은 건 아니지만 좋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기까지 시간이 무척 많이 걸린다. 적어도 몇 년은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 마음이 열린다. 이유는 잘 모른다. 그러기 전에는 상대방에 대한 감흥이 없다. 아마 그래서 내 곁을 떠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마음이 열려야 얼굴도 몸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기 전에는 움츠러들기만 한다. 더욱이 게이샤는 이제 겨우 삼십대 중반이다. 친구가 되어 일상의 감각을 공유하기에는 불가능할 정도의 차이가 아닐까.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렇게 장황한 설명을 답자로 보낼 수는 없었다.


-----

*

좋은 올리브유는 산도酸度,acidity가 극도로 낮다. 산도가 0.8% 이하면 모두 엑스트라 버진이라고 쳐 주지만 내가 쓰는 건 0.1%밖에 안  된다. 그래서 고급 올리브유라면 자랑스럽게 이 산도를 표시한다. 혹시 고급 올리브유라면서 산도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신선할수록 산도가 낮고, 발연점도 높아서 튀김까지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잘 산패되지도 않아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있다.


여기에서  산도란 유리지방산의 양을 가리킨다. ‘지방산 또는 유리지방산’를 검색해 보면 그것이 동물들이 사용하는 중요한 에너지원이라는  설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물의 몸 안에 들어간 중성지방이 분해된 이후에 그렇다. 올리브유에 포함된  ‘유리지방산이란 온전한 기름 분자에 묶여 있지 않고 자유롭게 떠다니는 지방성 탄소 사슬이다. 그 비중이 높다는 것은 기름이  손상되었으며 불안정하다는 증거’*일 뿐이다.

*≪음식과 요리≫, 헤럴드 맥기/이희건, 이데아, 2017년, 500쪽)


**

마늘은 으깨질 때  알리아제가 흘러나와 알리신이 만들어지는데, 알리신은 페니실린이나 테라마이신보다 강력한 살균력을 가진 성분이다. 그래서 다진  마늘을 냉장고에 넣어두면 웬만해서는 상하지 않는다. 통마늘이나 깐마늘에는 곰팡이가 피지만. 김치 같은 한국음식에 다진 마늘을 많이 넣는 이유는 그 영양성분뿐 아니라  방부제 역할까지 하기 때문이다.


항암  효과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과 조금 다르다. 2016년 논문과 2013년 논문을 참고해 보면 두 종류의 암, 마늘  섭취는 위암과 위장관Gastrointestinal tract의 암, 그리고 전립선암의 발생률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 그러나  직장암의 경우 효과가 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모든 종류의 암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자료를 아무리 뒤져보아도 마늘은 백익무해하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의 식재료다. 나쁜 건 거의 없고 좋은 점은 많다. 단지 생마늘을 먹으면 위벽에 상처를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한국 사람들의 위암 발병률은 세계 최고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음식이라는 알리오 오 올리오(마늘과 기름)이라는  음식도 레시피를 보면 마늘을 겨우 두 개쯤 넣는다. 한국에서라면 적어도 네댓 개를 넣을 텐데...... 나는 대여섯 개를 넣는다.  그것도 적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게다가 그들은 오일에 마늘 향만 입히고 빼 버리기도 한다. 그만큼 마늘을 적게 먹는다는  것이다. 한국음식의 경우 떡 같은 것을 빼면 국이나 나물 어디에나 마늘이 들어간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위암의  경우는 원인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느 대학병원에서나 비슷하다(홈페이지 참조). 거꾸로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라고 하는 대한종양외과학회의 설명이 있지만 잘 새겨보면 같은 뜻이다. 잘 모르지만  유전적이라기보다는 환경적이라는 설명 역시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마늘을 많이 먹는다고 할 때 그 양은 얼마일까? 다음 인용문을  보자.      


국제학술지인  <영양과 암(Nutrition and Cancer)>에서는 마늘 섭취량이 많을수록 위암 발병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 경우, 마늘 섭취량이 많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루로 환산하면 4g의 마늘에 해당되며 보통 크기 마늘 한 알에  해당됩니다.

-<마늘 기능성의 핵심 '알리신', 효과 살려 섭취하려면?>, ≪Real Foods≫, 2019. 04. 14

https://1boon.kakao.com/realfood/garlic2     


마늘을  많이 먹을수록 위암 발병률이 낮다는데 한국인은 아주 적을 때도 일인당 연간 6Kg 이상이었다. 엄청나게 마늘을 많이 먹지만  한국인에게는 위암이 많이 발생한다. 마늘이 위암 발병률을 낮추는데 효과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면 한국인에게는 그 효과를 상쇄시킬  정도로 ‘엄청나게 나쁜’ 생활습관이 있다는 뜻이다.


자료를  계속 찾아보면 위암의 원인으로 과음, 비만, 가공육 과다 섭취라는 설명이 나온다. 이건 뭐 하나마나한 말 같다. 과음과 비만이  건강에 좋을 리 없다. 그런데 가공육 과다 섭취는 그저 짐작일 뿐 꼭 그렇다고 말하는 건 무리다. 대개 가공육에 많이 들어가는  아질산염나트륨이 발암물질의 범인으로 지목되는데, 그것 역시 직접적인 이유라고 보기에는 증거가 분명치 않다. 가장 간단한 예가  있다. 세계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 시민들과 미국 군인들이 많이 먹은 식품 중 하나가 바로 스팸이다. 그게 문제라면  그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암에 걸렸어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 음식의 경우에는 경험치보다 더 중요한 지표는 없다.


나는  과도한 사회적 억압이 만드는 지독한 스트레스가 주범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들 알다시피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아주 낮은 편이다.  행복지수가 낮은 일본과 중국 역시 위암 발생률이 매우 높다. 그러나 대만의 경우 ‘위암 발병률’이 매우 낮은데 그들의 행복지수는  매우 높은 편이다.


스트레스는  위산을 과다분비하게 만들고 만성적인 경우에는 면역기능을 떨어뜨린다. 암은 면역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생긴 병이라고 볼  수도 있다. 건강한 사람들도 모두 암세포를 가지고 있지만 면역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병이 되지 않는 것이다. 지나친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이런저런 자료를 종합해 보면 결국 스트레스가 심한 한국인의 경우 마늘을 이만큼이라도 먹어서 위암 발병률이 이 정도인 것이지, 그나마 마늘도 많이 먹지 않았다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위암에 걸릴지도 모른다.


좀 웃긴 결론인가.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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