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깔라스, 바깔라우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스핀오프 02

by 강창래

새벽에 일어나 밥 지을 준비를 했다. 정성 들여야 맛있다. 어제 만난 사람도 물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뭐 있느냐고. "습관이 되어 버렸나 봐요." 누구나 그랬던 것처럼 그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읽어서 사정을 안다는 듯이.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을지도. 나는 사람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준 것이다. 설명하자면 길다.


무슨 일이든 대충 할 수 있다. 일상적인 일일수록 대충 하는 경향이 클 것이고. 그러다 보면 모든 일이 시들해진다. 밥 먹는 일은 무척 중요한데. 늘 혼자 먹어야 한다면 더 그렇다. 맛있게 먹기 어렵다.


방법이 하나 있다. 정성 들여 만들고 정성스럽게 맛본다. 요리하는 즐거움과 먹는 재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남긴 말이다. 삶의 즐거움과 재미는 아무도 만들어주지 않아. 직접 만들어야 해. 외출하기 전에 거울을 보고 입이 찢어지게 웃어보는 것처럼.


별 것 아닌 일상 하나하나에 나름대로 깊은 의미와 즐거움, 재미가 숨어 있다. 게다가 이제 나에겐 시간이 많다. 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일상을 별것 아닌 것으로 만들면 하루하루가 지겹고 힘들어진다. 오래전에 해 보아서 잘 안다. 힘을 내야 한다.


밥을 맛있게 먹으려면 밥부터 잘 지어야 한다. 김 하나, 김치 하나, 달걀 프라이 하나로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달걀 프라이 대신에 동태포나 대구포 두어 개 구워 먹어도 좋을 테고. 동태포나 대구포는 프라이팬에 기름 좀 두르고 구우면 이삼 분이면 충분하다. 부침 옷을 입혀도 되고 입히지 않아도 되고. 이러나저러나 간단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카톡이 울렸다.


“파티마 성당 앞이에요. 만 명이 사는 마을에 삼백만 명이 들르는 시골 성당이래요. 놀랍지 않아요? 성당은 시골 느낌이 날 정도로 소박해요. 저도 모르게 두 손 모아 기도했어요. 샘의 앞날이 행복하시기를.”

“고맙습니다.”

“점심으로는 바깔라우를 먹었어요.”

“바깔라우를? 짜고 기름지지 않던가요? 이름도 좀 이상하고.”

“예, 제 입에 맞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름이 왜 이상하다는 건가요?”

“대구가 입이 크잖아요. 신이 명령했대요. 수다스러운 대구에게, 입 좀 닫아라(바깔라스). 그래서 바깔라우가 되었대요. 아니면 밥 먹을 때 조용히 밥만 먹어라,라거나. 대구가 너무 맛있어서 먹을 때는 다들 입을 닫는다,는 의미이거나. 말하지 않아도 맛있다는 것을 충분히 잘 안다,는 뜻이거나. 이런, 제가 너무 수다스러웠군요. 바깔라스해야겠어요.”

“저도 이제 바깔라스해야 해요. 또 뵈어요. 선생님.”

그러고는 파티마 성당 앞에서 찍은 사진을 한 장 보내왔다. 낯설다. 도대체 누구일까? 나는 언제부터 낯선 사람에게 이렇게 수다스러워졌을까?

맛있는 밥을 지으려면 씻을 때부터 조심해야 한다. 박박 문지르지 말고 조물조물해야 한다. 첫 물은 퍼떡 따라버리고. 뜨물 때문에 군내가 날 수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서너 번 씻으면 깨끗한 물이 나온다. 그만 씻고 물을 다 따라낸다. 씻은 쌀을 바울에 담고 다시 좋은 물을 자작하게 붓는다. 그러고 한 시간쯤 둔다.


요리는 시간과 불, 정성과 양념이 중요하다. 알람을 맞춰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잊어버릴 테니까.


서재에서 책을 읽다가 알람이 울리면 부엌에 가서 물을 따르고 젖은 쌀만 채에 받쳐둔다. 그러고 다시 한 시간을 재운 다음 밥을 짓는다. 물은 손등이 찰랑찰랑하게 나올 정도가 좋다. 전기밥솥이라면 눈금보다 일 밀리미터쯤 아래에 맞추고. 마지막으로 들기름 한 방울 떨어뜨리고, 강황가루 1/3 티스푼 정도 넣고 휘휘 저은 다음 뚜껑을 닫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노란 밥과 김, 간장, 김치, 그리고 대구전 두 개를 구워 아침을 먹었다. 식사하면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뒤졌다. 거기에 대구를 좋아하는 수도승이 나온다. 그는 수도원을 뛰쳐나왔는데 그 수도원으로 가는 조르바를 만난다. 조르바는 그 수도승을 꾄다. 다시 그 수도원으로 가자고. 그러자 수도승이 묻는다. 그러면 뭘 주겠느냐고. 조르바가 다시 물었다. 뭘 원하느냐고.

“절인 대구 1 킬로그램 하고 브랜디 한 병”


나는 대구전 세 점과 하이볼 한 잔. 식사를 마치고 하이볼 한 잔을 만들어 서재로 갔다. 오늘까지 국립중앙도서관에 겨울철에 읽을 만한 책 몇 권을 고르고 소개글을 써서 보내야 한다. 오늘 치 책 원고도 써야 하고. 페북 친구들 글도 훑어보아야 하고.



*대구전

냉동된 대구포를 살 수 있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은 이런 냉동식품 재료가 좋아요. 뒀다 먹어도 상하지 않으니까요. 저는 대구포와 명태포를 늘 사둡니다.

전자레인지에서 대구포를 해동합니다. 절대로 완전해동하지 마세요. 반쯤 해동해야 전 부치기 좋습니다. 해동된 대구포 위로 좋은 소금 조금과 후추를 좀 뿌려요.

달걀을 두 개쯤 깨어서 잘 저어두어요.

해동한 대구포에 부침가루를 골고루 묻히고(봉지에 부침가루를 넣고 거기에 대구포를 넣고 흔들어주는 게 좋은 방법입니다), 그것을 달걀 물에 빠뜨려 달걀을 잘 입혀요.

그런 다음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서 약한 불로 굽습니다.

이삼 분이면 노릇노릇하게 구워집니다. 생선살은 금방 익습니다. 육류와 달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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