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1일이 되어서야

나는 왜 여행을 떠났는가에 대한 물음이 들었다

by BADA

B의 Story


117일

86일

398일... ing

'세계여행 떠자나!' 라고 배낭에 짐을 싼 이후 여행을 다닌 날들의 숫자다.


떠나는 순간 한번

200일 즈음 한번

그리고 그 사이 언젠가 문득씩.. 글을 써보고 싶었다.


이제서야,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나는 남편과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


세계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는 특별하지 않다.

그냥 가고 싶었다.


나는 매일이 자극적이게 흘러가는 '연극배우'의 삶을 살고 있었고

이따금씩 공연스케줄을 바꿔가며 2박 3일 내지는 3박 4일 여행을 떠났다.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건 공항 밖으로 나와 첫 발을 내딛으며 코로 한숨 들이쉬는 순간이었다.

그 나라의 냄새와 온도를 느끼고 공기를 마시는 일은 미칠 것 같은 설렘을 안겨주었다.

비록 그 심장의 떨림이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이었을지라도 좋았다.


나의 여행은

여느 누군가처럼 일상에서의 도피도 아니었고,

자유로운 해방도 아니었다.


내가 모르는 세상 곳곳을 누비면서

그 나라의 공기를 마시고 들리지 않는 많은 이야기들과

보고도 이게 뭘까? 싶은 많은 것들을 느껴보고 싶은

나도 잘 모르겠는 그저 막연한 그림이었다.

그렇게 자잘한 이유들을 '그냥 가고 싶어'로 정리했고

'그럼 떠나자'로 실천했다.



그곁에는 무한한 서포트와 더불어 인생을 함께 즐겨주는 남편이 있다.

우리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만나 (학창시절엔 서로 거들떠도 보지않았다) 주변의 거센 만류를 뿌리치고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7년의 연애 후 햇수로 결혼 7년차가 되었다.


나의 남편은

본인의 행복보다는 나의 와이프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덕분에 항상 배려받으며 감사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배우고 있다.

그렇게 그는 본인의 도전의식보다는 와이프의 버킷리스트를 위해 '세계여행'에 참여했는지도 모르겠다.

일상의 전부였던 사업체를 정리하고

50L 배낭 하나에

본인의 일생일대 최대의 용기를 구겨 담아 나와 함께 떠났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여행 중이다.




D의 Story

나는 왜 여행을 떠났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2024년 11월 17일 (일본 미야코지마)


일본 여행 중에 갑자기 짝궁이 물었다.

“여보는 왜 여행을 떠났어?”

이 질문을 듣고 바로한 대답은 “여보가 가고싶어 했잖아?” + ‘알면서 왜 물어볼까?’ 였다.

그 이후 그 질문에 대해 하루종일 생각해봤다.

물론 짝궁이 가고 싶어 했고 그걸 계기로 우리가 세계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내가 가기 싫었다면 여행을 시작했을까?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 대답을 했을까? 하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몇 일간 그 질문에 대해 계속 생각을 했고 내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취미도 직업과 동일하게 운동과 술이었다.

그저 꾸준히 일하며 머릿속으로는 현재의 삶에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소득을 얻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했다.

삶에서 돈이라는 부분은 떼어낼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한명 이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큰 변함이 없다.

그에 비해 짝궁은 하고싶은게 참 많았다. 가고싶은 곳도 많았고 다양한 경험을 얻고 싶어 했다.

그런 짝궁을 보며 문득 내 삶의 1순위는 가족이라고 말하는데

짝궁이 하고 싶은 것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를 구체적으로 냉정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머릿속 에서부터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경제적인 것, 일하는 것, 주변과의 관계 등 모든 것이 완전 새롭게 바뀌게 된다는 것을 알았고

‘이 변화를 내가 받아 들일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나는 결국 짝궁과 함께하는 삶을 사는데 받아들이고 도전해야지.’ 라는 생각이 충돌했다.

결국 나는 후자를 선택했고 지금 이렇게 여행을 이어가고 있다.




실천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그 과정은 힘들지라도 (때로는 정말 말도 못하게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건 어떤 것을 실천하겠다고 마음을 먹느냐다.

지금 내가 정한 실천은 짝궁과 가족과 행복한 순간들을 자주 만들어 가는거다.

그걸 목표로 삼는 순간 자연스럽게 여행을 가게 되었다.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내 나름의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을 알기에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나니 짝궁이 말한 “여보는 왜 여행을 떠났어?”에 대한 질문에 답을 다시 해주고 싶다.

우리는 가족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고 서로의 행복한 순간들을 많이 만들어가는 삶,

서로에게 의미있는 순간들을 늘려가는 삶을 살기로 했어.

그 삶을 찾아가다보니 짝궁과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지금 이순간들이 항상 의미가 있고 행복한 순간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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