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처음이었던 그 첫날

숨 쉬는 것과 내 옆에 있는 한 사람 빼고 모든 게 처음이었다.

by BADA

B의 Story

2022년 10월 10일

: 한 사람의 염원과 한 사람의 희생이 묘하게 어우러져 알 수 없는 끝은 생각하지 않은 채 미지의 세계로 다이빙하던 날.




내 인생에 함께하는 많은 것들 중

몇 날 며칠을 추리고 추려, 마치 미스트롯보다 더한 서바이벌의 경쟁을 뚫고 선택된 물건들을 50L 배낭 하나에 담았다.

그렇게 처음으로 온전한 나만의 16kg 배낭을 짊어졌다.

특별하게 느껴지던 여행이라는 단어가 머지않아 일상이 되어버릴 순간.


소중하지 않은 하루가 어디 있겠냐만은 그렇다고 매일이 특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매일같이 16kg의 배낭을 짊어지고 다니다 보면,

첫 발자국을 내딛는 떨리는 순간들도 일상으로 변하고

이 배낭의 무게가 인생의 무게인 양

설렘으로 가득했던 얼굴도 찌푸리는 날이 늘어날 것이다.

그럼에도 인생의 무게가 고작 16kg이라면 그 무게마저 너무 달콤하다고 느껴진다.


그렇게 한 사람은 설렘이었을, 한 사람은 두려움이었을 떨림을 안고 헝가리 부다페스트행 비행기에 올랐다.

12시간 50분의 첫 장거리비행이었고, 첫 비즈니스석이었다.

각종 서비스에 눈이 휘둥그레 해졌고 말로만 듣던 '비행기에서의 자본주의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비행기에서 위스키에 광어요리를 먹다니.. 누워서 간다니..? 영화로만 봐오던 멋진 일들이 나에게도 일어났다.

시간이 흐르는 게 아까울 정도로 많은 것들을 누리고 싶었다.

'내가 두 번만 타봤어도 이러진 않았을 텐데.. 처음이니까 즐겨!'

괜히 누워도 보고, 음료도 한 잔 더 시켜보고, 자다 일어나 라면도 시켜보고..

(자리가 좋아서 그런가? 마음이 행복해서 그런가?)

라면을 먹어도 퉁퉁 붓지 않았고 피곤한 줄 모른 채 하늘을 날았다.




인생 첫 유럽,

부다페스트 공항에서 입국심사대를 향해 가는 순간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걸었다.

영어로 막 물어보면 어떡하지? 영어 못해서 쫓겨나는 건 아니지? 별의별 생각을 다했지만

싱겁게도 입국심사는 도장 쾅이 전부였다.


그리고 내가 가장 기대했던 공항 밖을 나가는 순간.

담배냄새. 이게 내가 느낀 유럽의 첫 공기였다.

(하필 또 내가 나간 게이트 앞이 흡연구역이었다.)

생각보다 특별할 것 없던 유럽의 냄새였지만 후각보다 시각이 더 발달했는지

영어로 된 많은 글씨들,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 노란색 택시들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내가 살던 환경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여긴 정말 유럽이야'를 알려주고 있었다.


낯섦에 순간순간 멈칫하면서도 모든 게 난 재밌었나 보다. 혹은 겁이 없거나.

처음이니까 비싸더라도 안전하게 택시를 타자는 남편의 의견에

구글맵에 버스가 나와있으니 버스 한번 타보면 어떨까? 하는 나의 의견이 대립했다.

결국은 남편의 승리였다. 여러 면에서 이성적인 남편의 말을 듣는 게 옳다는 생각이었다.

지금에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흘러넘치던 패기는 '척'이었고, 꽤 많은 부분을 남편에게 의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택시 티켓 부스에 줄을 섰다.

목적지를 말하면 금액과 택시 번호가 적힌 티켓을 주고, 그 티켓에 적힌 번호의 택시를 타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별다른 입국심사가 없던 부다페스트에서의 첫 실전 영어였달까.

역시 이것 또한 남편의 몫이었다.

구글맵을 보여주며 아직은 어색한 발음으로 목적지를 이야기했고,

티켓언니는 워낙 많은 관광객들로 익숙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티켓을 끊어주었다.


그렇게 노란색 택시를 타고

노란색 은행나무가 양 옆에 널려있는 길을 달렸다.

가는동안 창문에 두 손을 포개어 기댄 채 창밖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 창밖의 은행나무들이 우리의 첫 여정을 양팔 벌려 맞이해 주는 기분이었다.

'어서와!'




D의 Story


여행을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첫 마일리지를 모아본 순간,

비즈니스를 처음 타고 처음 유럽으로 날아간 순간,

첫 여행지인 헝가리에서 경험한 모든 첫 순간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모든 첫 순간들을 난 두려워 했다.

마일리지를 모을 때는 언제 모을수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마일리지를 계산 했었고,

첫 유럽에 도착한 순간부터는 긴장의 연속으로 온전하게 즐기지 못했다.

물론 상상하는 위험한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첫 도전은 항상 설레임과 두려움을 갖게 한다.

둘 중에 하나만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내 경우에는 대부분 설레임 보다 두려움이 먼저 일어난다.

실제로 지나고 보면 별 일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해보기 전까지는 두려움이 나를 가로막았다.

지금 생각하면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내가 원하는 것에 더 집중하면 어땟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나 여행이 지속될 수록 여행하는 나라가 많아졌고 그에 따라 경험이 쌓였다.

새로운 환경에 점차 쉽게 익숙해지면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도 여행하는 모든 순간은 처음이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가 달라졌다.




새로운 나라의 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에서 내릴때,

그리고 공항 출구로 나오는 순간은 항상 그 나라의 공기를 피부와 코로 느끼게 해준다.

게다가 새로 적응하는 기간동안의 긴장감은 역시나 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새로운 환경에서 사람들에게 부탁도 해보고 적극적으로 적응해보려는 나의 달라진 태도를 발견할 때면 처음하는 것을 두려워만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이런 도전들이 모여서 성공과 실패를 통해 성장하고 점차 더 큰 도전을 시도할 수 있는 나를 상상해 본다.




2024년 우리의 도전들

- 일본 3개월 전국일 주

- 네팔 ABC 트래킹

- 2박3일 린자니 (인도네시아 2위 산) 트래

- 그리스 크루즈 여행

- 해외에서 가게 오픈 프로젝트

- 야간 열차로 나라간 이동해보기

- 프리다이빙 도전

- 야외 클라이밍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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