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여행이란 무엇일까?

보랏빛 소가 되기로 했다.

by BADA

B의 Story


여기는 미야코지마의 시모지시마 공항이다.

오늘 우리는 약 2주간의 미야코지마 여행을 마치고 오키나와 본토로 넘어간다.

우리에게 미야코지마는 더할 나위 없이 잘 맞는 곳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떠날까?

할 게 없어서? 날씨가 좋지 않아서? (실제로 지금 미야코지마는 며칠째 흐리다.)


숙박비의 개념이 없는 한국의 삶과는 달리 집을 떠난 이후의 모든 시간에는 돈이 따라온다.

관광이 목적이 아닌 일상의 날들에도 당연히 숙박비가 붙으며 이 금액은 꽤나 우리를 부담스럽게 하기도 한다.

아마 이러한 이유 때문 일 것이다. 아니 다양한 이유 중 아마 이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지금 우리가 있는 미야코지마와 나하(오키나와) 와의 숙박비는 적게는 1.5배부터 차이가 난다.

그리고 나하에는 스벅도, 아울렛도, 이치란도.. 즉 문명이(?) 있다.

2주간의 퓨어한 일상을 보냈으니 문명을 찾아 떠난다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여행은 이런 게 아닐까?

반복되고 익숙해진 환경을 바꾸는 일.

그 환경 속에서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일.


나는 다양함을 좋아한다.

싫어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게 훨씬 많지만 여행을 하면서 그중에서도 뭘 좋아하는지 많이 깨닫게 되었다.


그날의 공기냄새,

해피아워에 생맥주 한잔을 부딪히는 순간,

가득 찬 하루를 살고 창문을 열어 일몰을 볼 때,

졸린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고개를 반쯤 들어 일출을 보는 아침,

모르는 동네를 산책하다 만난 공원,

편집을 마무리하고 쪼그려 앉아 검수하며 커피를 마시는 일..


사소하고도 평범한 일상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다 보니 오히려 이런 순간들이 소중해졌다.


여행이라고 매 순간 행복만 할 수는 없지만

나를 알아가고 너를 알아가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우리의 삶은 행복과 풍요로움이 넘친다.

훗날 우리의 안줏거리를 만드는 일, 그 안줏거리 안에서 나를 좀 더 들여다보는 일.

지금은 이게 나의 여행이다!






D의 Story


벌써 미야코지마에서도 2주가 흘렀다.

매일을 충실하게 보내든 대충 보내든 시간은 어떻게든 지나간다.

예측하기 어려운 섬 날씨도, 습도와 더위를 피해 다니던 일상도, 바다를 보며 매일 감탄하는 날들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이런 여행도 벌써 3년 차에 접어드는데 짝꿍과 대화를 하다 문득 나에게 있어 여행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튀어나왔다.


처음에는 도전이었다.

짝꿍을 만나기 전 난 집돌이 었다.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는 것도 그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스트레스라 생각하여 집, 일(또는 학교)만 다녔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가거나 친구들이 다 짜놓은 여행 계획에 어쩌다 참여하는 것을 제외하면 여행 기억은 생각나지 않는다. (아니면 내가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나에게 짝꿍과의 연애는 큰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여행이라면 몸에서 활기가 떠나지 않는 짝꿍과 함께하며 함께 여행에 입문하게 되었고

국내 여행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게 되었다.

매 나라마다, 매 도시마다 식사를 하는 모든 순간이 나에게는 도전이었고

마음에 들던 안 들던 도전의 결과는 항상 우리 앞에 나타났다.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숙소에 가서 호스트와 싸우기도 했고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았기에 번역과 메시지로 다투었고 외국인 여행자의 서러운 부분을 배울 수 있었다.)

반대로 황홀하고 매일이 행복한 순간들도 있었다

(스위스에서의 숙소와 호스트는 정말 평화, 자연, 감사 그 자체였다)

그렇게 점진적으로 경험이 쌓이다 보니 수동적인 나에게서 점차 적극적인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행’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도전이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젠 해보고 싶다는 라는 감정이 보다 빠르게 나에게 손을 내밀고 나도 그 손을 강하게 빨리 잡는다.

피하고 싶은 도전에서 해볼 만하다는 도전이 되었다.

지금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걱정하거나 망설이시는 분이 있다면 걱정 말고 시도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어느 방향이든 여행은 나를 성장시켜 주는 경험이 될 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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