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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현 Aug 10. 2015

홈쇼핑 일기예보

날씨와 계절 그리고 방송실적

해가 떠야 하는 아침 7시.

햇살 대신 비가 주룩주룩 쏟아진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를 매번 반기었던 것 같다.

낮인데도 불구하고 캄캄해지는 실내가 좋다.

투두둑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의 무게, 우산 손잡이 끝으로 느껴지는 전율이 좋다.

창문을 타고 흘러내려오는 빗방울도 좋고, 그 빗방울을 쓸어내는 와이퍼의 움직임도 좋다.

무엇보다 조용한 방안에서 들려오는 비 내리는 소리, 작은 물방울들이 만들어내는 강하고 힘 있는 그 소리가 좋다.


이렇게 좋아하는 비가 더 좋은 이유는 내 실적을 올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를 사랑하는 이유를 이렇게 한참 감성적으로 늘어놓다가, 결국엔 실적 때문에 사랑한다고 말하는게 참 부끄럽지만..하하)


방송 관련해서 MD와 PD 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한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실적이 별로네요.'

'비가 오니까 콜도 좋네!'

'100% 하려면 비라도 쫌 와야 하는데..'


직접적으로 팀장님께 보고하긴 어렵지만, 방송 실무자들끼린 방송 결과의 요인으로 날씨 '탓'을 하기도 한다.

이 무슨 무능력한 인간들이란 말인가 라고 생각하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물론 날씨 외에도 수많은 각도에서 방송분석을 한다!) 홈쇼핑 업은 날씨와 계절에 상당히 많은 변수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단순히 생각해 봤을 때 비가 오면 밖으로 나가기가 싫어진다. 눈이 와도 마찬가지고, 너무 많이 춥거나 더울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날씨, 그런 계절엔 집에 있는 사람이 많아지며, 집에서 TV를 시청하는 사람들도 많아진다. 어쨌거나 모수가 많아지면 홈쇼핑 방송으로 유입되는 고객 비중도 늘어나는 법.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미친 날씨'에 열광한다.   


부장님 한 분이, 내가 팀에 온지 서너 달 정도 지난 어느 봄에, 벚꽃이 미친 듯이 싫다고 말씀하셨다. 아, 꽃 피는 봄. 모두가 나들이 나가는 화창한 날씨. 홈쇼핑 연중에 가장 힘든 달이라고 할 수 있는 계절이다.

점점 이상한 날씨만 좋아하는 성격파탄자가 되어가는 것 같긴 하지만,

비야, 태풍아, 벼락아, 폭염, 그리고 폭설아.

우리라도 너희를 반겨줘야 하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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