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하고 싶기도, 한편으론 꿈을 찾고 싶기도
인사팀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그룹 채용행사 참석 요청'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설명회 지원 요청 메일이었다. 선발 대상자는 '3년 차 이상의 사원으로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높으며 실무에 대한 이해도가 확립된 자'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딱 3년 차에 턱걸이로 속하는, 그들의 기준에서 드디어(?) 실무에 대한 이해도를 확립한 직장인이었다.
직장 3년 차. 25살에 취업한 여자라면 28살, 남자라면 31~33살 정도의 직장인일 것이다. 정신없이 앞만 바라보던 대학생 시절과는 달리, '예전엔 좋았는데...'라는 옛 추억을 회상하는 말도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바로 이들이 아닐까.
찌들 대로 찌들어 현실을 직시할 만큼 냉정할 수도, 아니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의 자신을 꿈꾸며 언제라도 직장을 때려 칠 만큼 열정적일 수도 있는 연차.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기 어려운, 안주하고 싶기도, 한편으론 꿈을 찾고 싶기도 한 직장 3년 차이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한자성어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만큼 3일을 마음먹기가, 3개월을 적응하기가, 3년을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 3년 차의 고비를 맞이하고 있으니, 열정이란 녀석이 스멀스멀 나타나 괜히 내 마음을 뒤흔드는 것도 전혀 뜬금없는 일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 인생에서 (아직 30대 초반이라면) 3년 차의 고비를 제대로 극복해볼 기회가 없었다. 초등학생 때를 제외하고 자아가 뚜렷해진 사춘기 이후부터는 중학교에서 3년, 고등학교 역시 3년, 대학교에서의 3년 그리고 취업으로 정신없던 1년이라는 시간으로 살아왔다. 지금까지는 지겨울 틈도 없이 3년 만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인생을 살아온 것이다.
3년 이상의 시간을 한 장소, 한 집단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일거란 이야기다. 솔직히 말하면 지겹다고 표현하고 싶다. 지금까진 늘 3년 뒤엔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했는데 3년째 이 자리에 있는 내가 얼마나 더 같은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잡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계속해서 새로운 이벤트들을 만들어 간다고도 들었다.
꿈을 찾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든, 지금 있는 자리에서 나름의 비전을 찾든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어떤 결정이든 그것이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라면 그 마다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더라도 열정이 없는 것이 아니며, 마음속에만 그리던 꿈을 택하더라도 무모한 것이 아니다.
나도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결정하지 않을 참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직장 3년 차의 사춘기를 이렇게 지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