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달걀 한판이 집으로 택배 배송됐다. 수취인으로 신랑 이름이 적혀 있었다.
"당신 인터넷 쇼핑으로 달걀 시켰어?"
아무리 쇼핑 센스가 없다지만, 무슨 달걀을 인터넷으로 주문할까. 하지만 패키지 비주얼은 나무랄 데 없이 예뻤고, 깨진 달걀 하나 없이 안전하게 배송되었다.
"어? 정말 보내줬네? 아는 형이 양계장해서 보내준 거야."
양계장 집 아들 정도로 생각한 그 형은 알고 보니, 모두가 선망하는 은행에서 일하다 스스로 귀농한 케이스였다.
대학교 입학 원서를 낼 때 전공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나 사회에 나와보니 (역시 문과는) 전공대로 직업을 갖는 경우가 드물었다. 오히려 중요한 건 처음으로 취직하게 되는 직장, 그 바닥이 앞으로 쭉 나의 전문분야가 될 거라 믿었다. 과연 그렇게 될까?
동기사랑 나라사랑을 실천한, 평생을 함께 할 것 같았던 입사 동기 13명. 그중 6명은 이미 회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퇴사한 이들 중 3명은 더 이상 회사원이 아니다. 창업과 학업의 길을 택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퇴직할 만큼 나이가 이미 꽉 찬 거 아니냐고 오해한다면, 그들은 30대 중반도 채 되지 않은 사람들이다. 남은 동기들끼리 모이는 자리에 빠지지 않는 단골 주제가 있다. "넌 언제 퇴사할 거야?" 회사 밖이 지옥인 줄도 모르는 대리 나부랭이들의 패기 넘치는 대화이다.
전공과 다르게 취업준비를 하는 구직자들이 과연 지난 4년을 되돌리고 싶을 정도로 전공에 대해 후회스러울까? 쌓아온 경력을 뒤엎고 결국엔 다른 업종의 사업, 귀농, 카페 등을 선택한 사람들이 그동안의 직장생활을 부정하고 싶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무언가를 배우고, 경제력을 갖추고, 인맥을 쌓고 준비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나름대로 그 시간의 의미는 충분하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는 스스로 터득해야 할 일들이 참 많다. 직장인이 된 후 스스로 자산관리를 하는 법. 아이를 임신한 뒤 태교부터 출산까지의 과정. 그리고 앞당겨진 정년에 대비한 노후대책들. 이 모든 건 살아가면서 꼭 알아야 할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사회, 그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는다. 조언을 구할만한 인생선배를 찾아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 그렇기에 직장에 들어와 경제관념, 업무방법, 인간관계의 원리를 배우는 시간이 더 소중한 것이다.
내 인생의 최종 목표는 그들처럼 사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들처럼 살지 못했다고 해서 나 같은 월급쟁이들이 불행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반드시 제2의 직업, 어쩌면 평생직업이 될 그 자리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직무 권태기 때 막연한 이직, 막연한 퇴사만을 꿈꾸던 시기는 또 지나갔다. 지금은 더 확실한 미래를 위해 지금의 자리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직장인의 징징거림 (사실 나의 징징거림)은 참 끝도 끝도 없다.
<번외 이야기>
저같이 평범한 사람은 직업, 직장에 대한 이런 고민이 당연해요.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도 커서 이런 고민을 하게 될까요? 가장 좋은 건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평생 그 일을 하면서 살아도 충분히 돈을 벌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이겠죠. 어떻게 하면 그런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다음 영상을 보면 어느 정도의 방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BS 다큐프라임 <아이의 사생활> 4부 다중지능 편인데요. 직업에 대한 고민이 있으신 분들,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꼭 보시길 바랍니다!
EBS 다큐프라임 <아이의 사생활> 4부 다중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