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이상과 현실
신입사원 때 회식자리에서 선배에게 던진 질문이다.
항상 신입들만 포부와 각오를 말하고, 반복적으로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 지겨웠다. 그러다가 술기운에 힘 입어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것이다. 물론 반항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도록 최대한 '꿈 많은 어린이가 어른에게 질문하듯' 물어봤다. 과장님은 적잖이 당황하셨고, 당황한 모습에서 나는 살짝 희열을 느꼈다.
채용설명회 지원을 나가게 되었다. 지원자 대상으로 1대 1 직무 상담을 해주는 역할이었다. 먼저 타학교에 다녀온 PD에게 팁을 얻기 위해 어땠는지 물어봤다.
"저는 무슨.. 면접당하는 기분이었어요. 어찌나 예리한 질문들을 많이 하는지..."
말도 잘하고 재치 있기로 유명한 PD마저 당황시키는 존재들이라니!
내가 직접 다녀와보니 정말로 준비된 지원자들, 관심과 열정이 대단한 지원자들이 많았다. 그리고 PD님 말대로 나를 당황시키는 지원자도 있었다.
"입사 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괴리감이 있었나요?"
맙소사. '몇 명 뽑아요?' '어떤 거 준비하면 좋아요?'등의 질문만을 예상했는데, 고차원적인 질문이 뒤통수를 때린다. 요즘 취업준비생들이 정말 많은 고민을 하는구나 느꼈다.
그 학생의 질문에 나는 그저 직무 중심으로밖에 대답하지 못했다. 어쨌거나 직무 상담하는 자리였고, 무엇보다 인사팀이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취업 전엔 이런 일을 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이런 일 저런 일도 하더라' 정도로 대답했다. 분명 그 학생이 질문한 포인트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 회사가 대외적으로 보이는 것 외에 실제로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었을 테니 말이다.
굳이 여기서 지금 회사의 좋은 점과 실망스러운 점을 따지고 싶진 않다. 모든 기업들이 '이상'과 '현실'에서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다고 생각한다. 취업이 절실할 때 기업을 우러러보는 것과, 직접 일하게 되었을 때 냉정한 시각, 또는 오히려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상과 현실은 결국 '시각'의 차이 정도뿐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어쩌면 직장인이 된다는 것 자체가 이상과는 멀어져 현실로 발을 내 딛는다는 뜻이 아닐까? 다만 이상과 현실을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맞출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다.
"인기 없는 직무는 경쟁률이 더 낮지 않을까요?"
"제가 하고 싶은 직무는 아니지만, 이 직무를 더 많이 뽑을 거 같은데.. 이쪽으로 지원하는 게 나을까요?"
어제 채용설명회에서 자주 들은 질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회사는 다 비슷하다. 어딜 가나 내가 꿈꿔왔던 사회 생활이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회사생활이 결국 비슷하다면,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를 선택했으면 좋겠다.
꿈이 뭐냐는 질문에 과장님은 진솔하게 대답해주셨다.
"나는 이기적으로 사는 게 꿈이야.
내가 행복하고, 우리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결정만을 내리며 사는 거.
그게 최우선이 될 수 있게 살아가는 것. 그게 내 꿈이야."
우리는 입사가 목표가 아니다. 내 삶을 얼마나 행복하고 보람 있게 살아가느냐가 우선되어야 한다. 나도 경험이 많은 건 아니지만, 주위에 퇴사하는 친구들, 동기들을 보니 그렇더라. 입사했다고 다 행복한 것만은 아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