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하늘. 서울의 땅.
출근길 하늘이 예쁘다. 멋진 하늘을 볼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하는 습관 하나가 있다. 하늘을 넋 놓고 바라보다가 상상 속으로 주변을 모두 지워버리는 습관이다.
시야로 들어오는 빌딩 하나, 육교와 가로등,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 그 밑에 시멘트 바닥도 모두 뒤엎어버리는 상상. 인간의 손으로 지은 도시를 없애고, 모든 기계적이고 물질적인 것들을 지우면, 내가 볼 수 있는 건 오롯이 그 하늘과 두 발로 딛고 있는 땅이다.
그렇게 한동안 서있자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곳이 있다. 인간이 만든 것보다 신이 지으신 것들이 더 많은 그 곳. 도시에만 사는 사람들에겐 '아무것도 없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늘 반, 땅 반 그리고 산과 물로 가득 차 있는 곳.
스물세 살 때 다녀온 아프리카다. 그 후로 5년이 지났는데도 멋진 하늘만 보면 그리워지는 곳이다.
오래전에는 여행에 대한 의문이 든 적이 있다. '굳이 가보지 않더라도, 사진 작가들이 찍어놓은 풍경이 전부일텐데 직접 가서 보는 것이 뭐가 다를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내가 찍은 것보다도 그 작가들이 찍은 사진이 훨씬 멋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 사진 속 그곳에 와보니 알 것 같았다.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이유, 작가가 찍은 사진이 아니라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이 더 소중한 이유.
내가 찍은 사진 속엔
움직이는 사람도, 구름도, 바람도,
그리고 나 자신도 함께 기록되기 때문이다.
출근길 현관문을 나서 회사에 도착하기 까지 걸리는 한 시간. 아무 말도 할 필요 없고, 어떤 표정도 짓지 않아도 되는 한 시간. 오늘은 아프리카의 추억들을 맘껏 그리워하며 출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