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르르…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린다. 귀신이라도 본 듯 새파랗게 질린 얼굴, 눈물이 맺힌 채 초점을 잃고 흔들리는 눈동자. 퀭하게 들어간 두 눈은 밤새 한숨도 못 잔 모습이었다. 수희는 온몸이 떨려 두 다리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그녀를 부축해서 집으로 간신히 들어왔다. 수희의 손에 만져진 그녀의 팔이 고새 더 가냘프게 느껴진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 언제부터 이런 거냐 물어볼 겨를도 없이 침대에 눕히자 몸을 웅크린채 누워 바들바들 떤다. 안 그래도 굽어 있는 등이 더 굽어져 있는 걸 보니 수희의 마음도 따라서 슬프게 굽어진다.
‘그렇게 무서웠을까. 죽음이 눈앞에 다가오면 저만큼 무서운 걸까.’
어제저녁 통화했을 때 목소리가 좋지 않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었다. 늘 그랬듯이 아침에 일어나서 약을 먹으면 좀 괜찮아지겠거니 하고 얼른 밤이 지나기만을 기다렸다. 수희는 걱정만 하며 지난밤이었지만 그녀에겐 억겁과도 같은 시간이었으리라. 그 칠흑 같은 시간을 혼자 견뎌내고 새벽같이 수희에게 전화를 했을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애린다.
누워서도 온몸을 바들바들 떠는 모습에 수희는 다시 가슴이 미어져 눈물이 울컥했지만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았다.
‘지금 나까지 약해지면 안 돼.’
한시라도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수희는 다른 생각할 틈도 없이 짐가방을 열고 응급실에 갈 채비를 했다. 침대에서 그녀를 천천히 일으켜 따뜻한 옷을 챙겨 입히고 신발을 신긴 다음 부축을 했다. 차에 비스듬히 누운 모습이 송장만도 못한 모습이다. 가느다란 입술 사이로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참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흘러나오는 소리. 안간힘을 쓰며 참고 또 참는 모습에 수희는 결국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만다.
“아프면 처음부터 그냥 아프다고 하지 왜 바보같이 참고 있었어.”
눈물을 삼키고 한소리 해버렸다. 걱정 끼치기 싫어 참고 있었을 모습을 생각하면 다시 가슴이 저 깊숙이 미어진다.
“그렇게 아프더니 드디어 오늘 내가 죽나 보다. 나 그냥 빨리 죽고 싶어...”
모진 말을 내뱉은 수희에게 더 모진 말이 던져진다.
응급실 앞에 차를 세우고 북적이는 응급실로 성큼성큼 들어섰다.
그다음은 수희의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다. 몇 장면만이 흐릿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흰 불빛,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들리지 않는 소리들.
응급실에서 밤을 꼬박 새우고 동이 틀 무렵 집에 온 기억이다. 콩나물을 넣고 국을 끓여 국물에 밥을 말아주니 다행히 몇 술 뜬다. 다 먹고 느릿느릿 방으로 들어가 눕는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본다. 푹 잘 수 있도록 커튼을 치고 마룻바닥에 쓰러지듯 웅크리니 지난밤이 꿈인 듯 아득하다.
엄마는 우울증이다.
그 기나긴 날들 가정을 지키고 자식들을 키워내는 동안 슬픔도 아픔도 참고 참아 생긴 병. 한 번도 뱉어내지 않고 속으로만 삼켜내다 깊숙이 굽어버린 가슴에 생긴 병. 평생 혼자서 외롭게 짊어졌을 십자가를 오늘 저 작은 등에서 본 것도 같았다.
엄마는 자꾸만 ‘입이 아프다.’, ‘심장이 아프다.’하며 병원을 다녔지만 엄마의 진짜 병은 마음의 병이었다. 처음 우울증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수희는 마음이 철컹 내려앉았지만 큰 딸인 내가 무조건 낫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일 년 동안 매일 엄마를 보살폈다.
조금 나아지는 듯싶다가도 무너지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다시 증상이 심해지는 날에는 퀭한 얼굴로 이제 그만 죽고 싶다고 말하는 엄마를 수희는 다시 데리고 산으로 들판으로 나갔다.
아기가 된 것 같은 엄마를 모시고 할 수 있는 건 다할 거였다. 오늘처럼 응급실을 몇 번을 가도 괜찮아. 그 지겨운 죽고 싶다는 말을 더 이상은 안 하게 만들 거였다.
엄마가 누워있는 방 문에 가만히 귀를 대고 들어본다. 별다른 기척 없이 주무시는 소리가 들리니 이제야 다리에 힘이 풀리고 붕 떠 있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푹 주무시고 나면 내일 아침 엄마가 좋아하는 쌀국수도 같이 먹고 뒷산도 올라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