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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그림 Oct 21. 2022

녹도문 재발견과 한자의 기원 규명

-한민족의 정신문화와 녹도문

 1. 한민족의 정신문화


이 대목에서 이 책에서 언급된 한민족의 정신문화들을 정리해 보자.     


한민족은 ‘밝음’을 숭상한 민족이다.

숭상하는 것을 반드시 집어넣어야 하는 곳이면 나라 이름이 으뜸일 것인데, 한민족은 환(桓)국, 신시배달(박달, 곧 밝은 땅)국, 단(檀, 박달나무)군조선 등 나라 이름에 모두 밝음이 들어가 있다.  

   

밝음에 대한 숭상이 구체화 된 것이 태양 숭배 사상이다.

그리고 태양이 없는 밤에 밝음을 상징하는 달도 숭배 대상이었다.

박은식 선생님은 《박은식 전서》에서 “고조선은 국교가 삼신교(三神敎)이다. (...) 이 삼신교는 부여·고구리·백제·고려까지 계승되었다”라고 하였다.    

 

덧붙여서 밝음은 신의 형상이고 신이 계신 곳이 있다.

앞서 말한 북두칠성이다.   

  

이 두 가지(즉, 신과 신이 계신 곳)를 숭상하는 것이 바로 ‘경천사상’이다.    

 

이러한 모든 소재(태양, 달, 북두칠성)는 그래서 고구리 고분 천장에 그려지는 ‘신’의 모습인 것이다.    

 

밝음은 환단한의 세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그것을 삼신(三神)이라고 하니 바로 삼신 신앙이다.    

 

삼신 신앙은 신의 모습이고 칠성 신앙은 신의 계신 곳이다.

하지만, 삼신은 너무 어렵고 칠성은 밤하늘만 쳐다보면 바로 보이므로 아주 직관적이라 보다 대중적이어서 칠성이 신 자체로 숭배되었다.

그래서 우리 할머니들은 부뚜막에 정화수를 떠놓고 칠성님께 소원을 빌었다.   

  

삼신의 원래 의미는 이렇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천지인(天地人)을 삼신이라고도 하고 환인·환웅·단군을 삼신이라고도 했다.

특히, 환인·환웅·단군은 삼신을 구체화하기 쉬운 대상으로서 국조이기도 하기에 삼신각을 지어서 숭배했는데 불교가 들어와서도 이 신앙은 유지되어 지금도 절에는 삼신각과 대웅전이 반드시 있는 것이다.      


                                       

삼신각의 칠성도


구월산 삼성사(三聖寺)에는 환인·환웅·단군을 모시지만, 일반 사찰에서는 이분들의 특성을 나타내는 칠성·독성·산신으로 바꾸어 놓고 모시는 것이다.

또한, 삼신각에는 칠성도가 있어서 한민족 전통의 삼신 신앙과 칠성 신앙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신각은 삼성각, 칠성각, 산신각, 독성각 등으로 명칭이 다양한데 불교와 관련 없는 토속 신앙, 즉 ‘삼신교(三神敎)’인 것이다.     


태양은 농경 사회의 생산과 관련되며, 따라서 생명을 상징하여 삼신할머니로 구체화하였다.

즉, 지금은 아기를 점지해 주는 신으로만 받들어지지만, 모계 사회인 환국이나 신시배달국에서는 삼신할머니 자체가 최고의 신인 것이다.

이것이 나타난 것이 홍산문명 우하량의 삼신할머니 상이다.

중국에서 신비의 여왕국이나 여신묘 등의 이름으로 얼버무리고 있으나 분명히 그 소조 상은 삼신할머니인 것이다.     


삼신 신앙과 관련하여 빼놓을 수 없는 유산이 바로 일명 ‘삼족오’이다.

고구리 고분 벽화의 단골 소재이기도 한 삼족오는 태양 속에 세 발 달린 까마귀처럼 생긴 새가 있다고 해서 명명됐다.

세 발로 삼신을 상징한 것이다.

바로 태양 삼신이다.

고구리 고분 벽화에는 태양 삼신과 짝을 이루는 달이 있는데 달 속에는 두꺼비나 토끼를 그려 넣었다.     


2. 일중금오와 월중섬여·토     


태양 삼족오를 일중금오(日中金烏)라고도 하고 달 속 두꺼비·토끼를 월중섬여·토(月中蟾蜍·兎)라고도 한다.

그런데 필자는 이 태양 삼족오와 달 속의 두꺼비와 토끼가 녹도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먼저 검토할 것은 달 속의 두꺼비와 관련된 예와 상아의 전설이다.

예는 인간을 괴롭히는 10개의 태양 중 9개를 쏘아 떨어뜨려 인간에게 도움을 준 인물이다.

하지만 이 일로 신에게 미움을 받아 승천하지 못하고 있는데 곤륜산 서왕모에게서 불사약 2알을 받는다.

이 불사약은 2알을 혼자 먹으면 승천할 수 있고 둘이 1알씩 먹으면 영원히 살 수 있는 약이다.

그런데 예의 부인 상아가 2알을 혼자 먹고 냉큼 승천해 버리고 말았다.

하늘로 올라간 상아는 신들에게 미움을 받고 두꺼비로 변해서 달 속에 있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이 전설은 태양 숭배 사상을 보유한 한민족의 전설일 수가 없다.

중국의 전설인 것이다.

아마 중국인이 달 속에 두꺼비가 그려진 그림이나 물건을 보고 지어낸 전설일 것이다.

그 그림이나 물건은 그 의미를 알고 제작한 한민족의 것일 것이다.

왜냐면 태양이 인간을 괴롭힌다는 것은 한민족 머릿속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발상이고 이러한 태양을 활로 쏘아 죽인다는 발상도 한민족 머릿속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쏘아 떨어뜨린 태양 개수가 9개인 점도 의미심장하다.

9는 구환족, 구이 등 한민족을 칭하는 숫자인 것이다.     


중국 특유의 과장도 들어가 있는데 달 속의 토끼는 방아를 찧어서 불사약을 만들고 있는 약토끼라는 것이다.                         

남북국 시대 신라 〈월중섬여토문와당〉 : 토끼와 두꺼비가 함께 계수나무 아래서 방아를 찧고 있다.


그런데 이 전설이 굉장히 재미있었는지 이에 영향을 받은 남북국 시대 신라 때 와당이 보이기도 한다.                                

고구리 장천1호분 〈월중섬여토〉


또한, 고구리 고분 벽화에도 방아를 찧는 약토끼와 두꺼비가 달 속에 들어있는 도상이 있다.     


하지만 일중금오(태양 속의 삼족오)와 월중섬여·토(달 속의 두꺼비·토끼)는 이 전설과 하등의 연관이 없는 그림문자인 녹도문이다.     


3. 태양 속 검은 새의 정체     


태양 속에 검은 새로 그려져 있어서 삼족오로 불리지만 엄밀히 말하면 한민족이 그것을 까마귀로 불렀다는 고대의 기록은 없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 도상을 알지 못하는 중국 사가가 보이는 대로 까마귀라고 쓴 기록을 하도 옛날 일이라 이 도상에 대한 기억을 잊은 한국이 무턱대고 따라 적은 데 기인한 것이다.

이 삼족오에 대하여 중국의 쑨쯔오원(孫作雲)은 《중국 학보》〈1권〉에서 “처음에는 까마귀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새였다. 이는 새를 토템으로 숭배하는 사람들과 태양을 토템으로 숭배하는 사람들의 사상으로 동이족이 새와 해를 토템으로 하였다”라고 하였다.     


태양 삼신 신앙을 가진 한민족이 과연 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태양 속에 까마귀를 그려 넣었을까?

한민족의 까마귀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은 근래에 누군가 주입한 것일까?

한민족의 전설에 까마귀가 길조로 그려진 경우가 있는가?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태양 속에 그려진 검은 새는 결코 까마귀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태양 속 검은 새는 무슨 새인가?

필자는 이 새의 정체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아래의 동한 시대 〈산동화상석일상〉에서 찾아냈다.                                                               

동한 시대 〈산동화상석일상〉

위에서 태양 안에 세 발 달린 새와 개와 닮은 동물이 나타났다.

필자는 이것을 보는 순간 무릎을 '탁' 쳤다.     


아래의 새는 ‘수리’이다.

수리는 술이이고 여기에 ‘술’이란 글자가 있는데 술은 태양을 뜻한다.

김양동 박사님에 의하면 햇살 등 해를 뜻하는 말이 ‘살’인데 살이 음운 변화를 일으켜서 술이 된다는 것이다.     

필자도 김양동 박사님의 견해에 따라 까마귀가 아니라 수리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 견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위 화상석을 찾게 된 것이다.     


위의 동물은 ‘이리’이다.

회색 늑대 중 한반도 남부에 살던 작은 아종을 ‘늑대’라고 하고 북부에 살던 큰 아종을 ‘이리’라고 했다.

이리는 일이이고 여기에 ‘일’이란 글자가 있는데 일은 당연히 해(日)를 뜻한다.    

 

결론적으로 일명 일중금오 도상은 단지 ‘태양이라는 글자’, 즉 ‘녹도문 태양’이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도상’이 아니고 ‘글자’인 것이다.   

  

녹도문은 환웅이 신지혁덕에게 명하여 천부경을 기록할 때 사용한 문자이다.

그런데 그 실체를 알 수 없고 다만 상형문자일 것이라고만 짐작되고 있었다.     


필자가 일중금오 도상을 녹도문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이것이 이두와 유사한 ‘아재 개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두에 ‘아재 개그’가 담겨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데 정확히 저 일중금오 도상 식으로 구사되는 것이다.

즉, 해(日)로 쓸 수도 있지만, 이두는 이를 취(수리 鷲)라고 쓰거나 랑(이리 狼)을 써서 해를 표시하는 것이다.

일종의 언어유희이고 요즘 말로 정확히 아재 개그인 것이다.

한마디로 한자를 써서 아재 개그를 구사하면 ‘이두’이고 그림을 써서 아재 개그를 구사하면 ‘녹도문’이다. 

    

이번엔 월중섬여·토 도상을 읽어보겠다.            

                                                   

동한 시대 〈산동화상석월상〉


아래 동물은 ‘두꺼비’이다.

두꺼비의 다른 말은 두터비이고 여기에 ‘터’란 글자가 있는데 터는 땅을 뜻한다.

달은 양달·응달처럼 땅을 뜻하는 말이다.

따라서 땅의 다른 말이 달이므로 땅이라는 달로 발음이 같은 달(月)을 표현한 아재 개그인 것이다.  

   

위의 동물은 ‘토끼’이다. 

토끼에는 ‘토’란 글자가 있는데 토는 당연히 땅(土)을 뜻한다.

따라서 땅의 다른 말이 달이므로 땅이라는 달로 발음이 같은 달(月)을 표현한 아재 개그인 것이다.     


위의 도상 역시 그림으로 아재 개그를 구사한 ‘녹도문’이고 도상이 아닌 글자인 것이다.  

   

필자가 발견한 그림 문자가 녹도문일지 아닐지는 이어서 분석해 볼 것이다.

다만 이러한 그림 문자가 존재했다는 것은 한자가 만들어지기 이전에도 역사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자는 3300년 전 사용된 갑골문을 기원으로 한다.

따라서 《환단고기》에 나오는 무려 9000년 전의 역사가 구전만으로 전해지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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