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자음은 고대의 한국말인 ‘녹도문 음’이라는 가설 및 ‘해 일(日)’
이번엔 한자음은 고대의 한국말인 ‘녹도문 음’이라는 가설이다. 일자일음의 원칙은 글자 하나에 소리도 하나라는 뜻이다. 이 일자일음의 원칙은 초성·중성·종성으로 이루어진 한글에서도 지켜지고 있을 정도로 한민족의 글자 원칙 중의 원칙인 것이다. 한·중·일 삼국 중 한자 발음에서 일자일음의 원칙이 지켜지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그런데 《환단고기》에 나오는 대로 녹도문에서 한자가 나왔는데 일자일음의 원칙이 지켜지는 한자라면 당연히 녹도문도 일자일음의 원칙이 지켜졌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는 이러한 실례를 이미 여럿 찾았다. 앞서 ‘집 가(家)’도 돼지의 ‘지’에서 나왔다고 분석되었고, ‘해 일(日)’은 일이의 ‘일’에서 나왔다고 분석되었다.
이번엔 조금 어렵지만 ‘월중섬여’를 분석해 보자. 월중섬여는 달 속에 있는 두터비에서 찾은 ‘터’에서 바로 나오지 않는다. ‘터’와 같은 말인 ‘달’을 한 번 더 찾아야 한다. ‘월중토’는 어떨까? 월중토는 달 속에 있는 토끼에서 찾은 ‘토’에서 바로 나오지 않는다. ‘토’와 같은 말인 ‘달’을 한 번 더 찾아야 한다. 이렇게 유사한 말을 한 번 더 찾아야 하는 언어유희가 아재 개그이며 바로 이두의 원리인 것이므로 월중섬여·토는 이두의 원리에서 이루어진 녹도문이라는 근거가 된 것이다.
나아가서 이런 방식의 조자법(造字法)은 중국의 육서법에는 나오지 않는 한민족만의 조자법(造字法)인 ‘이두법’인 것이다. 한마디로 아재 개그에 특화된, 상나라가 복골점에 진심이었듯 아재 개그에 진심인 한민족인 것이다. 이두법은 이런 한민족만이 쓸 수 있는 조자법이다. 따라서 한민족은 녹도문을 만들 때 육서법이 아닌 칠서법을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무튼, 이런 사례들을 보면 녹도문이 일자일음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토’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한자 ‘흙 토(土)’를 이미 알기에 ‘토’가 땅이라는 뜻을 알고 있지만, 한자가 존재하지도 않았던 시대에 녹도문을 쓰고 있던 선조들이 어떻게 토끼의 ‘토’로 ‘달’의 뜻을 집어넣는다는 말인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이것으로써 한 번 더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되는데, 바로 ‘토’가 ‘녹도문 음’이라는 것이다. 즉 그 자체로 한국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결론은 “녹도문에서 한자가 나왔다”라고 말했을 때 이미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왜냐면 상나라에서 갑골문 한자가 나오기 전, 또는 최근 갑골문 한자보다 1천 년 앞선 것으로 발표된 산동골각문(山東骨角文)이 나오기 전 수천 년 동안 녹도문이 사용되어 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웬만한 글자는 이미 다 녹도문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것을 상나라가 수입해서 갑골문으로 변용시킨 것이니 한자음은 원래 모두 ‘녹도문 음’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앞서 ‘일중삼족취·랑’ 녹도문을 재검토 해보자. ‘삼족취’는 ‘술’이라는 발음을 표시한다고 했지만, 술은 분명히 한국말이다. 그리고 ‘랑’은 ‘일’이라는 발음을 표시한다고 했는데, 바로 한자음이다. 그리고 ‘동그라미’는 태양을 그린 것이다. 현대의 한국인이 이 녹도문을 분석한다면 위와 같이 바로 알아볼 수 있다. 문제는 이 녹도문을 만든 고대의 누군가도 똑같이 알아봐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고대의 누군가도 현 한국인과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즉, 현 한국인이 한국말을 하고 한자를 읽을 때 ‘일’로 읽듯이, 고대의 누군가도 한국말을 하고 녹도문을 읽을 때 ‘일’로 읽는 것이다.
앞서 ‘일중삼족취·랑’ 녹도문을 형성의 원리에 의해서 만든 문자라고 말했다. 이중 ‘형’에 해당하는 것이 ‘동그라미’고 ‘성’에 해당하는 것이 ‘술’과 ‘일’인데 지금의 한자처럼 한자음만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녹도문은 ‘녹도문 음’과 ‘일반 한국말’도 같이 나타낸 것이다.
어쨌든 한자음은 상나라 발음이 아닌 ‘녹도문 음’이라고 결론 내리는 바이다. 하지만, 상나라가 갑골문을 만들 때 ‘녹도문 음’까지 수입했는가에 대해서는 여기서 결론을 내리지 않고 뒤에서 다시 분석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