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작가 중에 마이크 앞에 앉는 작가들이 있다. 코너에 게스트 섭외가 쉽지 않거나 제작비 절감 차원, 반대로 작가의 페이를 더 주기 위해투입이 되는 경우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작가들이 스튜디오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표준어를 써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아주 예외이기는 하지만 사투리를 쓰는 작가가 투입되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러니 비염으로 코맹맹이가 심한 데다 입을 여는 순간 고향이 인증되는 내게 마이크는 언감생심,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딱히 아쉽지는 않다. 마이크 울렁증이 있으니까.
그런데 게스트도 반드시 표준어를 사용해야 하는가? 솔직히 의문이다. 전문가를섭외할 때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닌 이상 보통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에게 먼저 연락을 한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같이했던 국장님이 지역 방송사에서까지 굳이 서울로 연결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는데 이때 영향이 컸다.
하지만 모두의 생각이 같은 것은 아니다. 내가 만난 또 다른 피디는 게스트를 되도록 서울에서 찾으려 했다. 사투리 때문이었다. 전국방송도 아니고 지역방송에서 굳이 그래야 하냐고 반문했지만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사실 이 피디뿐만이 아니었고 모니터 중에서도 게스트의 사투리를 문제 삼는경우가 있다. 지역방송의 역할이 지역성 구현에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이러니다.
메인 엠시나 아나운서까지 사투리를 사용하자는 게 아니다. 최소한 사투리가 배격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다. 사투리는 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