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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Jan 20. 2019

02 뛰는 '작가' 위에 나는 '꾼'

라디오도 이제 애플리케이션으로 듣는 시대다. 지역방송을 즐겨 듣는 청취자는 다른 지역에 가서도 애청하던 프로그램을 계속 들을 수 있게 되었고 반대로 중앙방송을 끊고 로컬방송을 하는 게 못마땅한 청취자는 시골에 앉아서도 서울방송을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어쨌든 청취자에겐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그중에서도 라디오 앱의 등장이 가장 반가운 사람은 아마도 작가들이 일명 ‘꾼’이라 부르는 상품 헌터들이 아닐까 싶다. 라디오 앱의 등장이 이들의 활동범위를 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시킨 것이다. 실제로 문자 참여자 중에서 당첨자를 뽑은 뒤 주소를 받아보면 타 지역인 경우가 많고 방송 연결을 위해 통화를 하다가 이쪽 말투가 아닌 것 같다고 하면 이름도 생소한 지명을 대는 경우도 있다. 우리 프로그램이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전국에서 듣는구나!라고 믿고 싶지만 그게 아니라는 건 제작진 모두가 안다. 경쟁이 치열한 전국방송보다는 지역방송에서 당첨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프로그램별 상품과 퀴즈 정답, 당첨 잘되는 방법 등을 공유하고 그렇게 받은 상품이 얼마 뒤 인터넷 카페에서 저렴하게 판매된다. 타 지역뿐만이 아니다. 지역 내에서도 가족, 지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동원한다. 실제로 2인 식사상품권을 협찬했던 어떤 프로그램의 피디는 업체 사장에게 항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12명이 와서 상품권 6장을 내밀었는데 한 사람에게 이렇게 몰아주면 어떻게 하냐고.  

제작진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상품이 지역 청취자에게 돌아가길 바라고, 이왕이면 다양한 사람들에게 골고루 돌아가길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입소문을 내주길 바라며 협찬하는 업체들도 당연히 그럴 것이고. 그래서 문자 창에 메모를 남겨두거나 명단을 작성해서 상품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걸 방지하려고 하지만 시간에 쫓겨 미처 검색하지 못할 때도 있고 뒤늦게 메모를 발견하고 아차 할 때도 있다. 여러 대의 전화번호를 동원하는 경우에는 사실 방법이 없다.  




보통 라디오 작가라고 하면 책상 앞에 앉아서 원고 쓰는 모습을 떠올리겠지만 원고는 기본이고 그 외에 잡다한 업무가 많다. 꾼을 예방하는 업무도 그중 하나라면 하나지만 작가가 뛰면 그들은 날아다닌다. 그러니 꾼이라고 부를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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