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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명수 Mar 26. 2024

쉬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휴가를 썼다. 단 하루다. 그것도 일이 있어서 쓴 휴가다. 아이 학교를 가야 하고 아이와 함께 병원에도 가야 한다. 기본적으로 소화해야 할 일정이 정해진 휴가다.    

 

휴가(休暇)! 직장, 학교, 군대에서 일정기간 쉬는 일 또는 그런 겨를이란다. 그 의미가 무색하게 나는 정해진 일정을 소화해야 마음이 편하기에 아침부터 서둘렀다. 내 개인적으로도 틈틈이 정비를 한다. 평일이니 주말보다 미용실이 붐비지 않을테니 머리카락을 잘라야 겠다. 나름 휴가인데도 어떻게든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려는 나를 발견한다.      


틈틈이 일을 보다가도 회사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본다. ‘혹여 사무실에 무슨 일은 없나요?’ ‘긴급한 상황이 있으면 연락해 줘’ ...동료들에게 어떤 바쁜 일이 있는 건 아닌지 확인도 한다.     

참 안쓰럽다. 이런 내가..어떤 긴급한 일이 있다면, 당장 가야 할건가! 어련히 급한 상황이 오면 연락이 올 텐데 말이다.      


난 나를 쉬게 해주고 있지 않았다. 달리 보니 쉬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았다. 먹는 것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했다. 노는 것도 많이 놀아본 사람이 잘 노는 것처럼 혹여 그렇다면 난 잘 쉬지 못한 사람이다. 오늘 하루 이 한 줄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뇌리에 남는다.

 “난 그동안 쉬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라고...     

서글프다. 오늘 정해진 일정을 모두 해결했고, 하루 휴가를 쓴 목적도 모두 달성했음에도 마음 한편이 서글프다. 글로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글세 이 공허한 느낌은 뭐지? 아등바등 사는 나를 전지적 관점에서 바라보니 그런건가.      


다시 마음을 고쳐먹는다. 잘 하고 있다고, 나는 여전히 잘하고 있다고 특유의 에너지를 내 자신에게 주문을 걸 듯이 인식시킨다. 오늘 충분히 나는 잘 살았고, 덕분에(?) 잘 보낸거라고 위로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 생각이 많이 바뀌고 감정도 바뀌니 인생은 더 살아볼 가치가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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