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도예 씨!1

흙과의 스킨십

by 잔잔김춘

목요일 도예수업 / 8시 30분- 12시. 13시-15시 30분/ 마아크 선생님 Marc Alberghina


도예의 명언, 배움의 명언

"Si vous avez acquis les gestes de base, vous pouvez tout faire.

Créer n'importe quelle forme."

''만약에 기본적인 제스처를 익힌다면 어떤 모양이든, 창작이든 가능합니다.''


내 귀는 불어로 이렇게 들었고 내 뇌는 한국어로 이런 내용으로 이해했다.

도예의 꽃, 물레는 '사랑과 영혼'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남이 하면 멜로, 내가 하면 200프로 다큐다. 물레? 왜, 물레라고 할까, 생각하다가 실체 액션을 취해보니, 적당한 물이 없으면 흙덩어리는 빙글빙글 도는 원판에서 형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음으로 발견했다. 물의 자비. 은혜가 없으면 안 되는 거. 굽기에서는 불이 신이었다면 물레에서는 물이 신이시다.


물레 작업 과정

만들기 - 반건조 - 굽깎기 - 다듬기 - 1차 굽기 -유약 바르기 -2차 굽기


물레! 시작이 '중심잡기'로 하는데, 시작이 반이다. 가 아니라 다 다. 그렇다. 모든 거다. 해도 과하지 않다. 이 '중심 게임'에 올인해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이 아니라, [죽이 되면 죽으로 먹고 밥이 되면 밥으로 먹으면 되니까, 괜찮다.] 물레에서 이거 안되면 안 괜찮다. 이번 생은 망했어. 와 같은 맥락인 게다. 중심잡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중요해! 너무나 위대한 잔소리라 물레 수업시간마다 절실하게 느꼈다.


물레, 원심력의 지속적인 속도로 돌돌돌 돌아야 형태가 만들어지는 이 작업은 그야말로 흙 피부를 그대로 손 끝에서 심장까지 촉이 전달된다. 미세한 손동작의 작업인 만큼 내 안의 미세한 세포들이 확 깨어나는 환희의 세계에 찰나에 다녀오는 필링이랄까.. 휠링이랄까, 왜, 물레가 섹시한 도예인지 알겠다. 흙과의 스키쉽, 감촉에 재미를 즐길 수 있다면 성공은 어느새 절친처럼 내 곁에, 내편이 되어 있겠지. 믿어본다. 이럴 땐 믿음이 장땡이 아닐까.


그냥저냥 안 되는 물레! 될 듯, 안될 듯. 가능할 듯, 아닐 듯. 고수의 밀당이 시작되는데 성격이 차분해 보이기로 소문난 날, 나를 감히 자기 영역이 분명한 우뇌, 좌뇌를 막 섞어놔 열 팍치 게 하는 재주가 있다.


마음의 중심을 잡고 정신을 집중으로 가다듬고 피아노를 양손으로 연주, 반주하듯, 원하는 형태로 만들기 위해 오른손, 왼손의 화합을 아름답게 하는 거야. 날 달래 본다. 한 손으로 받쳐주고 다른 한 손으로 밀어주고, 버텨주고 올려주고 두 손의 기계적 동작과 예술적 촉의 손놀림이 물레의 민낯이야. 날 설득도 해본다. 물레만큼은 셀프로 터득하기 어려운 숨은 비법이 있다. 유튜브를 보고 따라 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섬세한 움직임이 손과 흙의 관계가 신의 한 수이기 때문이 아닐까, 해명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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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 씨, 기브 엔 테이크 아세요?

내 시간 줄게, 내 그릇 줄래요?

내 인내 줄게, 내 작품 줄래요?

물레 씨, 물레 씨!

내 손 줄게, 내 행복 줄래요? 아니다. 내 손은 영원한 내 손이지.

그냥 주고 싶으면 주고 주기 싫으면 주지 마세요. 난 놀멍 놀멍 할래요. 근데요. 아세요?

줄 때는 받을 거를 생각 말고 깔끔하게 줘야 복이 온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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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은 습작 시간이라 거의 다 버리는데, 윗 것은 꽃을 담아 놓으려 간직했다. 정원에서 장미도 꺾어 놓으니 뿌듯. 노력의 맛을 좀 보았으니, 끝까지 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소심에서 벗어나, 중심 크기로 날 키우고 중심을 잘 잡는 삶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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