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내 회사의 가치는 얼마인가?
아프리카 케냐에서 사업을 하다 보면 예상치도 못했던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긴다.
한국 사람들 눈에 보기에는 별것 아닌 많은 것들이 이곳에는 아주 특별해 보이기 때문이다.
핸드 브루잉 커피(케맥스, 칼리타, 하리오)가 그랬고, 콜드 브루(더치커피)가 그랬으며 인더스트 리얼한 심플한 카페 인테리어 디자인이 그랬다.
커피보다는 홍차를, 그것도 우유와 설탕을 가득 넣은 밀크티를 마시는 문화를 가진 케냐인들에게 아무것도 넣지 않은 블랙커피(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핸드 브루잉 커피)는 웬만해서는 도전할 생각을 내지도 않는 음료다.(지금도 대부분의 케냐인들에게는 그렇다.)
이런 케냐에서 커넥트 커피는 최초로 핸드 브루잉 커피를 소개했고, 그것도 손님 테이블까지 가서 직접 커피를 정성껏 내려주었다.
"웬 동양인이 나이로비에 커피숍을 차리고는 지금껏 듣도 보도 못했던 커피를 판다"는 소문은 상권이 그다지 크지 않은 나이로비 상류층 내에서 빠른 속도로 퍼졌고, 커넥트 커피는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이로비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호텔 사장, 은행장, 투자회사 대표, 건설업체 대표, 현직 국회의원, 유명 연예인, 대통령 자녀들 등 웬만해선 사석에 만나기 힘든 거물급 인사들이 커넥트 커피를 찾았고 그들과 우리는 커피 한잔을 사이에 두고 손님과 바리스타로 만났다.
우리가 정성스레 내린 커피를 그들이 좋아해 주고 즐기는 것 이외에는 우리가 딱히 그들에게 바라는 것이 없었기에 대화는 항상 가볍고, 유쾌했고, 편안했다.
그래서 우리는 의도치 않게 유명인들과 쉽게 친구가 되었다.
(친구만 되었다. 비즈니스 파트너는 아닌)
사업을 시작하고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한 외식업체 대표로부터 진지한 투자 제의를 받았다.
그는 커넥트 커피에 대한 칭찬을 입이 마르도록 했고, 자기 회사 자랑을 끝없이 늘어놓았다.
그리고는 커넥트 커피를 자신이 인수할 테니 원하는 금액을 불러보라고 했다.
인수 후에 우리를 월급 사장으로 고용하겠다는 제안을 덧붙였다.
엥? 뭐라고? 이게 무슨 소리야??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인수? 합병? 뭐 그런 건가?
아직 세상에 나온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우리가 온 정성을 들여 브랜딩하고 인테리어 하고 세팅해놓은 내 회사를 당신이 홀랑 사가겠다고?
그리고 우리에겐 그냥 언제든 내쫓을 수 있는 월급 사장이나 하라고?
우리가 이러려고 케냐까지 온건 아니거든!
우리는 고민해볼 여지도 없이 첫 번째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
그 후에도 투자 제안 내지는 파트너를 맺자는 제안 등이 여러 차례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우리는 커넥트 커피가 아직은 투자를 받을 단계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며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무엇보다 아직 사업 초기 단계에 불과한 커넥트 커피의 진짜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수익이 나거나 투자금을 회수하기는커녕 계속해서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와 사업을 확장하기에 바빴던 우리였기에 회사의 총 가치를 도대체 얼마로 측정해야 할지, 우리 주식을 한 주당 얼마로 팔야야 하는 건지 도저히 가늠을 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지금 눈에 보이는 것, 회계 장부상의 숫자로 보이는 것들로 우리가 그리는 커넥트 커피의 미래 가치를 예상하여 가치를 매기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커넥트 커피의 주식을 사겠다는 많은 제의가 있었으나 모두 거절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5년째가 되는 지금까지 커넥트 커피는 남편과 내가 50:50으로 100퍼센트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케냐에서 사업이 조금씩 성장해갈수록 정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투자금, 돈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되었다.
돈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현지 네트워크, 현지 업계 관련 인사들과의 인맥,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었다. 케냐 시장이 겉으로 보기에는 허술해 보이고 만만해 보이지만 외국인으로서 절대 뚫고 들어갈 수 없는 두터운 벽이 있었던 거다.
혈연, 지연, 학연 그 어느 하나도 없었던 우리가 그나마 이 곳에서 이렇게 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커피에 대한 열정과 한국에서 최신의 커피 트렌드를 경험하며 일해왔던 몇 년간의 경력 때문이었다는 것을 시간이 갈수록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또 한 가지 커넥트 커피가 동네 커피숍에 머물지 않고 커피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나와 남편의 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우리는 경영, 회계 관리, 마케팅, 사업 전략 수립 같은 것을 제대로 배워 이 사업을 시작한 게 아니다. 회사 경영과 관련된 이런 기본적인 지식과 경험 없는 사람이 꾸려 나가는 회사는 성장에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된 거다.
그러던 중 최근에 두건의 흥미 있는 투자 제안을 받았다.
첫 번째는 약 20년간 동아프리카, 서아프리카에서 글로벌 컴퍼니들(하이네켄, 폭스바겐, 벤츠, 삼성)에서 마케팅을 담당해왔던 현지 마케팅 전문가가 커넥트 커피의 브랜드 앰버서더가 되기를 희망한 것이다.
커넥트 커피의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주고 사업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주며 지속적인 비즈니스 어드바이스를 해주는 대가로 우리의 주식을 달라는 거다.
두 번째는 케냐에서 건축사업을 하고 있는 한 기업에서 커넥트 커피에 20억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본인들의 건물을 포함하여 나이로비 내 5~10곳에 커넥트 커피 브랜치를 새로 오픈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투자를 할 테니 커넥트 커피의 주식의 몇 프로나 줄 수 있는지 알려 달란다.
이 두건의 제안을 받고서 현재 커넥트 커피의 가치가 도대체 얼마인가 하는 문제로 다시 돌아왔다.
아주 단순히 계산하면 이렇다.
(혹시 내가 잘못 계산한 거라면 전문가나 고수분들이 꼭 알려주시길 바란다. T.T)
커넥트 커피의 가치가 5억이라면 20억 투자를 받고 커넥트 커피 주식 80%를 줘야 한다.
커넥트 커피의 가치가 10억이라면 20억 투자를 받고 커넥트 커피 주식 66%를 줘야 한다.
커넥트 커피의 가치가 20억이라면 20억 투자를 받고 커넥트 커피 주식 50%를 주면 된다.
커넥트 커피의 가치가 40억이라면 20억 투자를 받고 커넥트 커피 주식 33%를 주면 된다.
그래서 현재 커넥트 커피의 가치는 얼마인가? 5억, 10억, 20억, 40억?
마케팅 전문가가 주식을 요구한 경우는 우리 회사의 가치를 따지고 또한 그 전문가의 가치 또한 돈으로 따져봐야 한다.
아니 이건 도대체 누가 결정하는 건가? 난 아직도 모르겠다.
케냐에서 사업 5년차 아직도 나는 초보 사업가이다.
배워야할 것도 알아야할 것도 너무나 많다.
이 투자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그나 저나 나도 정말 궁금하다.
커넥트 커피의 가치는 도대체 얼마일까?
커넥트 커피의 미래는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