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되찾고 싶다. 그 빛!!
페이스북에서 과거의 오늘 날짜에 올렸던 사진과 글이 알림으로 올라왔다.
페루 쿠스코의 한 미용실에서 10,000 원주고 했던 뽀글뽀글 파마머리, 생각지도 못하게 추웠던 고산 기후에 현지 시장에서 급하게 사입은 털 스웨터, 화장끼 하나 없는 얼굴.
산사태로 1박 2일 동안 안데스 산맥 언저리에서 하룻밤을 보내고는 어렵게 도착한 페루 마추픽추 정상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그 사진 속 10년 전 내가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사진 속 내 얼굴을 한참 쳐다보다 보니 10년이라는 시간이 까마득하게만 느껴진다.
급히 거울을 찾아 그 속에 비친 나를 바라본다.
지나간 시간만큼 나이가 들었고, 살이 조금 붙었고, 피부에 탄력이 떨어졌고, 머리가 짧아졌고, 왠지 모르게 표정이 굳어있다. 억지로 입꼬리를 한껏 올려 환한 웃음을 지어봐도 10년 전 사진 같은 미소는 더 이상 찾을 수가 없다.
그 시절 내가 찍은 사진 속 나는 하나 같이 빛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빛이 어디서 나온 건지 알고 있다.
그 시절의 나는 온전히 자유로웠다.
나를 얽매고 있던 모든 것에서 벗어나 나는 자유인으로 홀로 떠돌았다.
모든 것을 내가 계획했고, 내가 결정했고, 내가 책임졌다.
혼자이면 혼자여서 좋았고 사람들을 만나면 또 사람들과 함께여서 좋았다.
음악을 많이 들었고, 글을 많이 썼다.
배낭 하나만 있으면 어디든지 가서 어떻게든 살 수 있었다.
살면서 그런 시간을 한 번이라도 가져봤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진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자유를 평생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시절 나는 내가 자랑스러웠다.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고 한순간에 모든 것을 놓아버린 내가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배낭 하나를 둘러 매고 떠돌다 어느 한 귀퉁이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 사이에 섞여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존재할 수 있는 내가 한껏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유창한 영어는 아니었지만 사람들과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고, 그들 삶에서 과거의 나, 미래의 나를 그려보던 내가 자랑스러웠다.
그 시절의 나는 두려움이 없었다.
잃을 것이 없었기에 두려움이 없었다.
무엇이든 어디서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희망, 배짱에 가득 차 있었다.
낯선 장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더 컸고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보다는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가 컸다. 내가 알지 못했던 세상을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져 위험천만한 일들도 아무렇지 않게 해냈다.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가족이 생겼고, 책임져야 할 사업이 생겼고, 삶의 안정을 찾았다.
배낭 하나로도 충분했던 그 시절에 비하면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이 한 트럭에도 못 실을 만큼 많아졌다.
많이 가졌으나 늘 부족함이 느껴지고, 내가 가진 것을 잃지는 않을까, 어쩌면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까 항상 걱정되고 두렵다.
그리고 그 반짝반짝하던 빛이 사라졌다.
아.. 다시 찾고 싶다. 그 빛!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그때의 빛을 내며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