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때 딱 70%의 에너지만 쓰라던 그 충고를 무시하지 말았었야 했어.
번아웃 증후군, Burn out syndrome : 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로 무기력증-자기혐오 등에 빠지는 증후군
번아웃 경고 증상에는
1. 기력이 없고 쇠약해진 느낌이 든다.
2. 쉽게 짜증이 나고 노여움이 솟는다.
3. 하는 일이 부질없어 보이다가도 오히려 열성적으로 업무에 충실한 모순적인 상태가 지속되다가 갑자기 모든 것이 급속도로 무너져 내린다.
4. 만성적으로 감기, 요통, 두통과 같은 질환에 시달린다.
5. 감정의 소진이 심해 ‘우울하다’고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에너지 고갈 상태를 보인다.
[네이버 지식백과] 번아웃 증후군 [Burnout syndrome] (상식으로 보는 세상의 법칙 : 심리 편, 이동귀)
벌써 1년 가까이 된 것 같다.
위의 다섯 가지 증상들이 모조리 내게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로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았다.
당장 내가 하는 일이 부질없어 보이다가도 며칠이 지나면 정신이 퍼뜩 차려지며 내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되지, 정신 차려야지 싶어 져 갑자기 열성적으로 며칠 업무에 충실하며 직원들을 들들 볶아 댔다.
그러다 다시 에너지가 고갈되면 기력이 없어 침대에 파묻혀 몇 시간이고 잠만 잤다.
이런 모순적인 상태가 지속, 반복되다가 에너지가 소진되어 급속히 무너져 내리면 나는 며칠을 넷플릭스로 오래된 드라마나 정주행 하며 현실을 잊어보려 애썼다.
그리고 이런 증상의 모든 원인을 바로 옆에 있는 남편에게 돌리며 남편을 공격하고 비난하고 짜증을 퍼부었다. 24시간을 남편과 함께 붙어 있으니 집에서 부딪히고, 일하며 부딪히고, 우리는 서로에게 짜증을 부리고 스트레스를 주고받았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해하려 하지조차 않는 남편이 원망스러웠고 섭섭했고 그 섭섭함은 부풀리고 부풀어져 노여움과 함께 폭발했다.
"여보, 나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 가게도 나가기 싫고, 뭐 신경 쓰기도 귀찮고, 일도 재미없고..."
한참을 듣던 남편이 대답한다.
"나도 그래"
그래. 나뿐만 아니라 남편도 그랬다.
우리 둘 다 번아웃이 된 거였다.
5년 전,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 한 스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일을 할 때 절대 100%의 에너지를 다 쏟아붓지 말라고.
자기가 가진 에너지의 70% 쓰고 나머지는 잘 쉬고 잘 노는데 써야 오래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 거라고.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에너지의 150%, 200%를 짜내고 짜내도 사업이 성공할까 말까 할 텐데, 에너지를 남겨두라고?
그것도 30%나?
스님은 세상 일이, 사업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아시나?
그 귀한 충고를 무시하고서 우리는 이렇게 번아웃이 왔다.
예전의 그 충고를 다시 떠올리며 지금이라도 잘 쉬고 잘 놀아 보리라 다짐해보지만 어떻게 놀아야 하나 어떻게 쉬어야 하나 방법을 모르겠다.
남편과 나는 충전이 필요하다.
멈춤이 아닌, 숨 고르기가 필요한 순간이다.
그래야 더 오래, 더 멀리, 더 잘 갈 수 있수 있을 거란 걸 이젠 알겠다.
사람이 꼭 이렇게 당해봐야, 겪어봐야만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