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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나만을 위한 10일

2년 만에 한국 여행

by 바스락북스

2년 만에 한국 여행을 했다.

이번 한국 여행은 총 35일이었다. 해야 할 일도 만나야 될 사람도 많았다.

그중 오로지 나만을 위한 휴식을 위해 사용한 시간 단 10일.

남편을 먼저 케냐로 돌려보내 놓고 나는 친정인 대구에 머물며 케냐에서 약 2년간 벼르고 별러 왔던 많은 일들을 해치웠다.

부모님, 동생들이 지아를 완벽 케어해주어 가능했던 선물 같은 시간들이었다.


첫째, 병원 투어를 했다.

갑상선 초음파와 혈액 검사, 어깨 초음파와 MRI, 안과 검진, 건강 검진, 산부인과 검진, 치과 진료와 스케일링, 한의원 진료, 한약 짓기, 어깨 물리치료


: 노안이 시작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돋보기안경을 써야 한다는 진단에도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계속 고민하며 쭈볐거렸다.

안경집 아저씨가 "일단 그냥 한번 써보기나 해요" 라며 쓰~윽 돋보기를 건넨다.

이럴 수가 돋보기안경을 쓰니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바로 돋보기안경을 주문했다.

아.. 거부할 수가 없다.

내가 늙어가고 있다.


: 지난 2년간 나를 괴롭히던 갑상선은 더 이상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수치도 정상, 초음파도 깨끗하단다. 정말 다행이다.


: 건강검진 결과 비만에 가까운 "과체중"이라는 글자를 보고 경악했다.

운동만이 살길이다.

1kg만 더 찌면 비만이다. 정신 차리자!!


: 1년 넘게 나를 괴롭히던 어깨 통증의 원인이 다름 아닌 "오십견"이라는, 믿을 수 없는, 믿기 싫은 진단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 왈

"오십견은 2년 이면 보통 자연스럽게 낳는 병이에요. 1년 반 동안 엄청 고생했겠네, 근데 이제 나을 때 다 되었어요. 약도 없으니 스트레칭이나 잘하세요"

병명도 모른 채 혼자 불안해하던 날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고통의 날들이 떠올라 억울했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병명을 알았으니 다행이다.

운동, 스트레칭 만이 살길이다.



둘째, 종이책을 실컷 읽었다.

가까운 동네 도서관에 가서 빌릴 수 있는 한도만큼 책을 왕창 빌려와 옆에 쌓아 놓았다

나 혼자 방에 누워 선풍기 빵빵하게 틀어 놓고 수박을 먹으며 책을 읽었다.

행복, 의식의 성장, 부자 되기 관련 책을 집중적으로 읽어줬다.

종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는 이 맛! 전자책과 비교할 수 없는 맛이다.

너무나 그리웠었다. 아~ 이게 행복이지 뭐!!


셋째, 가족들에게 어리광 부리며 사랑받기

마흔이 넘은 나이임에도, 한 아이의 엄마임에도 가끔은 철부지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었다.

늦잠 자고 일어나 엄마가 해주는 밥 먹으며 반찬이 이게 뭐냐 투정 부리고, 밥 먹자마자 바로 쌩 하고 일어나 TV 앞으로 달려가고 , 더러운 옷은 뒤집힌 채로 그냥 빨래 통에 던져놓고, 바닥에 머리카락이 보이면 그냥 발로 쓱 침대 밑에 밀어 넣고 이런 거 말이다.

내 안의 에너지를 밖으로만 쏟아내어 급기야 바닥이 나는 것을 느끼던 순간에 내가 간절히 원했던 것은 다름 아닌 이런 어리광들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 회사의 사장,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가 아닌 그냥 "박윤선", 철부지 내가 되어 맘대로 뭐든 할 수 있었던 진짜 휴식이었다. 행복했다^^



넷째, 핸드폰 본인 인증이 있어야만 해결 가능한 몇 가지 일들을 해결했다.

해외에 살면서 가장 불편한 게 바로 이 "핸드폰 본인 인증" 절차였다.

도대체 왜 "내"가 "나" 임을 핸드폰으로, 그것도 한국에서 한국 통신사에 가입한 핸드폰으로만 인증받아야 하는 건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나 해외에 머무는 동안은 딱히 방법이 없었다.

비밀번호를 잊어버렸으나 핸드폰 본인 인증이 되지 않아 사용하지 못했던 몇몇 사이트들에 들어가 "본인인증"을 하고 다시 로그인을 했다. 인터넷 쇼핑의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다섯째, 친구를 만났다.

오랜 친구들을 만났다.

"나 대구다" 한마디에 바로 달려와 어제 만난 것처럼 몇 시간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났다.

케냐에 살고 있으나 한국에 살고 있으나 비슷비슷한 고민들을 함께 나누며 웃고 위로하고 서로 안아주었다.



이 10일간의 휴식으로 나는 앞으로 1년~2년은 버틸 수 있는 에너지를 가득 충전하고 케냐로 돌아왔다. 번 아웃되지 않고 현명하게 일하는 지혜도 조금은 얻어 온 것 같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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