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참 재미없는 사람

인생의 소소한 재미 찾기

by 바스락북스

내가 참 재미 없는 사람이란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심각하게 진지한 사람이란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언제나 재미있는 친구들이 좋았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들은 부러워했다.

목소리가 크고 에너지가 넘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주변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나

10살이 되기도 이전에 나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는 걸 알아버렸고 난 그런 내 모습에 실망하고 슬퍼했다.


어쩜 "웃음"과 "재미"라는 주제로 글을 쓰기가 이다지도 어렵단 말인가.

"내가 한달 밖에 못산다면"이라는 주제나 "내 인생의 버킷 리스트"라는 주제도 이토록 나를 고민에 빠지게 만들지는 못했다.

"웃음"과 "재미"야 말로 진정으로 내 인생에서 빠져있는 요소였단 말인가, 그렇다면 내 인생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이것 보라 나는 다시 심각하고 진지해져버렸다.


한참동안 내 안을 뒤지고 파헤쳐도 찾을 수 없었던 나는 그 주제를 어떻게라도 짜내어 보기 위해 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 중에 항상 즐겁게 웃고, 에너지 넘치며 재밌게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은 누가있나?


"방구 엉덩이 뽀~옹 깔깔깔깔"

"꺄~ 세상에 어떻게 저렇게 웃길 수가 있어 하하하하"

"멍멍멍 나는 공주 멍멍이에요. 깔깔깔깔~~"

"개구리 왕자님 얼굴이 왜이렇게 생겼어.. 아이고 웃겨죽겠네~"

" 나보다 이 게임을 잘하는 사람은 없어! 오예~~내가 최고야!!"

" 난난나 난나 난나 나나 다이나마이트~~~~" 덩실 덩실~

에너지는 항상 100% 충전상태

새로운 놀이에 새로운 사람들에 눈이 반짝 반짝 빛나는 6살짜리 아이

뭔지 몰라도 일단 도전해보고 시도해보는 안이

친해지고 싶은 친구에게는 먼저 다가갈 줄도 알고, 원하는건 거리낌 없이 원한다고 말하는 아이.


가끔 지아를 보고 있으면 내가 6살 때는 저러지 못했던것 같은데 어디서 저런 에너지가 나오는건지 신기하기도 하고 가끔은 시샘도 난다.


며칠전 저녁 이었다.

1시간 동안 엄마표 한글 공부를 마친 후 지아에게 1시간의 게임 시간을 줬다.

2인용 게임으로 지아가 요즘 한참 빠져 있는 슈퍼 마리오 게임을 시작했다.

아이는 빨간 모자, 나는 파란 모자에 멜빵바지를 입은 슈퍼 마리오 케릭터를 선택했고 우리는 한팀이 되어 동전을 따 먹고, 보석을 모으고 버섯과 거북이를 물리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오예 오예~"

"아이쿠.. 이럴수가 꺄르르륵~"

"엄마~ 빨리 빨리 오라고 빨리 빨리~~"

빨간 모자를 쓴 마리오가 점프를 할때 마다 지아는 덩달아 소파위를 풀쩍 뛰었고 마리오가 거북이의 공격을 받아 쓰러지는 순간, 지아도 두 팔을 번쩍 올렸다 마루로 쓰러지며 두 발을 하늘을 향해 뻗어 버둥댔다.


저녁 먹은게 더부룩해 게임을 하는 내내 소파에 몸을 기대고 손가락만 까딱 까딱하던 나.

'그래 저렇게 아이처럼 살면 인생이 재미가 없을 수가 없겠네..' 라는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아이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마리오랑 같이 점프하고 쓰러지고 바닥을 대굴 대굴 굴렀다.

마리오가 걸어갈 땐 나도 엉덩이를 씰룩대며 신나게 걸었다.


지아는 엄마의 낯선 모습을 보며 자지러지게 웃는다.

그리고는 더 크게 액션을 하며 게임 속으로 빠져들었다.


헥 헥~~ 이거 운동이 된다.

그리고 몸을 움직이니 더 신이 난다. 재밌다.

아이와 함께 한참을 웃으며 게임을 한바탕 하고 나니 더부룩했던 체기가 쑥 내려간 느낌이다.


하지만 6살짜리 아이와는 달리 내 저질 체력은 게임 한판만에 바닥을 드러냈고, 나는 바닥에 벌렁 누워버렸다.

깔깔깔~~ 엄마를 따라 바닥에 누워버린 딸 아이는 또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숨이 넘어가게 웃는다.


소파에 붙어 있던 엉덩이만 떼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있는거였다.

아이와 놀아주기가 아이와 놀기만 되어도 이렇게 즐거울 수가 있는 거였다.

과거, 미래 걱정 다 던지고 그냥 지금 이순간에 빠져 신나게 즐겁게 놀기.

아이를 보며 좀 더 배워야겠다.




작가의 이전글오로지 나만을 위한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