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

그것도 사회적 기업을?

by 바스락북스

그는 가방에서 다양한 색깔, 다양한 디자인의 티셔츠를 한 뭉치 꺼내어 펼쳐 보이며 말했다.

“ 원하는 디자인과 색깔을 고르고 로고 그림만 주시면 1주일 안에 직원들 단체 티셔츠를 만들어 가져다 드릴께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호수가 국토의 ¼을 뒤덮고 있는 나라인 말라위의 한 시골 마을에서 만난 그는 열정적인 사업가였다. 한국에서는 인터넷 쇼핑몰을 열고 몇번의 클릭만으로도 누구나 쉽게 단체티셔츠를 제작하고배송까지 받아볼 수 있던 때였다. 하지만 아프리카 말라위의 시골 마을에서 단체티셔츠 주문을 받아, 제작, 배달 까지 해 주는 사업은 한국에서 온 이방인의 눈에도 정말이지 시의 적절하고도 핫한 사업 아이템처럼 보였다.

그는 일단 테이블 위에 모양이 제각각인 알록 달록 화려한 색깔의 티셔츠들을 쭈~욱 펼쳐 보여준 다음, 자기가 주문을 받아 직접 제작했다고 하는 몇 종류의 티셔츠 샘플들 까지 자신있게 펼쳐 보인다. 레스토랑, 식당의 이름과 로고가 어설프게 박혀 있는 그 샘플 티셔츠들이 게스트하우스 사장님 눈에는 놀랍도록 멋있어 보였나 보다. 사장님 눈에는 생전 본적도, 사용할 일도 없는 지구 반대편의 인공지능 로봇 기술보다 자기 가게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맞춰 입은 직원들의 모습이 더 혁신적이고 매력적으로 느껴졌겠지. 사장님은 샛노란 색깔 라운드 티셔츠를 골랐고 자신의 가게 이름인 “MAYOKA GUEST HOUSE” 글자가 들어갈 자리를 꼼꼼하게 체크한다. 마케팅을 시작한지 채 한 시간이 되지 않아 그 사업가는 100USD 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4인 가족 한달 생활비가 50USD가 되지 않는 아프리카 최빈국에서 말이다.


그때였을 것이다. 내가 지구 어딜 가서든, 무슨 일을 해서든 밥은 굶지 않고 살아 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 한국이든, 말라위든, 세상 어디든 고객의 니즈를 잘 파악하고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시기 적절하게 제공하기만 한다면 사업은 성공 할 수 밖에 없는거라는 생각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9년의 교사 생활, 5년의 국제개발 활동가로서의 경험이 공식 커리어의 전부였던 내가 3년 전 남편과 함께 아프리카 케냐에서 커피 사업을 시작했다. 단순한 비지니스가 아니라 커피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고 커피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원대한 꿈을 가진 사회적 기업이라는 타이틀까지 달았다.

세계여행을 하며 지구 곳곳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며 어디서나 사람 사는 일은 다 비슷 비슷하다는 진리를 터득해서인지 해외로 이민을 결정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말라위에서의 그 강렬했던 경험 때문이었을까?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 또한 그다지 큰 도전으로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낯선 땅, 낯선 환경, 낯선 일을 시작했으니 적어도 3년은 맨땅에 헤딩하듯 실수투성이에 고생의 연속이겠거니 애초부터 미리 마음 먹었다.


케냐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맛과 품질을 자랑하는 아라비카 커피를 생산하는 국가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케냐에는 최고급 등급의 케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커피숍이 없다.

최상 등급의 커피는 대부분 해외로 수출되어 외화 벌이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케냐 로컬 마켓에서는 중,하위 등급의 커피만 유통되기 때문이다.

품질이 낮은 커피를 아주 강하게 볶으면 커피의 단점이 가려지는 대신 케냐 특유의 신맛과 과일향이 모두 사라져 버린다.

때문에 최고급 호텔에서 마시는 커피도 좋은 레스토랑에서 마시는 커피도 케냐 커피 고유의 특색은 없고 그저 텁텁한 탄맛만 남아있다.

하지만 우유와 설탕을 듬뿍 넣은 밀크티를 커피보다 더 사랑하는 케냐 사람들에게 가끔씩 마시는 커피의 품질은 지금까지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케냐는 연 5%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동아프리카 경제 중심 국가이다.

최근 몇년간 중산층의 소득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외식 사업이 붐을 이루고 있으며 소득 증가와 함께 커피 소비층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외국 유학생층이 늘어나고 중산층의 소득 수준도 증가하면서 사람들이 외국에서 맛본 최고급 품질의 케냐 커피를 찾기 시작했다.

커피업계에서 10여년 이상 일해온 남편과 사회적 기업가를 꿈꾸던 나는 케냐에서 최고급 커피(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가능성을 보았다. 커피 생산지에서 커피 농부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직거래를 통해 커피를 구매하여 커피 농가의 소득을 증대 시킬 수 있는 사회적 임팩트를 낼 수 있는 기회 또한 보았다.


2016년 9월. 커피를 통해 세상을 연결하고자 하는 비전을 담아 우리는CONNECT COFFEE COMPANY LTD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전세금을 찾고 적금을 털어 우리가 손에 쥔 사업 자금은 약 1억원 정도였다. 내 뱃속엔 9개월된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케나다가 아니라 아프리카 케냐로 이민을 가겠다고? 봉사가 아니고 돈을 벌러 가겠다고?” 그 굶주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로 돈을 보태주지는 못할 망정 거기서 돈을 버는 사업을 하겠다는게 말이 되는 일이냐고 사람들은 묻고 또 물었다. 하지만 그들의 걱정 섞인 물음들은 케냐라는 나라를 TV로만, 그것도 NGO의 모금 영상이나 자연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만 보고 들어왔기 때문에 생긴 고정관념이란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여행을 하며, 국제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하며 경험한 아프리카 케냐는 엄청난 에너지와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소규모 비지니스에 최고로 적합한 나라였다.


2019년 9월. 커넥트 커피는 케냐에서 손꼽히는 스페셜티 전문 커피숍으로 알려졌고 현재 3개의 직영숍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체 로스팅 팩토리를 통해 커피를 볶아 납품 및 판매를 하고 있다. 2019년 11월. 바리스타 아카데미를 오픈하고 원두 납품, 커피 관련 용품 판매와 서비스를 한번에 제공하는 원스톱 커피 솔루션 사업을 시작한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3년 째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고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나 하나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한국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케냐 사람들의 문화와 상식에 적응하며 매번 직원들과 트러블을 해결하고 있고, 안그래도 어려운데 시시 때때로 바뀌는 법률과 세법, 노동법을 비싼 수업료 내가며 배우고 있다.

해외에서 그것도 아프리카 케냐에서 창업을 하고 사업을 운영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세상 그 어떤 일이 쉽기만 하겠는가? 그리고 어려움이 없는 일에서 어떻게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러니 당신이 자신만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도전정신으로 충만하다면 좁고 경쟁이 치열한 한국에서 눈을 돌려 해외 창업 특히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 보길 권한다. 단 세가지만 준비되어 있다면.


첫째, 자신이 그분야에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는 전문성이나 전문 기술이 있어야 한다. 커피를 만드는 기술, 제빵, 미용 기술, 디자인, 사진 촬영, 의류 제작 그 무엇이든 상관이 없다. 한국에서 인정받을 만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아프리카나 개발도상국에서는 그 분야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다. 향 후 몇년간은 그분야에 있어서 경쟁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아프리카라고 시장을 만만히 보라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 비하면 30~40년은 발전이 느려 보이고 기술도 한참이나 뒤떨어져 보이지만 그렇다고 30~40년 한국 기술을 가져와서 승부수를 던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고가 아니면 낯선 나라에서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 사업 아이템을 찾겠다고 마음먹고 해외 특히 후진국을 둘러보면 여기 저기에서 사업의 기회들이 우후죽순처럼 발견된다. 이걸 해도 될것 같고 저걸 해도 내가 하면 최소10배는 더 잘할 것 같다. 하지만 그 사업 분야에 대한 전문성없이 무턱대고 이것 저것 도전했다가는 고통스러운 실패를 경험하고 도망치듯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둘째, 최소한 6개월~1년은 현지에 머물며 시장의 상황과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한 후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직접 판단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사업을 시작하기전 케냐에서 1년동안 머물며 커피 재배에 대한 공부를 하고, 커피 산업 전반에 대한 경험을 쌓는 시간을 보냈다. 케냐는 커피 산지인 만큼 음료로서의 커피 소비 시장 보다 커피 재배, 프로세싱, 수출로 이어지는 가치 사슬의 규모가 훨씬 크다. 이것은 단순히 커피숍을 운영하는 것 만으로는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케냐에서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기 위해 커피숍에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식사를 한 후 커피는 그냥 디저트로 마시는게 일반화 되어 있어서 café 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더라도 그 곳은 커피 숍이 아니라 음식을 판매하는 레스토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시장의 특수한 상황을 알아야 내 사업의 타겟을 정확히 정하고 포지셔닝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우리는 1년간 케냐에 머무르며 시장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고 그럼에도 레스토랑이 아니라 커피 전문점으로 커넥트 커피를 포지셔닝했다. 우리는 케냐에서 단순한 커피숍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최고급의 커피를 판매하는 유일한 커피전문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었다. 그래서 케냐 생두를 구입하고자 케냐를 방문하는 전세계의 커피 바이어들이 케냐에 오면 꼭 한번은 가봐야할 곳으로 알려지는 것을 목표로 정했고 이를 통하여 생두 수출 사업까지의 확장을 염두해 두었다. 3년동안 주변 사람들의 수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었지만 판매하는 음식의 종류를 최소화 했고, 어떤 경우에도 손님들이 매장에 들어섰을 때는 음식 냄새가 아닌 커피 향기가 가득하도록 신경을 썼다. 우리가 흔들림 없이 우리의 목표를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은 1년간의 시장 조사를 통한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로는 절대로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살아 남을 수가 없다.


셋째,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완벽한 문법, 유창한 발음은 아니어도 된다. 하지만 최소한 사업자 등록하고 임대 계약서 싸인하기 전에 사전 찾아가며 내용을 해석 할 줄은 알아야 한다는 거다. 벌금 고지서가 날아 왔을 때 이게 뭐 때문에 돈을 내라는 건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닌가? 나는 영어 한마디를 못하면서 해외 창업을 꿈꾸는 사람을 의외로 많이 만났다. 본인은 자본이 있으니 한국말 잘하는 현지 직원을 고용하거나 현지 파트너를 만나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는거다. 하지만 사업을 잘 하기 위해서는 직원과, 손님들과 끊임없이 소통을 해야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아야 하며, 정확한 의사 전달이 필요하고, 또 상대방의 말 그 이면의 의도까지 알아차려야 하는 세심함이 필요했다. 하지만 당장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실망하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해외 창업을 꿈꾸고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영어공부를 시작하면 된다. 현지에서 시장 조사를 하며, 사람들과 부대끼며 그들의 언어를 배워가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아직 성공이라는 말을 꺼내기 조차 어설픈 초보 사업가이지만 나는 좀 더 많은 한국인들이 두려움을 떨쳐내고 세계무대로 도전장을 내밀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국에서 한발만 벗어나 생활하다 보면 한국인들이 얼마나 대단한 열정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똑똑한데다 열심히 하기까지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서로 경쟁하며 밟고 밟히기를 반복하기 보다는 밖으로 한번 눈을 돌려 본다면 너무나 넓은 세상, 많은 기회들이 널려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번 나누어 보려고 한다.

지금까지 이야기들을,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 갈 이야기들을. 더 많은 한국 젊은이들을 아프리카 땅에서 만나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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