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만큼의 돈이 있으면 행복해지는 사람인
" 너희 나라에서는 평균 월급이 얼마나 되니??"
세계여행(대부분 개발 도상국)을 하며 또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일을 하며 내가 참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그럼 난.. 다시 되묻는다. 그럼 여긴 평균 한 달 월급이 얼마나 되는데??
내가 들었던 가장 낮은 금액의 월급은 한 달에 3만 원.. 말라위다.
에티오피아는 5만 원, 탄자니아, 캐냐는 10만 원, 태국은 30만 원 정도였던 것 같다.
물론 이건 절대로 평균적이거나 객관적이지 않은, 각 나라에서 내가 만났던 소수의 친구들이 느끼는 주관적인 금액이다.
이런 대답을 듣고 나면 한참을 생각해야 한다.
그 친구들의 호기심 가득한 눈앞에서 한국은 최저 시급이 150만 원이 넘는다는 말이 쉽게 나오질 않는다. (2020년 현재 한국의 최저 시급 기준 월급 179만 원)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는 척하다가 많이 낮춰 대략 100만 원(1000달러) 정도 받는 것 같다고 말하면 그 친구들 정말이지 깜짝 놀란다.
"한국 사람들이 월급은 많이 받지만 말이야 그만큼 물가가 비싸다고. 집값도 비싸고 음식값도 비싸고 교통비도 비싸고 다 비싸다고. 서민들이 평생 집 한 채 마련하려면 30년을 안 쓰고 월급을 모아도 여렵다고!"
구구절절이 뒷수습을 해보려고 해도 이미 늦었다.
그들의 상식선에선 한 달 월급 100만 원이라는 돈은 상상할 수 조차 없이 큰돈이니까.
그들은 이미 회복 불가능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한국이란 나라를 무작정 부러워한다.
어떻게 하면 한국에 갈 수 있냐고 끈질기게 물어보기 시작한다.
세계 여행 중 볼리비아의 수크레에서 2주가량 머물며 홈스테이를 하고 있을 때였다.
오래되었으나 아담하고 정갈한 정원이 있고 관리가 잘 된 깔끔하고 예쁜 집이었다.
아빠는 치과 의사, 엄마는 선생님, 예쁜 딸 셋이 함께 살고 있는 언뜻 봐도 중산층 이상의 가정이었다.
모처럼 가족이 모두 함께 모여 점심을 먹는 자리에 초대를 받아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전직 교사였다는 내 소개에 선생님이신 어머님께서 또 같은 질문을 하신다.
“ 한국에서는 학교 선생님들 한 달 봉급이 얼마나 되나요?”
난 다시 되묻는다.
" 볼리비아에선 얼마쯤 돼요?"
" 약 15만 원에서 20만 원쯤 된답니다."
쭈뼛거리며 대략 200만 원 정도 되는 것 같다고 했더니 온 가족이 또 한 번 깜짝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리고는 그렇게 좋은 직업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온 나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다.
식사 자리가 왠지 모르게 어색해지며 괜히 내가 뭔가 큰 잘못을 한 것만 같다.
그래서 똑같은 변명을 시작해 본다.
“하지만 한국은 집 값이 너무 비싸서요.. 월급 받아서 집 살려면 30년은 걸리거든요. 그래서 그 월급이 풍족한 건 아닌데..”
이미 소용이 없다.
당시 8개월째 세계 여행을 하던 중이었던 나는, 내 것이 아니라도 단지 내가 쉴 수 있는 작은 침대 하나면 되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 아니라도 길거리에서 맛있는 음식 먹고 배부르면 행복하고 작은 배낭 하나 안에 든 짐이면 지구 어디든 살 수 있을 것 같다 느끼던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수없이 들어온 똑같은 질문에 같은 답이었지만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아이들이 아닌, 여행자 푼돈을 뜯어보겠다고 들러붙는 호객꾼이 아닌, 볼리비아에서 중산층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 가족이 보인 반응은 나에게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지구 반대편 볼리비아에 살고 있는 이 사람들이나 한국 사람이나 아프리카 케냐의 시골 마을에 사는 사람이나 다 똑같은 사람이구나. 인간이란 어쩔 수 없이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더 큰 것, 더 좋은 것, 더 비싼 것을 찾아 헤매는 그런 존재들이구나.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느끼는 상대적 행복에 때로는 초라해지고 또 때로는 자만하며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갖기를 바라기만 한다면 우리는 도대체 언제, 얼마나 가져야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건가?'
케냐 여행 5년째.
누군가 한국에서 살았을 때 보다 지금 케냐에서 사는 것이 더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고민도 없이 YES라고 대답한다.
그 이유로는 사계절 봄날 같은 환상적인 날씨, 낮은 인건비, 값싸고 맛있는 야채와 과일 등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남의 눈, 다른 사람의 말에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이 말은 어떤 사람이든 케냐에 오면 무조건 행복해진다의 의미가 아니라, 내가 누구의 눈치도 보고 싶지 않고 나만의 삶의 방식대로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을 때, 그것이 한국에서보다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곳 나이로비는 아주 다양한 인종들이, 다양한 일을 하며, 다양한 삶의 목표를 가지고, 각기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섞여 살아가는 곳이다.
일률적인 잣대가 없기 때문에 월급으로, 사는 동네로, 집 평수로, 다니는 학교로, 성적으로 서로를 비교한다는 것이 무의미하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아주 가깝지도 그렇다고 아주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걱정이나 충고라는 말로 서로의 삶에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언제든 친구나 이웃을 만나면 따뜻하게 인사하고 안부를 건네며 마음을 나눈다.
삶의 방식에 대한 다양성의 인정과 사람들 사이의 적당한 거리 유지. 이것이 내 케냐 살이의 행복지수를 높게 유지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인생의 목표가 "돈"이 아니라 "행복"에 있다면 내 주위 사람이 월급으로 얼마를 받는지, 연 소득이 얼마인지, 어떤 옷을 입는지, 어떤 집에 사는지 그런 것들에는 관심을 좀 꺼보는 게 어떨까?
내 SNS 속에 담긴 내 모습이 리얼한 내 삶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듯.
남들의 SNS 속 사진 또한 그들의 진짜 삶은 아님을 우린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연예인들이 산다는 한강뷰 아파트 사진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명품백을 곁눈질하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밖으로 향해 있던 관심과 호기심을 자기 안으로 돌려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해지는 사람인가?
나는 어떤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행복을 느낄 수 있는가?
내가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더 많이 질문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 고민하고 다양한 해답을 만들어 나가며 살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