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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루어진 꿈

이미 행복한 삶

by 바스락북스

에메랄드 빛 투명한 바다가 펼쳐진 산호 해변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해변가의 선베드에 누워 트로피칼 빛갈의 칵테일 한잔

아무런 해야할 일도 없는, 나를 찾는 사람도 없는 낯선 이국에서의 꿈같은 휴가


이건 15년 전 내 꿈이었다.

언젠가, 내 통장에 10억만 있으면, 지긋지긋한 직장만 때려 치면 하고 싶었던 간절한 바램 중 하나였고 이 꿈만 이루어진다면 나는 행복해 질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 꿈이 이루어졌다.

오늘, 나는 인도양이 펼쳐진 케냐, 비핑고의 럭셔리 골프 하우스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스와힐리풍으로 지어진 고급스러운 4배드룸 빌라 앞에는 전용 수영장이 있고,

18홀 골프 코스가 만들어낸 푸르른 잔디밭과 저 멀리 보이는 인도양 위로 아침해가 떠올랐다.

나는 커피 한잔을 내리고 재즈 음악을 들으며 내가 좋아 하는 책을 읽는다.

남편은 아침 골프를 치러 나갔고, 6살된 내 딸은 친구들과 노느라 나를 찾지 않는다.

아~이보다 완벽할 순 없다.

15년간 내 인생에 일어났던 수많은 일들이 영화속 장면들 처럼 펼쳐 지나간다.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나는 내가 원하는 선택을 했고, 그 결과로 내 인생의 한 장면 한 장면이 채워졌다. 모든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할 순 없지만 수없이 많은 도전을 했고, 그만큼 실패도 경험했으며 그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내 삶은 다채로워졌다.

내 인생, 결코 평범하지 않았고, 지루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사랑하는 가족과 편안하고 안락하게 살 집이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는 튼튼한 차가 있고, 골프든 미술이든 내가 원하는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되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을 쓸 여유가 되고, 내가 원할 때 마음대로 시간을 내어 이 정도의 휴가는 큰 부담없이 떠나올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이 삶은 분명히 내가 바래왔고 원했던 그대로의 삶이다.


그럼에도 누군가 나에게 지금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답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

나도 사람인지라 주변 지인들이 정원이 있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 1억은 넘는 랜드크루저를 타고 다니고,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몇 억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과 조급함에 마음이 심란해 진다.

이 나이에, 낯선 이국땅에서 아직 내 소유의 부동산 하나 없고 매달 밀려오는 청구서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사업을 꾸려나가고, 모아놓은 돈도 노후 대비도 되어있지 않은 내 현실을 마주할 때면 내가 세상 물정 모르고 너무 인생을 즐기기만 한건가 싶기도 하고 내가 지금껏 잘못살아온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어차피 모든 것은 착각이라네, 행복하다는 느낌도 불행하다는 느낌도 당사자만의 착각일 뿐일세. '부자다'라고 중얼거리면 자신의 주위에서 부자인 이유를 찾게 되지. 한편 '부자가 되고싶다'고 중얼거리면 부자가 아닌 이유를 찾기 시작하겠지. 부족함을 보면 영원히 '되고 싶다'를 꿈꾸게 돼. '언젠가'라고 바라면 '언젠가'이루어지지, 그리고 '언젠가'는 아무리 기다려도 결코 오지 않는다네. '언젠가'를 추구하면 괴로워지고 '지금'을 누리면 이미 행복한거네. 행복한 사람은 이미 행복하다네. 아무 이유도 없이 지금 바로 여기에서 행복한거야. _하느님과의 수다, 사토 미쓰로


현실이란 그 사람이 믿는 대로 보이는 환상일 뿐이다. 오직 하나 뿐인 사실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

실재하는 것은 보는 사람 저마다의 다양한 해석일 뿐이다. 내가 지금 행복한가 불행한가, 부자인가 그렇지 않은가는 오로지 나의 해석에 달려있다는 말이다.


15년 전 그때의 나는 "언젠가" 행복해 질 "나"를 꿈꿔왔다.

정말 운이 좋게도 그 "언젠가"가 현실이 되어 나타난 지금 내가 또 다시 미래의 "언젠가"를 꿈꾸며 내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통장 잔고, 좋은 차, 좋은 집)에 집중하며 행복을 미루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내가 꿈꿔왔던 모든 것들은 이미 이루어졌다.
그러니 나는 그냥 지금 여기서 행복한 나로 살겠다.
지금 가진 것들에 감사하고 마음껏 누리며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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