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ny in wonderland Jul 17. 2022

온몸에 화가 가득하시네요

solo leveling _2

며칠을 먹고 자고 놀고 쉬어도 내 몸 상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깨는 천근만근, 온몸은 퉁퉁 부어 이게 붓기인지 살인지 구분이 안 갈 만큼 무거웠다.  

내 나이 이미 40대 중반. 

자가 면역력, 자가 회복력이 20대나 30대와 같지는 않을 테지.

지금 이상태로는 외부의 힘, 약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몸의 회복이 도저히 불가능할 것만 같다는 불안감을 안고 한의원을 찾았다.


"온몸에 화가 가득하시네요. 신경도 아주 날카로우시고...

아이고... 스트레스를 어깨로 받으셨네, 어깨가 목까지 올라왔어. 

거북목에 라운드 숄더 어깨 비대칭까지... 

자세가 곧 펀치 날리려고 준비하는 복싱선수 같네" 

헉, 어떻게 아셨지??? 

뭔가 숨겨놓은 부끄러운 치부를 들킨 것 같아 잠시 뜨끔했지만 그래, 한의사 선생님이 제대로 잘 보셨다. 

선생님이 보신 상태가 딱 내상태가 맞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나는 오랫동안 화가 나있었고, 그것을 온몸으로 뿜어내며 살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모든 화의 근원, 내 남편에 대해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나에서 열까지 맞지 않는 6살 어린 철부지 내 남편.  

자기가 쓴 물건을 제자리에 정리할 줄도 모르고 따라가며 치워줘야 하는 사람.

주목받고 싶어 하고 관심받고 싶어 하나 상대방을 배려하고 인정할 줄 모르는 남자. 

불리한 상황이나 불편한 상황이 되면 입을 닫아버리는 남자. 

고맙다는 말, 수고했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등 감정 표현을 제때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남자. 

준비나 계획이란 단어를 아예 모르는 남자. 

사업은 나에게 모두 맡겨버리고 밖으로만 돌며 쓸데없는데 돈이나 써대고 심지어 도박에까지 손을 댄 남자. 


이런 남자랑 같이 산다면 매 순간순간 화를 낼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냔 말이다

나의 화는 지극히 "정당" 한 것이며 나를 화나게 만든 이 남자가 모든 문제의 원인이다!!! 


아무튼 나는 한의사님의 처방에 따라 화를 가라앉히고 마음을 안정시키며 면역력을 회복시켜주는다는 한약을 한재 지어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으며 한의원에서 있었던 일을 그녀들에게 털어놓았다. 

"세상에~ 내가 이런 상태라고 하네요. 진단을 받고 나니 나를 이렇게 만든 남편에게 더 화가 나더라고요." 

나는 그녀들의 공감과 위로와 동정이 필요했다. 


한참을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그녀들이 입을 열었다. 


그녀들 : 하나에서 열까지 맞지 않는 6살 많은 까탈스러운 누나 

내가 어딜 가든 따라다니고 잔소리하며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아내.

칭찬에 인색하고 남자를 깔보며 비난만 늘어놓는 아내  

불편한 내 마음도 몰라주고 끊임없이 몰아붙여 입을 닫게 만드는 아내  

항상 화로 가득 차 있어 다다 가기 조차 힘들고 감정적인 위로를 받을 수 없는 차가운 아내

오지도 않는 미래를 불안해하며 준비해야 한다고 언제나 준비와 계획을 강요하는 아내  

사업체 안에서도 자기가 주도권을 가지려고 하고 심지어 내 자리를 빼앗아 버린 아내 

이런 아내를 둔 남편분이 참 불쌍하고 안쓰럽네요. 

남편분은 가정 내에서 찾을 수 없는 위로와 사랑 그리고 인정을 받고 싶어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으셨겠어요.  


햇살: 네???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혀 아무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녀들: 지금 남편분 건강상태는 어떠신가요? 


햇살: 남편도 상태가 좋지 않죠.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워낙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는 사람이라 내색은 하지 않는데 스마트폰 중독처럼 항상 핸드폰만 바라보고 누워있어요. 


그녀들: 한약은 햇살님이 아니라 남편분이 드셔야겠는데요? 

자. 그럼 일단 남편분 한테 미안하다 용서해달라 사과를 좀 하셔야겠네요. 

교만으로 가득 차 나만 옳다고 고집하는 이런 나와 사느라 고생했어. 미안해, 용서해줘, 그래도 버리지 않고 나랑 살아줘서 고마워. 사랑해. 호오 포노 포노 아시죠? 


햇살:  뭐라고요?? 말도 안돼! 그건 못하겠네요. 지금 이 모든 문제가 내 잘못이란 건가요?? 피해자는 나인데, 내가 사과를 하라고요? 도대체 누구 편이에요? 


그녀들: 인생에서 어떤 문제가 나타났을 때 그것들은 외부나 사건 어떤 사람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무의식)에 있는 것들이 투영되어 비치는 것일 뿐이랍니다. 문제들은 마치 테이프에 녹음된 정보와 같아서 어떤 사건이나 사람을 만났을 때 그냥 재생되는 거예요. 우리는 자신의 무의식에 저장해 놓은 영화의 테이프를 틀고 있는 거예요. 그럼에도 우리는 평생 화면을 바꾸려 노력하며 삶을 보내죠. 문제는 '외부'에 존재하지 않아요. 문제가 존재하는 것의 원인은 항상 자기 자신이에요. 만일 어떠한 문제가 햇살님의 내면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 문제를 인식하는 것조차 불가능합니다. 지금 일어난 문제는 햇살님이 인생을 살아오면서 상대만 바꿔가면서 반복해서 겪어왔던 문제들일 거예요. 그렇지 않나요? 


 햇살 : 지금까지 살아오며 나를 스쳐갔던 많은 사람들, 나를 화나고 짜증 나게 하고 미치게 만드는 사람을 무수히 많이 만났죠. 무능한데 자존심만 센 직장 상사, 책임감 없이 일하는 동료들, 일은 나한테 다 몰아주고 애교나 떨고 다니며 관심만 받고 싶어 하던 동기 등등 셀 수가 없죠. 하지만 그들은 내 인생에서 그냥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이었잖아요. 그 인간들이 그런 문제를 가지고 어떻게 정상적으로 살아가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어쨌든 남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지금 제가 평생 같이 살아야 하는, 매일 매 순간 함께해야 하는 내 남편이 이런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녀들: 결국 똑같은 이야기죠.  스쳐 지나갔던 인연들은 햇살님 인생에 그리 중요하지 않았을 사람들이었기에 설사 문제가 발생해도 관계를 끊어버리거나, 무시하거나, 욕하면서 지나가면 그만 이었겠죠. 하지만 남편은 그게 되지 않으니 햇살님이 지금 이렇게 힘든 거예요. 문제는 상대에게 있었던 것이 아니라 햇살님의 무의식에 기록된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문제가 아니에요. 문제는 항상 기회죠.  인생에 대해 온전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요.  자, 햇살님에겐 이번이 아주 좋은 기회네요. 

인생이란 게임 같아요. 햇살님은 햇살님만의 인생 게임 속 주인공이고요. 햇살님을 제외한 모든 주변 인물들(남편도 포함)은 그저 NPC(게임 내에서 게이머가 즐기고픈 다양한 콘텐츠를 수행하는데 도움을 주는 존재. 이 이외의 큰 목적이 별로 없다.)라고 생각해보세요. 

이 게임의 목적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햇살님의 경험치를 쌓고 레벨을 높이는 것뿐이에요. 

어떤 게임이든 게임 속에서 경험치가 낮은 힘이 약한 캐릭터는 적으로 부터 공격을 당하자 마자 초반부에 죽어버려요. 계속 죽기만 하니 게임이 재미가 없겠죠. 더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려면 다양한 경험치를 통해 레벨을 업그레이드해아 하는데 경험치를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많이 싸워보는 것 밖엔 없어요. 게임 속에서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고 싶다면 더 강한 적이 나타나 주어야하죠. 더 강한 적을 만나야 그 경험을 통해 케릭터가 레벨업이 될테니까요. 


인생에 고난이 닥친다는 것은 좋은 일이에요. 

그 고난을 통해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는 거니까요. 게임을 할 때 왜 가면 갈 수록 어려워지냐고 불평하지도 않죠? 왜 자꾸 몬스터들이 나타나냐고 불평하지 않죠?  즐기잖아요. 햇살님은 지금 여러 경험치를 쌓는 중이에요. 

인생이라는 이 게임 속에서 규칙은 단 하나에요!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선 "나"를 바꾸어야 한다." 

롤플레이 게임? 인생이 게임이라고? NPC? 무의식? 모든 것이 내 문제라고? 그래서 내가 틀렸다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정말 화가 나고 자존심이 상하면서도 가슴 한 구석에서 어렴풋이 수긍이 갔다.

나도 이미 고백하지 않았던가? 

난 지금 내가 지금까지 알아오던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문제에 직면했다고. 

지금까지 알아오던 방법으로  도저히 풀 수가 없는 문제라면, 뭔가 획기적으로 방법을 바꾸던가 내 수준(레벨)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만 해결이 가능할 거 아니겠는가? 


그래 한번 해 보자! 

나 혼자 레벨업(solo leveling)! 

나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그녀들이 있으니 어쩌면 이번에는 뭔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내 레벨이 업그레이드되어 만나게 될 달라진 세상에서는 지금보다는 사는 게 좀 더 쉬워지고 재미있어지고  편안해지고 풍요로워질지도 모르니. 


아무리 그래도 호오포노포노인지 뭔지 그건 안된다. 

" 교만으로 가득 차 나만 옳다고 고집하는 이런 나와 사느라 고생했다, 미안 하다, 나랑 살아줘서 고맙고 사랑한다." 이걸 남편한테 말하라고?? 

어우!! 죽어도 이건 못하겠다!!!   

만일 현재의 의식 상태를 넘어서고자 하는 갈증이 없다면 더 거대한 것들을 품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 현재의 상태를 사랑한다면 그곳에서 일어서려고 할 수 없고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상대방에 대해 어떤 생각이 났다면 그건 그저 그에 대한 당신의 판단일 뿐입니다.
 그 사람이 친절하다고 생각하면 그는 친절한 것입니다. 
어리석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의 그 판단으로 인해 그는 자신에게 할당된 배역을 연기해야만 하기에 어리석게 됩니다. 
"그"는 단지 당신의 의견이 펼쳐진 것에 불과하기에 그가 변하기를 원한다면 당신의 판단을 먼저 바꿔야 합니다. - 네빌 고다드의 [REACT리엑트] 중에서 




% 현재 나의 상태 

수치심 30 % : 내가 저렇게 교만하고 이기적이고 못된 아내였다고? 아 창피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네. 

분노 30% : 이게 다 내 잘못이라고? 내가 다 책임져야 한다고? 난 지금껏 누구보다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억울해 억울해

두려움 30% : 이 방법도 통하지 않으면 어쩌지? 내 인생이 이렇게 계속 반복되면 어떻게 하지? 

용기 10% : 이번이 정말 좋은 기회일지도 몰라! 한번 해보자! 달라져보자.



작가의 이전글 드디어 멈추어 돌아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