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_0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다
그리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휴식을 취했으며 운동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놀이를 하는
새로운 존재 방식을 배우며 조용히 지냈다
그리고 더 깊이 귀 기울여 들었다
어떤 이는 명상을 하고 어떤
어떤 이는 기도하고
어떤 이는 춤을 추었다
어떤 이는 자신의 그림자와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전과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치유되었다
무지하고 위험하고 생각 없고 가슴 없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줄어들자
지구가 치유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위험이 지나갔을 때
사람들은 다시 함께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잃은 것을 애도하고
새로운 선택을 했으며
새로운 모습을 꿈꾸었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발견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치유받은 것처럼
지구를 완전히 치유해 나갔다
-2020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19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면서 봉쇄와 격리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천될 때 미국 위스콘신주의 전직교사가 쓴 시
귀 속에서 웅웅~ 소리가 났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귓바퀴와 귓속이 뜨거워졌다, 아팠다, 얼얼했다를 반복했다.
귀와 뒷목과 왼쪽 어깨와 왼쪽 겨드랑이 근육들이 손만 대면 꺅~ 소리를 낼만큼 아팠다.
내 안에 화가 쌓여 누가 건드리기만 하면 핵폭탄 급으로 언제든 터질 준비가 되어 있는 느낌이었고,
핵폭탄의 무게를 온전히 온몸에 지고 살아가느라 내 몸은 나날이 땅속으로 꺼질 듯 무거웠다.
매월 월세를 내고 직원들 월급 주는데 급급하며 사업은 지지부진 한 발짝도 더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남편은 나에게 위로와 힘을 주기는커녕 말도 안 되는 행동으로 경제적, 심리적 충격을 주었고 오히려 나를 비난하고 원망했다.
나는 매 순간 사사 건건 화를 내고, 그 화의 충격을 감당하느라 하루하루를 제대로 살아내지도, 희망찬 미래를 그려볼 힘을 낼 수도 없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절벽 앞에 선 느낌이었다.
도저히 해결이 나지 않을 것 같은 막막한 문제들이 사방에 널려있었다.
이제 인생을 좀 안다, 사는 게 뭔지 좀 안다 잘난척한 채 한 10년을 살았더니 또 밑천이 바닥이 났나 보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방법대로, 내가 배웠던 온갖 스킬을 써가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 해 보았지만 나는 절벽 앞에서 한 발짝도 더 나갈 수가 없었다.
멈추어야 할 때라 멈추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처럼은 더 이상 안되니까 멈추게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이 가장 좋은 때라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나를 멈추게 했다고 생각한다.
6월의 어느 날.
한국으로 돌아왔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한 손에는 여행 케리어, 한 손에는 7살난 딸내미의 손을 잡고 돌아가는 비행기편도 끊지 않은 채 나는 케냐에서 한국으로 그것도 한반도의 제일 남쪽 끝자락 통영까지 와서 자리를 잡았다.
"한국으로 가야겠어요.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어요" 절망스러운 목소리로 하소연을 했을 때 그녀들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그냥 "언제든 와서 그냥 푹 쉬세요"라고 대답했다.
나지막한 언덕 위, 거실에 앉아서도 저 멀리 앞바다가 보이는 통영의 작고 조용한 마을.
이곳에서 그녀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경치 좋고 풍경도 좋은 이곳에서 일단 잘 쉬고 보자. 인생 뭐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긴~ 잠과 맛있는 음식과 휴식이 필요했다.
% 현재 나의 상태
분노 50% : 내 인생을 이렇게 바닥으로 끌어내린 나쁜 놈. 당신을 용서하지 않겠어! 꼴도 보기 싫어.
두려움 20% : 내 인생이 여기서 더 망가지면 어떻게 하지? 이게 바닥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지?
무기력 20% :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에이 될 대로 되라지!
죄의식 5% : 나는 왜 매번 이런 식일까? 왜 이렇게 못난 걸까?
수치심 5 % : 비참하고 쪽팔려. 사라져 버리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