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와 함께 하는 작가 자의식 생성기
"나는 아무리 긴 소설이라도 복잡한 구성을 가진 소설이라도 처음에 계획을 세우는 일 없이 전개도 결말도 알지 못한 채 되는대로 생각나는 대로 척척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그러는 게 쓰는 동안에 단연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152p)
거참. 재미위주사람이다. 그래, 모르고 쓰는 게 나도 더 재미있다. 하지만 그럼 퇴고는 어떻게 하라고? 다시 쓰는 거나 마찬가지로 퇴고를 할 생각인가?
"그러나 그런 식으로 스다보면 결과적으로 모순되는 부분, 이야기의 앞뒤가 맞지 안흔 부분이 많이 나옵니다. ...상당한 분량을 통째로 빼버리고 어떤 부분을 늘리고 새로운 에피소드를 여기저기에 덧붙이기도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152p)
6. 글을 어떻게 써야 하나?
브랜던 샌더슨, 미국 소설가가 말하길 작가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가드너와 건축가.
정원사와 건축가라고 말한다. 정원사는 일단 씨를 심고 키우는 거고, 건축가는 계획해서 건물을 올린다. 단연, 하루키는 정원사 타입인 것 같다.
일단 둘 중의 내가 어떤 타입인지 알면 좋겠지만 안다고 해서 딱히 쓸모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샌더슨이 정원사들에게 "그들의 초고는 아주 잘 쓴 시놉시스 같다." 라고 말해서 난 기분이 탁 상해버렸다. 왜냐면 난 정원사 타입이기 때문이다.
초고가 시놉시스?
그러면 두 번 고생해야 초고가 나온다고?
그럼 시간 낭비잖아.
정원사들의 변명은, 나의 변명은 '소설을 계획하면 재미가 없다. 김이 팍 샌다.' 라는 거다. 여기서 재미란, 내가 느끼는 짜릿함이다. 고로 쓰면서 내가 재미가 없다는 말이다.
하루키적인 사고를 하자면 "재미가 없으면 애초에 쓰는 의미가 없습니다."이니, 정원사 형식으로 쓰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나의 답은 찾지 못했지만 선택지는 꽤나 찾았다.
1. 초고를 계획없이 쓰고 퇴고를 세네번 하면서 글을 예쁘게 만들어 간다.
(하루키처럼)
2. 일단 계획을 짜고 쓰면서 조금씩 고쳐나간다.
선택지를 꽤나 찾은 게 아니었다. 둘밖에 없다.
하루키는 소설 쓰기를 음악 연주에 비유한다. 리듬이 있고 거기에 즉흥 연주가 있으며 일정한 멜로디들이 있다. 이렇게 소설을 쓴다. 상상하는 기쁨을 유지하고 즉흥적으로 상상을 덧입힌다. 그러면서도 처음에 가졌던 플롯의 뼈대를 놓지 않는다.
결국 나는 건축가와 정원사를 잘 섞은 것 같다. 기쁨과 효율을 최대한 유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글을 어떻게 써야 하나?
- 방법1. 플롯을 짠다. 그리고 그 중간에 상상력을 자유롭게 발휘하여 즉흥 구간도 만든다. 하지만 플롯 뼈대는 잃지 않는다.
- 방법2. 아예 계획 없이 쓴다. 초고를 만들고 퇴고를 세네번 하여 오류들을 짜맞춘다.
추신. 언젠가 방법2를 시도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