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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자. 금쪽이와 킬러 사이. +마녀 1,2

마녀 세계관에 코가 꿰였다

by 바다

*스포일러 다수 있음.


18금이라 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봤다. 마녀1,2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때 나온 '귀공자'라는 캐릭터가 또 나온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 바로 찾아봤다. 사실 그 귀공자가 그 귀공자가 아니였다면 안 봤을 거다. 왜냐면 예고편을 처음 접했는데 '이게 뭐지?'하고 의아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공자가 그 귀공자고. 배우는 바뀌었지만 또 김선호 배우의 복귀작이니 기대도 많이 되고.

그래서 보러 갔다.


보면서 정말 캐릭터에 매력을 많이 느꼈다.


약점과 강점이 동시에 이렇게 드러나는 캐릭터를 처음 봤다. 옷차림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피 묻는 거 싫어하고. (일단 여기서 치이는 것이다. 너무 전 스파이 캐릭터들이랑 다르니까.)

명품 엄청 좋아하면서 말은 질이 낮고, 뭔가 다 모순적이다.


근데 캐릭터 성격은 엄청 당당하다.


모순적인데 당당한 것.

완전 maveric (문제아) 그 자체였다.


그러니까 캐릭터가 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영화 내내 '금쪽이가 왜 저럴까.'만 생각하며 실실 웃으면서 봤다. 그냥 계속 보여지는 모순들 때문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저 사람은 왜 이렇게 보이는 거에 신경을 쓰게 되었으며, 왜 저럴까. 궁금해졌다.


안녕. 마녀 아가씨 대사의 주인공이 귀공자라는 걸 아니까 (원래 좀 느끼한 캐릭터니까) 더더욱 이 사람의 과거가 궁금해진 것이다.


그러나 그거에 대해서 더 알려지는 건 없었다. '우리, 프로' 이렇게만 말할 뿐이었다.


사실 배우 칭찬을 하자면 김선호 배우가 너무 너무너무너무

너무너무 잘생겨서 귀공자 캐릭터가 참 잘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소년미!

소년미! 소년미! 그게 없었으면 절대 내가 '우리 금쪽이'라고 안 불렀을 거다. 만약에, 사랑하는 손석구 배우가 귀공자를 했다고 치자.


너무 뻔하다. 아마 딱 이미지를 보고 '좀 이상하고 이해할 수는 없지만 뒷세계에 있을 것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명품 딱, 벤츠 딱, 입만 열면 질 낮은 말들에, 껄렁껄렁거리지만 여유가 있는.

약간 신세계의 어떤 악당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마녀에서도 그렇고 젊은 또 선하게 생긴 배우들이 연기를 하니까 너무너무 이 캐릭터들이 다 사연이 생기게 된다. 감성적인 사연이 아니라 저들의 인생을 저렇게 만든 휘몰아치는 폭풍 같은 어떤 조직. 그 조직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아무튼 소년미가 있고 또 소름 끼치게 웃는 법을 참 잘 알아서 보는 내내 만족스러웠다. 저게 귀공자지. 저게 킬러지. 싶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 내내 그냥 재밌었다. 스토리 면으로는 '그래서 지금 뭐가 어떻게 되는 건데.' 하면서 답답해하다가 한 60%쯤에 다 들어났고. (고아라씨가 죽기 전에 말해줬다. 영화가 설명하려고 하는 티가 나서 좀 아쉽긴 했지만.) 주인공이 정말 불쌍해진 참에 억지로라도 해피엔딩이 왔으면 하고 빌었는데 정말 억지로 해피엔딩이 왔다. 갑자기 귀공자가 완전 선역으로 드리프트를 해버렸다. 마음에 안 들었으나 해피엔딩이었기에 만족스럽기는 했다. 하지만, 글쎄. 음. 글쎄. 만족스럽기는 했는데. 음. 진짜 이런다고?

(와. 맨날 창작자 역할만 하다가 평가하는 자리에 오니까 이렇게 사람이 얍삽해지고 악독해지고. 정말 이러지 말아야지.)


난 전개보다 귀공자라는 캐릭터가 그냥 살아움직이는 게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80%쯤에 가서.


와. 정말 귀공자 캐릭터에 반전을 꺾어버리는데.

그렇게 아끼던 양복 피로 흠뻑 젖어버리고 피 뚝뚝 흘리면서 하얀 얼굴에 피가 뒤범벅이 된 거다. 항상 웃거나 여유롭던 얼굴이 아무 표정도 없이 (흠. 정확히는 몸은 지치고 정신은 똑바로 차린, 일을 다 끝낸 어떤 기계 같았다.) 볼 때. 와우.


와. 이게 진짜구나 싶었다. 이게 당신의 진짜 모습이구나.

이렇게 캐릭터에 매여버렸다. 뭔가 깊게 여운을 남기는 인물은 아니지만 강렬했다. 전에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그 안경 친구에도 이렇게 강렬하게 끌린 것처럼 말이다.


반전에 반전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귀공자라는 인물에게서 보편적인 건 없다. 보편적인 요소가 정말 전혀 없다. 전혀. 깡패도 아니지, 킬러도 아니지, 그렇다고 농담 따먹는 사람이냐? 그런 킬러가 킬러의 보디가드에 있었지만 그 결도 아니다. 더 무겁고 그러면서도 가볍다. 뭐랄까, 김선호라는 배우에게 이미 귀공자가 딱 귀결되었다. 그래서 다른 걸 생각할 수 없다.


마녀가 좋았던 이유는 쾌감인 것 같다. 안 그럴 것 같은 여성이 초인적인 힘으로, 또 우위를 차지해서 모든 걸 박살내버리는 쾌감. '언니는 이길 거야!'하는 믿음. 그렇게 마녀1을 보았고 마녀2도 '안 그럴 것 같은 여성'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했다. '초인적인 힘'도 동일했고. 달랐고 좋은 게 있었다면 또 다른 여성 초인 캐릭터의 등장으로 휴머니즘과 또 언니미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언니미란 미리 길을 걸어본 여성으로서 보여주는 또 다른 롤모델? 이라고 할까. 다양한 여성상이라서 좋았다. 투우인가 뭐였더라 중국에서 온 여자애들과 남자 한 명도 여성 초인캐릭터라서 좋았다. 다양한 성격, 다양한 여성상이지만 모두 다 '내가 제일 세다.'하는 단순한 마음이 있어서 쾌감이 있었다. 지금까지 생각했던 감성이 배제된 오로지 액션으로 이루어진 (액션이라기보다는 CG라고 할까..?) 것이라서 재밌었고 색달랐다.


귀공자는 내가 생각하던 새로운 여성 캐릭터는 아니다. 물론, 귀공자가 남성이니까 당연한 말. 하지만

마냥 강할 거라고 생각했던 초인 캐릭터가 이렇게 명확하게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게 정말 센세이션이었다.


특히 비 와서 터널에서 추격전을 멈추는 씬이나, 벤츠 긁혀서 골목에 더 못가는 씬. 맨 앞에 피 묻어서 지독하게, 미친듯이 구두를 닦는 장면. 술술술 명품 이름을 외우는 장면이나 '그렇다. 이 부자새끼야.'라고 말하는 대사들. (그 외, 자신이 거지임을 인정(ㅋㅋㅋㅋ)하고 부자에게 돈 뜯는 대사)


열등감이 너무 명확하게 드러나서 참 재밌었다. 이렇게 고급스럽게 열등감을 포장할 수 있을까?

여기도 감성은 없다. 눈물팔이나 과거회상? 없다.

그냥 이 캐릭터의 열등감이다. 그게 패션으로 표현되는 것도 정말 신기하고 좋았던 포인트였다.

말로 안 하는 거나 이에 대한 서사가 없는 게 좋았다.


같은 선상에서 보면 모두 감성이 없고 되게 건조하게 지나가서 색다른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과장되게 표현된 초인적 힘들이 그걸 채워준다고 생각이 된다. 대비효과를 노렸을까?


그렇게 '오. 좀 신기하네.'라고 본 캐릭터가 갑자기 마치 '동료를 방금 훈련에서 죽인 북한 정예 스파이 후보'처럼 지치고 비인간적인 표정으로 정육을 절단하는 기계처럼 날을 세우고 표정 없이 스크린을 보는 거다.


그러면 이제 모든 열등감과 포장이 걷히고. 귀공자라는 (이름부터 열등감 포장이다) 거추장스러운 명칭이 걷히고 그 핵심이 보인다.


살인자.


아니, 살인을 직업으로 하는 어떤 기계.


유머도 복수도 없다. 지치고 아무 생각이 없다기보다는, 음. 배우로 보자면 '이게 나야.'하는 느낌이었고. 캐릭터로 보자면 음.


그 전에 유머러스하고 모순된 말 많던 귀공자도 귀공자였지만 지금은 더욱 귀공자의 과거를 본 기분이었다. 훅 들춘 기분이 들었다. 이게 귀공자가 되기 전 '이름 모르는 당신'이구나! 잡았다 요놈. 이 느낌.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다.


뭐, 유머러스한 포인트들도 많았다. 부자새끼야, 라는 대사나 마지막에 죽을 병인 줄 알았더니 그냥 아무 문제도 없었다는 거나. 플라시보 효과용 멀티비타민이나. 히히. 다 죽여놓고서는 자기 허벅지에 총알 하나 맞았다고 아프다를 한 백번 말한 거나.


귀공자는 마녀만큼 내게 인상적일까? 흠. 다미 배우의 마녀는 잊을 수가 없을 거다. 마녀2의 배우는 정말 아쉬웠다. 너무너무. 오히려 외국인 배우와 같이 나온 그 여자 캐릭터가 더 인상적이었다. 중국에서 온 여자 캐릭터들이랑. (왜 아쉬웠냐 하면. 마녀1에서 마녀는 '순진. 근데 이거 다 계획임. 너네 다 가소롭다.'하는 짓누루는 강함이 있었는데. 마녀2는 마녀가 '순진'만 했다. 그 다음에 뭐 강하긴 했는데 그게 배우의 연기와 캐릭터의 인격이라기보다는 그냥 각성으로 다 퉁쳐버린 기분이 들었다. 결국 자다 일어났더니 내가 다 죽여놨다의 형식처럼 보였고. 결국 가장 중요한 그 과정! 과정에서 캐릭터가 하나도 안 보여서 마녀가 임팩트가 없었다. 우영우 배우가 있어서 또 기대했는데 ㅠㅠ)


마녀와 귀공자는 비슷하면서 다르다. 마녀의 열등감은 꼭꼭 숨겨져있지만 귀공자는 훤히 드러나있다. 그걸 자신의 강함으로 보호하려고 하는데. 음 글쎄. 워낙 마녀가 세계관 최강자라 아마 안 될 거다. (과몰입 중.)


누가 누가 더 세냐, 이걸 보지 말고 그냥 캐릭터의 강렬함만 보자면.


여성 캐릭터의 센세이션으로는 마녀가 단연 1승이고.

캐릭터의 변주로는 귀공자가 1승.

여운은 둘 다 없고.

매력으로는...너무 힘들다. 무승부.

킬러로서 (아무래도 마녀나 귀공자나 다 킬러니까) 액션의 임팩트는 귀공자다.


귀공자는 18금 왜 달았냐 싶기도 하지만 마녀1을 생각해보면 이유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마녀1에서 다미 배우도 피칠갑을 하고 흰 얼굴이 완전히 피로 범벅이긴 했다. 근데 이렇게 개 패듯 선호 배우처럼 사람을 패지는 않았다. 개 패는 것도 아냐. 약간 선호 배우의 액션은...너무 좋았다.


잡히는 데로 때리는 느낌이었다. 아. 그래. 그래서 더 서늘했다. 뭐 그냥 잡히는 데로 다 던지고 꽂고 할퀴고 아주 사람을 두부처럼 뭉개버렸다. 그렇다고 막 정육기계에 부시는 게 아니라 손으로 하나하나 뭉갰다. (윽. 비위 상한다.)


그러니까 앞에 사람이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없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현실에서 보면 안 될 타입.

그래서 더더욱 과거가 궁금해진다. 이 남자가 왜 이렇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날 때부터 이런 싸이코패스였다 라기보다는 이럴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싶다. 연민이 아니라 궁금증이다. 이렇게 모순적인 걸 보면, 이 정도로 뒤틀려있는 걸 보면 아마 살려고 이러는 것 같은데 그럼 그 원인이 무엇인가 궁금하다.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알려주면 좋겠다.


뭔가 카타르시스도 중요하지 않은가? 감정의 분출. 그런 점에서는 마녀나 귀공자나 다 너무 절제되어 있고 분노가 마녀에서 드러나기는 한다. 귀공자는 네버. 절대 그런 거 안 드러난다 (액션 씬에서 말이다). 기계 그 자체. (이것도 진짜 유머러스한 모습이랑 모순되는 포인트다.)


캐릭터 공부로는 귀공자가 1승. 나도 내가 왜 이렇게 끌리는지 모르겠다. 마녀는 한 마디로 먼치킨인데 '여자'먼치킨이라는 게 매력포인트라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근데 귀공자는 '유머'에 내가 끌리는 게 맞기는 맞고, '모순'에 끌리는 것도 인정하는데.


왜 이렇게 좋지?


배우가 잘생겨서 그런가? 외모에 집착하는 캐릭터 답게 배우의 얼굴이 참 잘생겨서 더 몰입한 것 같기도 하다.


총합 귀공자 3승 마녀 2승으로 귀공자 승.

귀공자가 더 인상적인 캐릭터였다.


아, 맞다. 친구를 강조하는 것도 좀 신기했다. 왜 그러는 거지 싶었다. 친구? 진짜 안 어울리는 이야기를 하네.

음, 아마 비인간성을 알려주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귀공자에게 친구는 아무 의미가 없고 그저 호칭이지만, 누군가에게 친구는 '우정. 의리. 감정' 등의 교류가 있는 관계이지 않은가. 결국 귀공자는 그런 관계가 없음을 알려주고 싶었을지도.


몰라. 사실 모르겠다.


선호 배우랑 다미 배우랑 같이 마녀3 찍어주면 좋겠당. 이종석 배우가 마녀2 나왔던데 역시 선한 얼굴로 하는 악역은 정말 매력적이다. 이렇게 셋이 같이 하나 찍어줬으면...선호 배우랑 다미 배우랑 귀공자랑 마녀로 싸워주었으면...


마녀 세계관에서 이제 그 유전자 조작 배후 캐지 말고 캐릭터들이나 더 깊게 탐구해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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